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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에서 책 읽기 May 30. 2017

빨강머리 앤, 사소한 이야기 2

빨강머리 앤 5


(에오스 클래식과 Nivant사 Annotated 판본 표기를 따릅니다.)


#소녀들은 분홍색이 아니다 https://brunch.co.kr/@flatb201/163

#21세기의 빨강머리 소녀 https://brunch.co.kr/@flatb201/176

#앤과 길버트, 순정의 연대기 https://brunch.co.kr/@flatb201/177

#빨강머리 앤, 사소한 이야기 1 https://brunch.co.kr/@flatb201/178

#빨강머리 앤, 사소한 이야기 2 https://brunch.co.kr/@flatb201/179




“특히 에이번리에는 암굴이 몹시 귀해.”

린드 부인에게 폭언 한 앤이 자신을 축축한 암굴에 가둬도 이해한다며 특유의 과장된 표현을 시작하자 마릴라가 단호하게 끊는 장면이다.

그린 게이블즈의 Gables는 양쪽 면이 경사진 지붕을 뜻한다. 폭설 처리가 용이하도록 지어진 경사 지붕은 특유의 지역 건축 특징이 된다. 자급자족의 시대답게 각 가문은 ‘초록 지붕 집의 앤’, ‘과수원 언덕의 다이애나’ 같은 식으로 거주지에 따라 구분되었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은 지질 특성상 단단한 바위가 드물고 농지 외의 지반이 주로 사암이다. 때문에 석조 건물보다는 목조 건물이 우세하다. 증축이 편리한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또 이 섬의 토양은 특별한 붉은색을 띠는 것으로 유명하다. 토착 원주민에겐 신이 노을의 붉은색을 섬에 입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고 한다. 여러 상황상 100%의 프린스 에드워드 섬 로케가 불가했던 CBC는 온타리오 촬영 시 길에다 붉은 모래를 뿌려 고증을 맞췄다고 한다.

그린 게이블즈 진입로도 붉은색이다.




“식탁 머리에 앉아서 차를 따르는 모습이 상상이 가요.”

티파티에선 초대한 사람이 상석에 앉는다. 당시 사교는 무척 중요한 커뮤니티 활동이었기에 소꿉놀이보다 더 고급스러운 놀이로 인식해 흥분한 앤을 볼 수 있다. 이때 앤은 온갖 야생화로 화려한 센터피스로 티 테이블을 꾸미는데 청도교 가치관에선 부정적으로 비친다.

청도교적 세계관의 커뮤니티에서 앤의 저 화려한 센터피스는 쾌락으로 치부된다.



마릴라의 구스베리 술 Currant Wine은 에이번리에서 유명했지만, 배리 부인을 비롯해 좀 더 엄격한 사람들은 이를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마릴라는 라즈베리 코디얼 Raspberry Cordial 병은 지하실 찬장에 갖다 놓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코디얼도 증류주의 일종이지만 여기서는 논알콜릭 음료를 의미한다. 종교적 분위기 아래 당시 대대적인 금주운동에 불구하고도 밀주 산업이 성행했다. 그러나 집에서 담그는 상비약 용도의 술은 허용되었다.

달리기 시작한 다이애나




“..만약 여자들이 투표할 수 있게 되면 세상이 좋아질 거라구요.”

당시 여성들은 참정권이 없었지만 프리미어는 여성들에게도 중요한 지역 행사였다. 캐나다도 미국처럼 1920년대에 들어서야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었다.

쿠스버트 남매는 보수당을, 린드 부인은 진보정당을 지지한다. 보수당은 영국령에 따라 호혜주의 정책을, 진보당은 미국처럼 독립노선과 자유무역을 주장했다. 양당 체재이기까지 해서 정치적 대립이 극심했다고 한다.




“필립스 선생님은 거의 매일 저녁 프리시 언니를 보러가세요. ..미란다 슬론이야말로 더 도움이 필요한 것 같거든요. 프리시 언니보다 훨씬 공부를 못하니까요.”

실제 몽고메리가 질색팔색 했던 구혼자 경험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드라마에선 길버트와 앤의 철자법 겨루기를 통해 프리시에 대한 필립스 선생의 구애가 묘사된다.

수업 중에 고저스, 인게이지먼트.. 이딴 단어 막 던져 연애질 중인 필립스 선생




“..그런데 잘 부풀어 오를까요? 행여 베이킹파우더가 좋은 게 아니면 어떡해요? 새 깡통을 따서 썼지만 린드 부인께선 요즘 불순물을 하도 섞어대서 좋은 베이킹파우더를 구하기 힘들다고 하셨거든요.

신임 목사인 앨런 부부 초대를 준비하는 앤은 들뜨다 못해 강박에 사로잡힌다.

베이킹파우더는 구시대에 당연하게 사용하던 효모 숙성법이나 소다보다 압도적인 효과를 냈다. 처음 출시되었을 때 검증이  끝났음에도  인기를 끌었다. 때문에 암모니아나 백반을 섞은 불량품까지 돌아 요리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앤이 지금 걱정할 것은 베이킹파우더가 아니라는 . 앤, 바닐라야! 바닐라라고!!




“퍼프소매요? 당연하죠. 그 점에 대해서는 일말의 걱정도 안 하셔도 돼요, 매슈. 최신 유행에 맞춰서 해드릴 테니까요.”

매슈가 린드 부인에게 앤이 소원하던 퍼프소매 드레스 제작을 부탁하는 장면이다. 매슈.. 너무 좋은 사람.

원작에서 앤 인생 최초의 퍼프소매 드레스는 자주색을 띤 갈색 드레스이다. 드라마에선 앤이 좋아했을 컬러라는 설정 하에 버드나무 녹색 Willow Green과 탁한 하늘색 Azure Blue을 택했다고 한다. 길버트가 두근거렸던 앤의 드레스 컬러도 특별한 녹색인 것으로 묘사된다.

버슬 Bustle 스타일이 나타나려면 아직 몇십 년 더 남았지만 로코코로 대표되는 기존의 크리놀린 Crinoline 스타일은 이미 유행이 지나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직물 가격이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때문에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과장된 스타일은 상당 기간 유지된다.

이 시기 성인 여성들에겐 머리칼에 크게 볼륨을 넣어 틀어 올린 퐁파드르 Pompadour스타일이 유행했다. 명칭대로 당연히 프랑스의 퐁파르드 부인이 유행시킨 스타일이다. 의상은 부풀린 소매와 프릴이 달린 핀턱 블라우스, 셔링이 잡힌 긴 스커트를 즐겨 입었다. 19세기 후반에 접어들며 상의는 타이트하고 하의, 특히 엉덩이 부분에 한껏 볼륨을 넣은 버슬 스타일로 유행이 바뀌어 간다. 장식 모자의 인기는 여전하다. 보색 대비에도 어느 꽃도 포기 못한 앤의 장식은 과한 감이 있지만.

매슈가 선물한 앤의 첫 번째 퍼프소매 드레스
소매는 퍼프가 아니지만 드레스 자체는 핀턱 스타일이다.
소녀들의 아이템 프릴, 셔링, 리본, 레이스와 모슬린
마릴라를 제외한 서프러제트 모임 부인들은 모두 최신 유행을 따르고 있다.




“제발 단숨에 잘라버려요, 마릴라. 책에 나오는 여자애들은 열병에 걸려 머리카락을 잃게 되거나 좋은 일을 할 돈을 벌기 위해 팔곤 하는데..

허영심으로 치부하기에는 한창 예쁜 것들은 좋아하는 나이인지라 앤은 불량 염색약을 사용하다 머리카락이 초록색으로 물든다. 앤이 언급한 소녀들은 당대의 베스트셀러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Louisa May Alcott, 1868>  베스와 조를 말한다. 몸이 약한 베스는 열병에 걸려 머리를 잘랐고, 조는 어려운 가계를 돕고자 그녀의 자랑거리인 탐스러운 머리칼을 잘라 팔았다.




“마릴라, 구운 닭 요리네요! 설마 저를 위해 만드신 요리는 아니겠죠!” 앤이 기쁨에 들떠 말했다.

“아니 널 위해 만들었어.. 네가 돌아와서 정말 기쁘다. 네가 없으니까 무척 외로웠단다. 이렇게 긴 나흘은 정말 처음이야.”

조세핀 배리의 초대로 전람회 구경을 갔던 앤이 귀가해 멋진 저녁식사를 맞는 장면이다.

당시 주요 식용 고기는 돼지였다. 소는 농사일에 써야 하고 닭은 저장에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잡아 요리하는 닭은 귀한 손님에게만 대접하는 특식이었다. 앨런 목사부부 초대  마릴라는 색깔까지 입힌 닭고기 젤리를 냈었다. 또한 온갖 것을 젤리화 한 레시피 유행은 당시 보급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젤라틴 덕분이다. 단순한 메뉴가 아닌 앤에 대한 마릴라의 깊은 애정을 느낄  있다.




충격의 비밀은 매슈가 들고 있었던 신문으로 드러났다. 그 신문은 에비 은행이 파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매슈의 사망 장면. 유럽 금융 공항의 여파로 이 시기 캐나다의 작은 금융업체들은 폭망한다. 보수적인 매슈는 선대부터 거래해 온 은행에 전 재산을 맡겼다. 휴우.. 역시 분산 투자해야..




“너랑 길버트 블라이스가 그리 좋은 친구 사이인 줄 몰랐구나. 반시간이나 문간에서 얘기를 나누다니.”

길버트와 화해하고 들어오는 앤을 마릴라가 놀리는 장면이다.

<Anne's House of Dreams, 1917>에서 길버트는 이때를 거듭 회상한다.

그녀를 바래다주고 돌아오던 그날 밤의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였다고.

#길버트의 애정행각은 https://brunch.co.kr/@flatb201/177

“I should have added an e.” 일부러 져주고 새침한 드립까지.





@출처/ 

빨강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Anne of Green Gables, Lucy Maud Montgomery, 1908)

에오스클래식 10, 빨강머리 앤 (현대문학, 2011, 번역 김선형)

Anne of Green Gables ; Annotated (Nivant Publishing, 2015)

Anne of Green Gables Special Collect (Batman, 1983)

빨강 머리 앤 전집 (창조사, 1985, 번역 신지식, 일러스트 한인현·이우범)

빨강 머리 앤 전집 (동서문화사, 2002, 번역 김유경, 일러스트 전성보)


Anne with an E (CBC,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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