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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룡 Feb 06. 2023

2. 50대 후반의 근력운동

그리고 뿌듯하다. 오늘도 운동을 했구나.


용을 쓴다. 벤치프레스의 무게를 조금 올려봤더니, 올라가는 속도가 한 참이나 느리다. 무거워 죽겠다. 그래도 하나 더 해서 받침대에 올려놓고, 뿌듯함을 느낀다. 내일은 조금 더 무게를 늘려 볼까?라는 자만에도 빠져 본다. '그러다 다친다.' 주변에서 내 또래들이 하는 말이다. 도대체 깡마른 아이(?, 50대?)가 가녀린 팔로 그 무거운 걸 드는 것도 신기할 수 있지만, 그걸 또 무게를 올리겠다고?


실은 50대 후반에 근력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는 거의 맨손이거나 가벼운 것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최근 나오는 매체에서 보면 70대나 80대 어르신들이 운동하거나 몸을 만드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100이면 89개 이상은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의 근력 운동을 다루고 있다.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50대 후반에 운동하겠다고 달려들다가는 '다친다.'는 말이 제일 많다. (나는 운동 시작한 지는 꽤 됐다. 그렇더라도 50대 이후에 시작을 했으니, 늦긴 했다.)


고집도 참.. 그렇게 하지 말라해도 나는 그렇게 해 간다. 매일을 체육관엘 가서 푸시업을 하고, 스쿼트를 하고, 덤벨을 들고, 바벨을 밀어 올린다. 운동을 하다 보면 관심이 많아지는데, 그러다 보니 유튜브를 보는 경우의 수가 늘어간다. 보면 젊은 사람들이 아주 단기간에 근육량을 끌어올리는 내용이 거의 다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이 필요 없다. 내 나이대의 근력운동은 단기간에 근육량을 끌어올릴 필요까지는 없다. 나의 체형과 나의 나이로 봐서는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서두르지 않는다. 조심은 하되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중량을 들어 올리고, 힘을 써 본다.


자세는 중요하다. 자세를 잘 못하게 되면 순식간에 다친다. 다친다는 의미가 이제는 다르다. 다치면 빠른 회복을 기약할 수 없는 그런 나이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내 나이대에는 운동의 자세는 상당히 중요하다. 운동을 지속하다 보니, 이게 참 재미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도 운동할 때를 생각하면 근육이 근질 거린다. '제발 바벨 좀 들어주세요.'라고 근육들이 외쳐대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곤 퇴근 후 체육관엘 가서 바벨을 들어 올렸을 때 근육들의 희열이 느껴진다. 너무 갔나? ^^


매일을 근육 운동을 해도 몸이 단단해진다는 느낌은 들지만 내가 바라는 체형의 변화는 아주 미미하다 못해 변화가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서두르지도 않고, 그렇게나 많은 겉모습의 변화를 바라지도 않는다. 아니 바라지 않는다는 건 거짓인 듯싶다. 바라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그렇게나 오랜동안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굳이 지금에 와서 획기적인 변화를 바라는 것도 욕심이다.


그래도 매일 운동을 한다. 몸의 변화뿐 아니라 마음의 변화도 중요하다. 무엇인가 앞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 어제 보다는 오늘이 더 건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필요한 나이이다. 그래서 그렇게 한다. 서두르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고 그저 오늘 체육관에 가서 근력 운동을 한다. 그리고 뿌듯하다. 오늘도 운동을 했구나.


운동은 이분할을 하는데, 가슴/등/복부와 어깨/팔/다리/복부로 반복해 간다. 거의 휴식 없이 반복한다. 저녁약속이 있거나 하면 다음날로 넘어가긴 하는데, 그런 날이 아니면 매일 하고 있다. 매일을 하다 보니, 중량의 증가도 그렇고, 운동의 종류, 횟수 등도 조금씩 늘어간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통상 3-4시간 운동을 하는 이야기도 있고 한데, 몇 년 전까지 하루에 그렇게나 많은 시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는데, 사람은 역시 겪어봐야 안다. 이제는 그게 이해가 된다. 운동을 하다 보면 더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이 솟아오르기도 한다. 그러니 그 3-4시간이 행복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아직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운동의 시간이 늘어가는 건 확실한 것 같다.


나는 운동에서 처방을 찾는다.


연말에 우리 막내 아이가 직장에서 휴가를 받아 멕시코에 와서 머무르다가 1월 초에 돌아갔다. 막내가 돌아간 직후에 - 나는 내 평생에 가장 심했던 - 감기 (다행히 코로나는 아니었다.)에 걸려서 3주 정도 아주 심한 고생을 했다. 막내가 있다가 돌아간 마음의 빈자리 때문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암튼 내 평생 그런 심한 감기는 처음이었다. 그 기간 동안에 나는 체육관에 갈 엄두도 힘도 없었다. 그러다 몸이 회복됨과 동시에 다시 체육관엘 가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심한 감기 후에 전과 다르게 낮에도 약간의 피곤함이 느껴지고 있다. 전 같았으면 나는 비타민 복용량을 늘려야 하나? 잠을 더 자야 하나? 운동하지 않고 쉬어야 하나? 등등으로 처방을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나는 운동에서 처방을 찾는다. '근력 운동 후에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하나?'로 생각이 모아진다. 그러다 최근에는 매일은 아니지만 근력 운동 후에 30분 정도 유산소 운동을 한다. 우선은 30분 정도 속보로 하고 있는데, 속도를 늘려가면서 30분 정도 뛰는 게 목표다. 그러다 보면 피곤함도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중요한 것은 운동을 한다는 자체 보다도 체육관엘 가는 것이다. 내가 가슴운동 등을 하면서 푸시업을 한 300개 (전에도 언급한 바 있다. 푸시업을 하지 않으면 다른 어떤 운동을 많이 해도 이상하게 운동을 마무리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정도 하는데, 엎드리기 전까지가 망설임의 변화가 있지, 막상 엎드리면 300개(분할)까지 거뜬하다. 스쿼트도 그렇다. 한 개 시작이 어렵지 일단 한 개만 하면 100개는 무난하다. 나는 오늘도 내가 체육관에 갈 것이란 걸 확신한다. 그게 시작점이다. 체육관에 가기 위해서 문밖으로 나서는 일이 시작이고, 그게 운동의 반이다.


*** 50대 후반 아저씨의 운동 기록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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