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깰 때마다 마음이 커져있다.
조심성 없이 너무 큰 크기로 자라난다.
설렘과 간지러움 사이에 발을 동동 구르며 웃기도 하지만
쉼 없이 방방 뜨기만 했던 지난 어리광 같은 감정은 가라앉았다.
생경하고 낯선 감정이다.
그럼에도 이 감정을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는 표현할 이름이 없다.
.
비가 내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촉촉이 젖은 거리 위,
노란 가로등 불빛 아래 반짝이며 길을 만들었던 은행잎들.
그를 마주하고 우리를 시작한 계절,
그 색과 온도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싶다.
Rollei35 | Kodak ColorPlus 200, 35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