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잎이 빼꼼 내밀던 봄이 가고
활짝 펼치며 여름 햇살 다 가지던 기세도 주춤한다.
가을바람은 붓이 되어 이파리에 색을 입히며
나무를 위한 추석 꼬까옷을 준비한다.
노랑, 주황, 빨강, 그리고 점점 짙은 갈색
나무는 더 이상 붙잡지 않는다.
과감히 내려놓아야
새로운 예술이 시작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낙엽 카펫이 펼쳐지고
아이들은 펄쩍 뛰어올라 바스락 소리에 빠져든다.
점점 선명해지는 앙상한 가지 그리고
새!
가지를 붙들고 있는 발가락,
어디로 날아오를까 방향을 찾는 눈
노래할 때 깃털의 떨림까지!
새들이 펼치는 공연이 곧 시작된다.
일시 :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장소 : 나무와 풀밭, 종종 길거리, 전깃줄
좌석 : 모두 VIP 초대석
관람 팁 : 멈춰 서서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새를 찾고 감상.
참고사항 : 주인공이 수시로 바뀔 수 있음. 따뜻한 옷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