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이 다 같은 김밥이 아닌것을
“엄마, 나 자꾸 배가 아파.”
퇴근하고 들어오니 둘째가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힘없이 누워있었다. 병원에서는 장염이라고 했다. 그런데 일주일째 약을 먹어도 낫질 않았다. 밤이 되자 오른쪽 배 아래까지 아프다고 끙끙거렸다. 혹시나 맹장일까 덜컥 겁이 났다.
결국 새벽에 급히 응급실로 갔다. 장염이 심해져 맹장 옆까지 염증이 생겼단다. 잘못하면 맹장염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입원했다. 머리맡에는 영양제, 치료제, 항생제 등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려 아이의 가늘고 하얀 팔뚝으로 연결되었다. 고등학생이었던 아이는 며칠동안 학교도 못가고 휴대폰만 보면 지루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내가 퇴근하면서 병원에 들러 다시 집으로 가며 병간호를 했다.
드디어 아이가 다 나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엄마가 다 해줄게.”
그동안 밥을 한 톨도 먹지 못한 아이가 안쓰러워 물었다.
“엄마, 나 김밥 먹고 싶어.”
얼른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갑작스런 주문이라 제대로 된 재료는 없었다. 오랜만에 밥다운 밥을 먹을 아이를 위해 소화가 잘 될 만한 것들로 골랐다. 따뜻한 밥으로 싼 김밥 두 줄을 평소보다 얇게 썰었다.
심심한 김밥을 아이는 어느 때보다 맛있게 먹었다. 4일만에 먹는 밥이니 얼마나 맛있을까.
“천천히 먹어, 물도 마시고.”
평소 양이 적은 아이가 그 두 줄을 모두 먹었다. 그리곤 힘들다며 7시도 안된 시간에 방으로 들어갔다.
깨 몇 알만 떨어져 있는 접시를 씻었다. 아이 방문 사이로 희미하게 빛이 스며 나왔다. 서랍여닫는 소리, 삐걱거리는 소리가 문틈 사이로 희미하게 들렸다. 이제야 한숨 돌리고 식탁에 앉았다. 아이 방에는 금세 불이 꺼졌다. 손 끝에 아직 남아있는 참기름 냄새가 고소했다. 어스름한 거실이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