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ill Light Oct 30. 2022

추워서 휴업합니다!

눈 내리는 새해 동물원 풍경


어느 해인가 1월 1일에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예쁘게 내리는 눈을 보다가 동물원의 동물들은 이런 겨울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카메라를 들고 동물원으로 향했는데 동물원에는 한두 명의 외국인만 보일 뿐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고운 눈을 밟는 행운을 누리며 고요한 동물원을 천천히 걸었다. 


아프리카 동물들이 모여 있는 아프리카 어드벤처는 마치 슈가 파우더가 잔뜩 뿌려진 케이크 장식 같았다.

눈 덮인 열대 야자수라니, 예상치 못한 반전 풍경이 재밌었다. 


아프리카 동물들이 모여 있는 아프리카 어드벤처가 눈으로 하얗게 덮였다.



추위에 약한 대부분의 동물들이 별도의 시설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야외에 나와 있는 동물은 많지 않았다. 

갈색의 바바리양들이 높은 곳에서 사이좋게 건초를 먹고 있었다. 여름에 봤을 때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모형 바위산이 많이 어색해 보였는데, 하얀 눈이 내리니 진짜 바위산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를 일으켰다. 

멀리 배경으로 보이는 하얀 나무 가지들도 멋진 겨울 분위기를 자아냈다. 



눈 덮인 구조물 위에서 사이좋게 건초를 먹고 있는 '바바리양'.




물개처럼 생겼지만 몸집이 훨씬 큰 오타리아라는 동물 한 마리가 수조에서 혼자 헤엄치며 놀고 있었다. 기분이 좋았는지 빠른 속도로 수조 안을 계속 돌고 있었는데, 휘파람을 불던 나를 보고 놀라서 내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강아지처럼 생긴 얼굴이 갑자기 불쑥 솓아 올라 깜짝 놀랐는데, 오타리아는 튀어나올 듯한 눈으로 신기한 듯 한참 동안 나를 바라봤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오직 오타리아와 나만의 1대 1의 상황이었는데 동물에게 구경당하는 상황이 황당하면서도 재밌었다. 오타리아는 귀가 작다는 뜻이다.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오타리아', 오타리아란 귀가 작다는 뜻이다.



비록 춥긴 했지만 사람 발걸음이 뜸한 겨울, 눈 위의 동물들은 평화로워 보였다. 다행이었다.


나뭇가지를 물고 있는 '일런드'가 귀엽다.


새해 1월 1일. 까치가 눈 위를 걷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