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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Apr 09. 2024

좋은 숙소가 성급에 비례하지 않는 이유

  타이베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곤욕을 겪었기 때문도 있지만, 여행 중 느낀 건 예전보다 '좋은 숙소'에 대한 욕망이 스스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모르는 누군가와 잠자리, 그리고 욕실을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가령,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에서는 더 이상은 묵을 수 없을 거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도착한 타이베이에서의 두 번째 숙소, 4성급 호텔. 위치도 타이베이에서 제일 핫하다는 '시먼' 근처였다. 게다가, 고층에 위치한 숙소라고 해서 전망 또한 기대가 되었다. 무엇보다 예약 사이트마다 한국인의 긍정적인 후기가 많아, 나름의 거금을 들여 예약했던 기억이 났다. 기대가 점점 부풀기 시작했다.


드디어, 기다렸던 호텔 객실키를 받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객실 문 앞에 섰다.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고, 카드키를 문 앞에 대었다. 객실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응?'


글쎄, 안 좋은 숙소라고는 결코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결코 '좋은 숙소'라고도 할 수 없었다. 하늘색의 벽지와 고동색의 침대 프레임, 얇은 침구류와 묘하게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답답해 보이는 가구와 좁은 공간.


그나마 위로를 건네주는 건 창 밖 풍경이었다. '이만한 풍경을 숙소에서 볼 수 있는 게 어디야' 하며 생각했지만, 씁쓸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리고, 씁쓸했던 감정은 불길이 되어 새벽에 돌아오고 말았다. 욕실 쪽에서 알 수 없는 물 흘러가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베개로 귀를 틀어막아보려 했지만, 소리가 너무 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욕실등을 켜고 안으로 들어가, 쪼그려 앉아 롱타월로 열심히 틀어막았다. 그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는 소리가 되었다. 겨우 잠에 들었지만, 깊은 잠은 못 잔 채 겨우 아침을 맞게 되었다.


하지만, 조식당에서 한 번 더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으니. 음식의 가짓수 너무 적었고, 전반적으로 음식 맛이 정말 맞지 않았다.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토스트와 우유. 간신히 끼니만 때울 수 있는 정도로 3일은 버텼다.



그리고 타이베이 다음으로 도착한 두 번째 목적지, 타이중.


 내가 숙소에 대해 너무 기대했던 탓이었나 싶어, 이제는 아예 기대를 접기로 했다. 또 이번 숙소는 오히려 저렴한 가격과, 사진만 보고 어림으로 예약했기에 정말 큰 기대가 없었다. 게다가 3성급 호텔이 아닌가. '그래, 전 숙소보다 당연히 덜할 수밖에 없겠지. 벌레만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 며 케리어를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객실 문을 열었는데, 다른 세상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객실 컨디션이 정말 깔끔했고, 특유의 엔틱한 객실 분위기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객실에서 나는 은은한 향 또한 우리의 고달픈 마음을 달래주었다. 침대에 누워보니, 침구 왜 이렇게 부드러운가. 기대도 안 했던 숙소가 우리에게 선물 같았다.




 다음 날, 그동안의 묵었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거 같았다. 너무 개운해,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었다. 조식을 먹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엘리베이터 입구에서부터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분위기 좋은 클래식 음악이 은은하게 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식당으로 들어갔을 때는, 각 음식 보울마다 조명이 은은하게 켜져 있었고, 풍부한 음식가짓수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그뿐인가, 싱싱한 대만 과일과 디저트까지.



 '좋은 숙소'라는 건 참 주관적인 거 같다. 후기로 보자니, 여러 사람들은 접근성이 좋은 타이베이 4성급 호텔을 좋은 숙소로 꼽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니었다.  오히려, 내게는 성급보다는 호텔 속 내실 있는 구성이 더 중요했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건 타인의 취향이 아닌, 나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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