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를 가다가 흐린 하늘을 뻥 뚫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공사하는 드르륵 소리에도 지지 않고 선명하게 귓속에 박혔다. 두리번거리다가 높다란 곳을 가로지르는 전선 위에 앉은 새를 찾았다.
전체적으로 회색빛이었고, 목둘레에 살짝 뻗친듯한 털이 나 있었으며, 퉁실한 이미지의 새였다. 새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머릿속에 잘 각인시켰다고 생각하고 가던 길을 걷다가 집에 가서 찾아보려고 사진을 찍었다.
찍긴 찍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생김새가 어땠는지 구분이 잘 안 된다. 우는 소리를 녹음했지만 다시 들어보니 뭐라고 하면서 우는지 잘 모르겠다. "삐- 삐삐리" 같이 들린다. 소리가 글자로 발현되지가 않아 일단 떠오르는 대로 써보았다. 뒷부분은 방울이 굴러가는 듯 들리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에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새 25종의 이름과 우는 소리가 담긴 동영상을 찾아보았다. 이미 그전에 10월에 우는 새, 여름에 우는 새 등을 뒤져봤지만 비슷한 새를 찾을 수가 없었다. 역시 기억은 이상해서 이걸 들으면 이것 같고, 저걸 들으면 저것 같더라. 가장 그럴듯한 새는 토비(とび : 소리개)였다. 하지만 그럴 리가. 오늘 본 새는 전혀 맹수처럼 생기지 않았었는걸. 토비가 울 때 '삐리리리리리~' 하고 호루라기를 부는 것처럼 높다랗고 긴 소리를 내는데 아주 살짝 비슷했다.
지금 와 생각나는 건데 유치원에서 오는 둥이들 마중을 나갔다가(거의 모든 발견이 마중 속에서 일어나는군.) 하늘 위를 멋들어지게 나는 맹수를 봤었다. 토비가 아니었을까. 공기의 흐름을 타면서 날개를 쭉 뻗고 선회하는 모습이 토비나, 하야부사(はやぶさ : 매)나 그런 종류였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전선 위에 앉았던 것도? 그럴듯하지는 않다. 맹수가 전선 위에 앉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어디 뾰족한 곳(예를 들면 통나무를 세로로 세워둔 곳이라든가)에 앉으면 모를까.
몇 번이나 이 새인가 싶었던 새가 있었다. 생김새가 가장 비슷했던 히요도리(ヒヨドリ : 직박구리) 다. 우는 소리는 '삐- 쵸쵸-' 이런 식이라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데. 내 귀의 문제이거나, 기억력, 혹은 그때 새의 상황에 따른 우는 소리 변화의 문제일까.
조금만 크게 확대해서 찍었으면 어찌 찾아볼만했을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