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 동네에 프랑스어로 이름이 지어진, 오래된 빵집이 있었다.
동네에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생기기 전에는 꽤나 인기 있는 빵집이었을 것이다. 지나치며 언제부턴가 가게가 한산 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언제나, 빵집은 빈 쟁반이 없이 빵이 그득그득했다.
아빠는 그곳의 빵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엄마가 집에 오는 길에 역 앞에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빵을 한 봉지 가득 사 가지고 오는 날에는, 아빠는 봉지를 한참 뒤적거리다가 ㅡ먹잘게 없다ㅡ 며 입맛을 쩝쩝 다시고는 게 중 제일 달달한 것을 집어다 선 자리에서 한 입에 털어 넣으시고는 하셨다.
대신에 본인이 좋아하시는 그 빵집에서 직접 빵을 사 가지고 오는 날에는, 본인이 좋아하시는 걸로만 그득 담은 한 봉지를 식탁 한편에 얌전히 세워 놓으셨다.
한창 프랜차이즈 빵집의 세련되고 새로운 맛에 길들여진 나와 내 동생은 왠지 그 빵집의 빵이, 단정한 포장지가, 빵집 비닐봉지에 새겨진 이름까지 촌스러운 것만 같았다.
다디 단 완두 앙금빵이나 생도너츠 같은 것들. 지금에서야 커피랑 먹으면 끝도 없이 들어갈 만한 것들인데, 그때의 우리는 집에서 그런 빵들을 베어 물고 있기보다는 밖으로 나가 자극적인 군것질거리를 찾아 도는 게 더 좋았다.
그러는 사이 아빠는 식사를 마치고 스을쩍 일어나 빵봉지에서 빵을 꺼내 선 자리에서 흐뭇하게 한입에 꿀꺽하시는 것이다. 파자마를 입고서, 꼭 식탁 옆 김치냉장고 앞에서.
시집을 오고 나서 친정에 가면, 시집오기 전엔 자주 보이던 빵 봉지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냉장고에 슈크림빵 같은 것이 언제 그랬는지 모르게 차디차져 들어가 있다.
아빠는 여전히 빵을 좋아하실 텐데도, 아무도 빵을 사다 놓지 않는 것만 같다. 언젠가 친정을 가는 길에 그 빵집을 지나치다 여전히 맛있는 빵이 그득그득하고, 오래됐던 간판도 세련되게 바꾼 것을 보고 왠지 안심이 됐다.
오늘따라 그 빵집의 완두 앙금빵이 먹고 싶다.
핸드폰을 내내 들여다보다 흘끔 본, 파자마를 입고 식탁 옆 김치냉장고 앞에서 빵을 크게 한입 베어 무시던 아빠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