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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d em Mar 29. 2024

다양해지는 색

수많은 방향

- 우리 모두가 다른 사람이지만,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 그 사람

시끄럽고 복잡한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그날은 가기로 했다. 첫 행사이기도 했고, 어느 정도의 친목을 위해 노력한다는 마음이었다. 어느새 부쩍 소심하고 깊어진 나는 약속 장소에 5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그냥 앉았다.

아무 생각 없이,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그게 첫 만남이었다.


내겐 고질병이 있다. 사랑을 너무 쉽게 한다. 요즘 말로는 금사빠라고 하겠다. 백번 생각해 봐도 너무 큰 결점이다. 그래서 금사빠가 아닐 수도 있다. 애초에 사랑이 뭔지를 모르는 사람인 거다 난.


나이 앞자리가 바뀌었다고 뭐가 크게 달라졌겠는가.

어제와 오늘의 난 크게 다르지 않고, 그제와 내일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1년 전과 지금의 난, 크게 다르지 않다. 적어도 사랑에 있어서는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

그 사람이 예뻐서 좋아졌고, 좋아져서 예뻤다.

언제나 그랬듯이, 턱없이 서투른 연락.

그 트래픽 쪼가리에 내 철없는 감정을 담기 시작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물어보고

궁금하지도 않은 것을 물어보고

그렇게라도 했어야 했다.


어떻게든 만날 구실을 만드려고 했다.

그렇게 커피를 사주고,

다음 주엔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눴다.


왼쪽 어깨가 젖는 건 아무 상관도 없었다.

그 사람이 비에 젖지 않는 게 더 중요했고

혼자 우산을 쓸 때보다,

더 아늑했다


그날 밤, 일기를 쓰며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생각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그 사람이 궁금했다.

연애가 목적이 아니라 그 사람이었다.

똑같이 보고 싶었지만, 더 소중했고 더 궁금했다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이전과는 달리 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 믿음

믿음은, 말도 안 되는 거다. 말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믿음이 필요한 거다.


- 눈물

알바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눈에 잘 들어오진 않는 사랑 소설 한 권을 들고

연락을 기다렸다.


켜지는 화면, 갑자기 차올랐다 눈물이.


- 널 만나려고

취소하고

수정하고

변경하고

조정하고

삭제하고

그런데도 내 맘은

변함이 없더라


- 이건 너

때문인가

덕분인가

행복한게 아닌데

잠을 못 이루게 해

생각이 많아지게 해

미워하지 않아

오히려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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