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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고위험군 판정을 받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by 꽃빛달빛

문제의 그 일이 생긴 후,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항상 진료 때마다 심각한 얼굴을 한 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했지만, 이번만큼은 너무나 놀란 표정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난 스스로를 해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진단을 받고, 약의 용량을 매우 높게 올렸다.


약을 먹으니 정말 잠밖에 오지 않았다.


첫 병원에서 느낀 감정을 또다시 느끼게 되었다.

병원에서 우울하지 말라고 나를 약으로써 재우는구나.


약이 강해진 만큼, 회사에서 잠들지 않기 위해 온갖 수를 다 쓰며 이 악물고 버텨냈다.


군대에 입대한 남자친구를 만나진 못했지만, 전화통화를 하며 약속했다.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온전한 휴식이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우울함의 원인으로 나를 지목했었고, 내가 좀 더 잘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여러 사람에게 가스라이팅을 제대로 당한 상태였고, 당연히 제대로 생각이 굴러갈 리가 없었다.


스스로를 해하려는 생각과 이성이 매일 밤마다 나를 괴롭혔다. 약을 먹지 않으면 잠들 수 없었고, 이를 악물고 매일매일을 울며 버텼다.


세상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내게 너무나 각박했다. 남들의 몇십 배는 되는 고통을 내게 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난 살아있었지만, 죽은 채로 삶을 보냈다.


마음이 뛰지 않았다. 행복을 느낄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내일은 제발 오늘보다 덜 고통스럽길 비는 일뿐이었다.


(물론 그 소원은 지금도 이뤄지지 못했다.)


그렇게 또 한 달 여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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