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이 '부산'과 비슷하다는 게 많다는이유로끌렸다. 대만 내의 최대 국제항이 위치해 있다는 것도그랬지만, 남부에 위치한 제2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보고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대만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타이베이 다음으로 언급하는 도시가 '가오슝' 이길래, 구체적인 계획을 짜기로 했다.
MBTI의 J답게, 구석구석을 계획했다. 그중의 하루의 일정은 '항원우육면'을 시작으로 보얼 예술 특구를 거쳐, 자전거로 치진섬을 둘러보고 루이펑 야시장을 둘러보는 계획을 세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걸 과연 하루 만에 다 할 수 있는 계획인가 싶은데, 그때를 되돌아보면 열정이 육신을 지배했던 때이기에 무조건 가야만 했다.
그리고 많은 검색과 여러 후기를 보고 찾아 간 첫 맛집 '향원우육면'. 블로거들이 모두 10시 30분 오픈 때 가야,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슈퍼 J에게는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 아닌가, 당연히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시간 맞추어 입장했다. 하지만, 의자에 앉자마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메뉴표에는 한자로 된 여러 음식이 종이를 메우고 있었다. 이 중 무엇이 우육면이며, 베스트 메뉴인지 알 길이 없었다.
가오슝 '향원우육면'
'당연히 우육면 집이니, 우육면 시키면 되지' 하며 생각했던 과거가 후회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 마침 상대적으로 즉흥적이었던친구가, 구글 번역기로 메뉴판을 번역해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비빔 우육면 둘, 탕우육면 하나, 오이 절임 하나 하자!" 두 명이 먹기에 꽤 괜찮은 제안이었는데, 갑자기 또 특유의 고민병이 도지기 시작했다. 양이 많지 않을지. 이 메뉴가 우리가 원하는 메뉴가 맞을지.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대만의 음식은 거의 대부분 소량으로 나왔기에 외쳤다. "그래 그러자!"
그리고 메뉴가 나왔을 때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실, 음식의 양이 우리의 생각보다 조금 많은 거 같아 살짝 놀랐지만, 다행히 우리가 기대했던 그 메뉴를 들고 오셨기에 안심되었다. 양이 많은 건 그냥 배부르게 먹으면 될 터이니,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젓가락을 들고나서부터였다.
블로거에서 극찬했던 찐 맛을 기대했지만, 밀가루 향이 너무 강했고 기름맛이 입속을 지배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식수가 들어 있는 물컵을 들이킨 다음 다시 젓가락으로 면 한가닥을 집어 천천히 음미해 보았다. 처음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는 느끼한 맛에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오이절임을 먹으며, 슬쩍 친구를 보았는데 친구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우리는 멋쩍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우리는 절반도 먹지 못하고 그릇에 음식을 가득 남긴 채, 계산하고 문으로 향했다. 가게 앞에는 떙볕에서 웨이팅 하는 사람이 가득했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테이블에 앉으며 기대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우리의 입맛이 이상한 건지, 우리의 음식이 이상했던 건지 알 수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게를 문 앞을 나섰다.
타인의 취향과 내 취향이 같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럴 때면 내 취향이 참 특이하다 싶다. 그런데, 그때 '그럼 내 취향의 맛집과 관광지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하며 의문이 들었다. 또 그러자, '이 모든 게 내 계획적인 성격 탓인가' 하며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에이, 즉흥적인 성격이 된다면 이런 걱정을 안 해도 되겠지' 하며 친구를 부러워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 끝에서 알게 된 중요한 한 가지. '여행'을 통해진짜 취향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그래, '맛집 검색부터 실패, 그리고 이 생각또한 전부 여행의 일부겠구나.' 하며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