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생리대
한 달에 한 번 꽃을 사는 남자
추운 겨울 지연이 승빈의 집에 오자마자 승빈의 침대에 누워있다. 이불을 덮고 한 껏 웅크리고 식은땀까지 흘렸다. 당황한 승빈은 무슨 일인지 물어본다.
" 지연아 무슨 일이야? 어디 아파? "
" 아니 그냥 좀 추워서 몸 좀 녹이려고 "
" 응? 열은 안 나는데? 식은땀이 나네."
" 따뜻하게 하고 있으면 나아질 거야."
지연은 어렸을 때부터 생리통이 심했다. 추운 날이면 정말 서있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지연은 생리통이라는 말은 못 하고 몸을 따듯하게 녹이고 누웠다. 승빈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당황한 눈치다.
" 오빠 집에 진통제 있어? "
" 왜? 머리 아파? "
" 응 진통제 있으면 진통제 좀 줘."
겨울이나 날이 추워서 그런지 진통제를 먹어도 지연의 생리통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약을 먹고 지연은 한숨 잠이 들었다. 3시간쯤 지나서 일어나니 승빈은 벙에 없었다. 거실에 나가니 일어나서 미옥이 언니가 십자수를 하고 있다.
" 언니... 오빠 어디 갔어요? "
" 몰라. 너 아프다면서 잠깐 나갔다가 온다더니 좀 전에 나갔는데? "
지연은 승빈에게 전화를 걸어 보지만 승빈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한 시간쯤 있으니 흰 눈을 뒤집어쓴 승빈이 얼른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지연은 승빈을 쫓아 승빈의 방으로 들어갔다.
"밖에 눈이 오네?"
" 나 혼자 놔두고 어디 갔었어? 일어나서 깜짝 놀랐잖아. 전화는 왜 안 받고 "
" 마을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 아니 버스에 사람이 많아도 전화도 못 받아? "
지연은 한껏 예민한 상태로 짜증스럽게 이야기했다. 승빈은 뒤로 감추고 있던 손을 지연에게 내민다.
승빈의 손에는 뜬금없는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 이게... 뭐야? 오늘 아무 날도 아닌데? 크리스마스도 지났고..." 승빈은 꽃다발은 지연손에 쥐어주고 침대에 앉힌다. 그리곤 소곤소곤 이야기 했다.
"너 오늘 그날이지?"
"...... "
한 달에 한번 겪는 그날인지 승빈이 어떻게 알았는지 지연은 당황했다.
" 어떻게 알았어?" 창피하게 그걸 왜 물어..."
" 뭐가 창피해. 대한민국 여자들 다 하는 건데... 그래서 샀어. " 매달 비슷한 시기에 나를 만나기를 피하고 아프다고 하면서 앓아눕잖아. 처음엔 걱정했어. 무슨 병에 걸렸나. 근데 저번에 네가 다이어리 쓸 때 얼핏 봤거든 네가 생리할 날짜 적어 놓은 거. 오늘도 아프다고 눕길래 네 다이어리에 쓰여있는 날이 기억났어. "
" 흥. 남의 다이어리는 왜 훔쳐봐..." 지연은 좋으면서도 민망했다.
" 훔쳐본 게 아니라 네가 잘 보이게 적어 놨던데? " 승빈은 지연을 안아주었다.
" 지연아 난 네가 생리할 때 이렇게 아파하는지 몰랐어. 사촌 여동생들한테 물어봤더니 여자들 그날이 되면 예민하고 기분 별로 라더라고... 가자 집에 데려다 줄께. "
그 후로 매달 승빈은 지연의 그날에 맞춰서 꽃다발을 샀다. IMF로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용돈도 빠듯했던 지연에게는 꽃보다는 생리대가 더 필요했지만 로맨틱한 상황을 현실의 문제로 깨버리고 싶지 않앗다. 매달 생리 때마다 지연은 예쁜 꽃다발을 받았지만 지연은 생리를 할 때마다 여자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그 날이 너무 싫었다. 지연은 승빈에게는 절대 집안 사정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무리 남자 친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연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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