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매일같이 약의 졸음과 맞서 싸우며 혼이 나는 일상이 이어졌다.
혼날 때마다 내 마음속 작은 꽃빛이는 말라갔고, 머릿속에서는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너무 싫었다.
결국 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의사 선생님과 상의도 없이 병원과 약, 두 가지 모두를 중단해 버린 것이다.
(전문가와 협의되지 않은 투약중단은 몹시 위험합니다. 따라 하시면 절대로 안됩니다.)
약 때문에 졸리지 않으니 살 것 같았다. 약간의 불안도는 높아졌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이 밝게 빛나는 것 같았다.
병원에는 개인 사정 때문에 그만두게 되었다고 말씀드리고 그렇게 한 달여를 약 없이, 혼자의 힘으로 지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말로 미친 짓 그 자체였다.
한 달 정도가 지나자 나의 우울함은 수십 배가 커져 나를 죽이려들었다.
병원을 갈 힘도 없었고, 머리에는 우울함보다 더 큰 무기력이 나를 잠식했다.
차도를 보면 몸이 차도로 자꾸 기울었고, 머릿속에는 이 지긋지긋한 삶을 멈추고 싶다는 욕망만이 가득 차있었다.
난 결국 남자친구에게 실토했다.
약을 자의로 끊었다고, 이젠 정말 못 버티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남자친구의 손에 이끌려 두 번째로 정신의학과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회사와 3분 거리, 엄청나게 가까운 곳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내겐 질문지와 펜이 주어졌고, 전보다 더 어두운 대답만이 그 자리를 메워나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을 해야만 했다.
나를 다시 마주 본 그날, 나는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