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6월 말, 아들의 방학은 시작되었다. 8박 9일,아들과 함께하는 최장기 여행을 계획하는엄마는 신남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이 여행, 과연 괜찮을까?'
결혼 전, 혼자서 떠날 때도 모든 동선마다 계획을 미리 짜두였다. 방학이더라도 방과 후 수업이 있으니 미리 학사일정에 맞추어 비행기 표를 거의 일 년 전에 사두는 탓도 있었지만, 모든 변수를 다 체크해야 한다는 꼼꼼한 이 성격 탓도 있었다.
통상 수학여행 전, 수학여행을 실시할 학년의 부장교사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 사전답사를 간다.계획 없는 집행은 모든 학사행정에 없기 때문이다. 늘 그에 따른 준비를 했다. 학년이 시작되기 전 통상 사전답사를 떠나고 모든 계약은 미리 완료된다. 교통수단, 이동시간 계산, 숙소, 이동 시간 중 할 일, 도착지의 활동, 안전, 보건과 관련된 사항 등.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여행은 모든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그 중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안전'이다.
여행지에 떠나기 전, 나는 마치 수학여행 인솔자처럼 거의 모든 예약을 미리 완료하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두었다. 혼자 가는 여행에서도 마치 아이들을 데리고 수학여행을 가듯이 늘 계획서가 존재했다. 그렇게 미혼시절에 혼자 떠난 2주간의 호주 여행도 걱정많은 아버지께 여행 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출발 전부터 얼마나 들들 볶으시는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 퍽 알고 싶으셨나보다.
'그렇다. 걱정도 유전이다. 아하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몇 번의 아나필락시스를 겪곤 나는 해외여행이 두려웠다. 남들이 돌이라며, 생일이라며 산후조리 후, 동남아로 떠날 때 겁 많은 내가 결정한 건 늘 제주도였다. 이 나이를 먹고도 아직 동남아시아를, 패키지 여행을 한 번도 가지 않은 건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나는 그렇게 '졸보'라 주야장천 아들과 제주도만 계획서를 써서 여섯 번을 갔다. 그렇게 코로나 시국, 지금 살고 있는 이스탄불을 향하는 비행기가 아들의 첫 번째 국제선 비행이었다.
아, 아름다운 제주도! 난 좋은 곳을 갈 때면, 여전히 여기 제주도 어디 같다고 자주 말한다. 그러면 남편은 너는 내가 어디 좋은 데를 데려가도 제주도만 찾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진심으로 푸른빛 한담 해변을 따라 걷던 그 날의 제주보다 더 아름다운 건, 아직 내게 없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제아무리 멋지고 화려한 석상과 건축물도 제주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뜨근한 보말칼국수 한 그릇 후루룩 먹는 그 푸근함. 그것보다는 나은 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시절, 이제 막 돈가스를 처음 먹던 아들의 부산스러움도 돌아보니 참 행복했다. 아들을 먹이며 내 밥을 먹으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순간들이 무수했지만, 그 바다의 모래와 푸른 물결, 바람. 모든 게 충분했다.
그렇게 나는 아이를 낳고, 색다른 구경이나 화려한 볼거리보다자연이 참으로 좋았다. 늘 좋은 것을 볼 때, 입에 붙은 '여기 제주도 - 같다.'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제 제법 큰 아들과 꼼꼼한 남편과 함께 떠난 여행은 이렇게 남편의 오타 많은 계획서에서 시작되었다.
걱정 많은 나는 그에게 계속 물었다.
"괜찮을까?"
나의 계속된 질문에 남편의 짜증이 슬슬 올라오는 시점, 나는 또 묻는다.
"이 여행, 정말 괜찮을까?"
"아, 괜찮다니까."
가끔 괜찮지 않고 싸우기도 하고, 피곤하다며 일정을 지우고 쓰러져 먹고 자버린 여행, 하지만 돌아보니 참으로 괜찮았던 그 시간, 그 여행의 순간들은 이제 다시 지금, 이곳에서 시작된다.
본 일정은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출발하여 체코 프라하에서 렌터카를 빌려, 체코 체스키크룸로프, 오스트리아, 독일 그리고 다시 체코 프라하로 돌아옵니다. 일단 남편의 오타 많은 계획서 초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와의 여행, 우리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