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내기 권선생 May 14. 2024

치진 섬으로 떠나야 하는 이유

대만 가오슝 여행 2탄

 어김없이 형형색색 대만 무지개가 우릴 반겨 주었다. 그 뒤로는 초록 덩굴이 칭칭 감긴 아름다운 벽이 보였고, 흰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 한 분이 치아를 드러내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한 손은 허리에 올리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를 향해 눈웃음을 찡긋 보내왔다.

 우리가 도착한 '보얼 예술 특구'는 사실 버려진 물류 창고 단지였다고 했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개성 있는 작품들로 인해 아름답게 재탄생되었다고 했다. 명성만큼이나 이곳에는 미적 감각을 뽐낸 작품들이 많았다. 푸른 잔디 속 구부러진 철도가 있었고 왼쪽으로는 바다가, 우측으로는 개성 있는 가게들이 즐비해있었다. 철로를 따라 들어오는 열차가 대만 특유의 감성을 완성해 주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홍대 연남동'과 유사했는데, 그보다 밀도가 적어 더 쾌적했다.


 무엇보다 파란 하늘의 흰 구름과 주황빛 태양이 기쁨을 배가 되게 해 주었다. 우리는 상쾌하면서도 조금씩 감정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한자로 크게 '氷'이 쓰인 간판을 보고, 가게로 들어갔다. 다행히 빙수 가게가 맞았다. 싱싱한 과일 빙수 두 개 주문했다. 시원한 얼음과 달콤한 과일이 잘 어우러져 우리의 북받친 감정을 조금씩 녹여주었다.



 우리는 배를 타고 섬으로 이동했다. 과연 이곳에서는 또 어떤 신선함이 우릴 맞이할까. 바닷길을 따라 힘차게 달리는 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없는 다른 공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는지는 몰겠지만 다시 조금씩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치진섬'에 도착한 뒤 망설임 없이 자전거를 빌렸다. 그리고, 사장님이 쥐어주신 종이 지도를 따라 페달을 밟았다. 몇 분쯤 지났을까. 지도를 따라 우측으로 쭉 달리다 보니, 알록달록한 색상의 대만 로컬 주택이 등장했다. 그 앞에서는 어린 꼬마 아이들이 미소를 품고 공을 가지며 장난치고 있었다.


 그리고 유독 지도에서 '등대'와 '동굴'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속도를 낮추고 자전거를 조심히 주차하며 걷기 시작했다. 구석구석 걸어 갈수록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서로의 목소리보단 점점 자연 고유의 음향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소리, 각종 곤충과 새가 울음을 내는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왠지 이전과는 달리 현지를 '여행' 하는 게 아닌, 동화되어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바람을 맞으며 더 힘차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마침 뜨거운 태양 아래의 반짝거리는 물길을 발견했다. 자전거길 끝에 도착한 곳은 현지인과 관광객이 뒤섞여있었다. 적막하기도 했지만 떠들썩했으며 이상하게 도 이 모든 것들이 조화로웠다. 흥이 나는 대로 우리는 모래 속에 자전거를 대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게로 홀린 듯 들어가게 되었다. 시원한 맥주 두 잔을 주문한 채, 가게의 그늘에 앉아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작가 영하가 저서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의 이유 중 하나를 '현생의 걱정보다 현재 이 순간 일어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어서'라고 했다. 지금 우리의 감정을 설명할 수 있는 건 이 한 문장이었다. 우리는 차가운 맥주를 들이키며, "그래.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을 즐기는 거야" 하며 포부를 밝혔다.


마침 우리 눈앞에는 비치 발리볼을 하는 소년들이 보였다. 까슬까슬한 모래 위에서 네트를 마주 보며 팀워크를 다지고 있었다. 선수처럼 우리도 스스로에게 완고해지고 있었다.


    


 


이전 13화 진짜는 젓가락을 들고난 후부터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