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든든아

by 우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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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예민한 나와 달리 무던한 성격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임신 기간 동안 아내는 큰 어려움 없이 든든이를 태중에 키워왔다. 초반 입덧 시기 때 외에는 임신 기간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020년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나는 아내 곁에 많은 시간 함께 할 수 있었다. 처음 맞이하는 임신 기간 중에 아내 옆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산 예정일이 점점 다가왔다. 이제 긴장할 때가 왔구나. 12월 25일이 예정일이었는데 우리는 내심 '든든아 다음 해에 나오는 건 어떠니?' 라며 연말에 태어나기보다는 연초에 태어나길 바랐다. 하지만,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건강하게만 나온다면 그게 큰 대수이랴?


든든아. 너 나오고 싶을 때 나오렴.


12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나는 언제든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내와 같이 출산 가방을 챙기고 비상시 해야 할 것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출산이 임박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에 대해 공부했다.


12월 20일이 지날즈음 막판에 아내의 배가 이렇게 불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많이 불어나서 놀랐다. 한 9개월까지만 해도 '배가 나왔구나' 생각했는데 막달에 이르니 배가 절정에 다다랐다.


12월 25일. 예정일이다. 우리는 '오늘 나오려나?' 긴장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우리 든든이 생일이 크리스마스가 되면 선물 두 번 못 받는데 어쩌지.' 같은 사소한 고민들을 했는데 드디어 나올 때가 된 것이다. 보통 준비진통(가진통)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아내가 며칠 전에 아래쪽이 뻐근한 것 같다는 말만 하고 그 뒤로는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26일 새벽.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진통이 시작됐다.


처음엔 이게 준비진통인가 했다. 꽤 규칙적으로 오긴 했지만 아내가 크게 아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는 건가.


새벽 2시가 넘어갈 즈음 아내가 본격적으로 힘겨워한다. 진통도 규칙적이고 점점 주기가 빨라졌다.


게다가 아내가 뭔가 흐른 것 같다고 한다. 혹시 양수가 터진 건가 해서 냄새를 맡아봤다는데 별다른 느낌이 없단다. 긴가민가 한 상태에서 우리는 조산원에 전화를 하고 둘라(출산도우미) 선생님께도 이 사실을 알렸다. 조산원에서는 진통 주기를 듣더니 아직은 괜찮으신 거 같은데 진통 주기가 좀 더 빨라지면 다시 연락 달라고.


새벽 5시. 우리가 가야 할 조산원은 집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져 있다. 미리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아내와 같이 아직 해가 뜨기 전인 도로를 달렸다. 아내는 열심히 통증을 참고 있었고 나는 긴장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조산원으로 향했다.


조산원에 도착하자마자 조산사님이 출산할 방을 알려주시고 우리는 그곳에서 감통 동작들을 했다. 자연출산 교육을 받으면서 몇 가지 감통 동작을 배웠는데 그때 당시에는 서로 '이게 도움이 되나?' 라며 '하하호호' 웃으며 동작을 따라 했는데 실제 출산 때가 되니 아내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동작 중 아내에게 많은 도움이 됐던 건 아내의 허리와 골반 사이 부분을 양손으로 지그시 눌러주는 자세였다. 한 시간 정도 아내가 감통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 태동 검사를 한다고 30분 정도 모니터링 기계를 차고 아내가 누워있었다. 아내는 이때가 가장 힘들었단다. 그러고 보니 일반 산부인과에서 자연분만을 하는 산모가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런 감통 동작을 전혀 할 수 없고 누워만 있어야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감통 동작을 하면서 신기했던 건 아이가 태중에서 움직이는 게 내 손에도 전달됐던 일이다. 지그시 누르는데 아이가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움직임이 손으로 전달됐다.


새벽 내내 아내 옆에서 감통을 돕고 운전을 하고 조산원으로 왔더니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아내도 마찬가지로 통증이 오면서도 졸려했다. 마침 둘라 선생님이 오셔서 나는 쉬고 있으라고 하고 아내 역시 잠시라도 잠을 잘 수 있게 침대에 눕히고 감통을 도왔다.


조산원에 도착하고 4시간 정도가 지났다. 아이가 꽤 많이 내려왔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라 선생님이 조산사 선생님을 호출했고 본격적인 힘주기 단계에 들어갔다.


힘주기 단계에서는 아이의 머리가 자궁입구로 다 내려왔을 때다. 이때 자연출산을 하는 경우 남편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데 아내의 선택에 따라 회음부 부분을 보지 않게 할 수도 있다. 몇몇 사람들이 아내의 출산을 보면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해서 선택에 따라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다.


아내는 굳이 볼 필요 있냐며 안 보는 걸로 선택했고 나는 옆에서 아내 손을 붙잡고 힘주기를 도왔다.


몇 번 힘을 줬을까?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된 지 대략 4시간여 만에 든든이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동안 미디어에서는 출산 때 온갖 비명소리와 고통의 신음소리가 난무하는데 아내는 '아..' 하고 낮은 신음을 몇 번 낸 게 끝이었다. 누가 보면 출산이 쉬운 건가 착각할 정도로 아내가 정말 대단하게도 무탈하게 출산을 해냈다. 극적인 기분이 들 줄았았는데 그것보다는 안도감이 찾아왔다. 다행이다. 아내와 아이 모두 건강하게 출산했구나.


든든이가 힘겨운 사투 끝에 우리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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