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유난히도 계속 눈에 띄었던 수많은 무지개들.
첫 여행지였던 시먼딩의 무지개 횡단보도 방문부터 눈에 더 들어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여행 곳곳을 다녀도 이 녀석이 대만 전역 곳곳에서 보였다. 타이베이뿐 아니라 타이중, 가오슝까지. 거의 대만 전역에 존재하는 거 같았다.
무지개를 발견할 때면 특유의 알록달록함에 사로접혀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재빨리 눌렀다. 무지개 색 옷에 화려함에 눈길을 빼앗기기도 했으며, 건물 간판 속 숨겨진 작은 무지개까지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다, '이 무지개의 의미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대만에 있는 이 무지개가 단순한 미(美)만 추구한 매체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의문이 생겼다. 재빨리 꺼내어 본 스마트폰으로 정말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첫날의 '무지개 횡단보도'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인권을 존중하고 성 평등과 중립을 위한 노력에 대한 상징물이라고 했다. 살펴보니, 대만은 2019년 5월 17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나라였다. 대만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는데, 그 의미가 내포된 무지개가 대만 전역에 걸쳐 있다는 건 더 놀라웠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성소수자들의 상징인 무지개를 바닥과 여러 물체에 새겨둔다는 건 이들도 이 땅에 당연히 존재할 수 있고, 또 평등할 수 있다는 걸 여러 사람에게 전달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 이후로부터 대만에서 무지개를 보는 시선이 꽤 달라졌다. 무지개를 보고, '환호'와 '감탄'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거운 감정들로 채워졌다. 평등을 바랐던 누군가의 뜨거운 눈물이 담겨져 있어서 였을까. 알록달록 화려한 무지개 속에 이런 이면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러모로 대만이 더 궁금해지고, 좋아지기 시작했다.
다름을 그대로 인정해 주며, 미움보다는 따뜻함으로 소수자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대만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