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이상했다.
인터넷에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위와 같이 나온다.
난 저 단어의 주인공이 내가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 한 채 회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실수로 인해 사람들이 전부 모여있는 고요한 사무실에서 선임분이 내게 고함을 지르며 화를 내셨던 날이 있었다.
그렇게 조용한 사무실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 당연히 칸막이가 있던 없던 소리가 다 들리게 되어있지 않은가.
아무리 사회생활이 처음인 나였지만, 이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그 선임을 말리지도 따로 장소를 옮겨서 혼내라고 말하지 않고 철저히 무시했다.
나는 사람들 앞에 벌겨벗겨진 듯한 기분을 느끼며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이것이 가스라이팅이었다.
물론, 이 일이 있기 전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적이 몇 번 더 있긴 했다.
내게는 메인 사수 A분과, 가끔씩 일을 가르쳐주시던 사수 B분이 있었다. 함께 일하는 동갑내기 동기까지 함께 높으신 분들 중 한 명이 A, B, 동기, 나를 회의실로 호출했다.
그러고는 입 밖으로 꺼낸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ㅇㅇ이(동기)랑 꽃빛달빛이 너네는 사회생활이 처음이니까 약하게 봐주지 말고, 강하게 혼내."
이 말은 높으신 분께서 사수 두 분께 한말이었다.
물론, 저 말이 뭐 어때서? 맞는 말이잖아.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수 있다는 것 동의한다.
뜻 자체는 맞는 말일 수 있다.
문제는 그 말의 분위기가 상당히 비웃음이 섞인, 무시하는 듯한 말투였다는 것이다.
(고의라고 믿고 싶지 않지만, 괴롭힘을 조장하는 듯한 그런 말투였다.)
그날부터 사수 두 분의 무시와 분노가 섞인 가르침은 점점 심해졌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퇴사를 하기엔 이미 취업을 너무나 힘들게 한 기억이 남아있었고, 부모님도 주변 사람들도 전부 내게 "사회생활이 원래 그래. 힘든 거야. 네가 좀 더 참아"라는 말만 계속해서 내뱉을 뿐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자면, 누구 하나라도 내게 정 힘들면 포기해도 된다고. 너를 제일 우선시하라고 말해줬다면 내게 앞으로 일어날 심각한 사건들을 내가 겪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간혹 하곤 한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세상은 내게 네가 나약한 것이라는 멘트만 계속해서 외칠뿐이었다.
그렇지만 모두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 나는 계속 버텨나가려 노력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