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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포기하다

다신 하지 말아야 할 행동

by 꽃빛달빛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심약자나 임산부께서는 이번화는 건너뛰어주세요.



남자친구의 손에 이끌려 다시 병원을 다니게 된 후, 역시나 생각처럼 순탄하지 못했다.


내게 알맞은 약을 찾지 못해 부작용(졸림, 멍해짐 등)에 시달렸고, 나의 우울함은 나를 이미 잠식한 지 오래였다. 우울함은 사그라들 줄도 모르고 내 마음을 갉아먹어갔다.


조금만 '괜찮아지나?' 싶으면 회사에서 또다시 혼이 나는 일상의 반복이었고, 심지어 회사분들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함께 어울리기도 버거웠다.


상황이 나를 점점 낭떠러지로 몰아갔다.

함께 일하던 동기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해 버렸고, 나는 그렇게 동기 몫의 일까지 손에 잡았어야만 했다. 손댄 일이 많을수록 욕을 두배로 먹는 건 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의 기억이 너무나 충격적이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부모님과 매우 크게 싸우는 일이 생겼었다. 매우 억울한 일로 싸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모님과 싸운 이후, 삶을 살아내야 하는 이유를 더 이상 찾고 싶지 않아 졌다. 결국 부모님도 내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고, 가족이 내 편이 아닌데 그 누가 내 편이 되어주겠냐는 생각으로 흘러갔다.


그런 생각을 하며 퇴근길에 올랐고, 생각에 푹 빠진 채로 울며 산책을 갔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난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멀리서 차가 다가오고 있었고, 이대로 끝내고 싶다는 생각과 그러면 안 된다는 이성이 마구 엉키어 내 온몸을 감싸왔다.


나는 간신히 이성을 붙잡고 다시 인도로 올라왔다.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살고 싶지만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날 나를 버렸다. 이미 한 번 이 세상 사람이기를 포기한 셈이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악몽으로 나를 괴롭혀온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된 남자친구는 너무 놀라 화도 내지 못했다. (남자친구는 그 당시 군대에 가있었기 때문에, 멀리서 소식만 들을 수 있었다.)


남자친구의 반응을 본 나는 더더욱 죄책감에 빠져 허우적 댔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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