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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Feb 19. 2024

왠지 아는 척해야 할 거 같아서

I와 F 감성 가득한 나의 대만 이야기

 드디어 대만식 아침 식사를 마쳤다. 첫 대만 음식의 솔직 후기를 말하자면, 맛없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또 썩 엄청 맛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했다. 어딘가 느끼했다곤 할까. 하지만, 이런 불평을 싹 없애게 해주는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가격! 이렇게나 푸짐하게 먹었는데도 인당 3000원 밖에 들지 않았으니, 물가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2차전을 위해, 카페로 향했다. 그런데, 어딘가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있는 게 아닌가. 공원 안에,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훤칠하게 생긴 어떤 남성 분이 맨 앞에서 한 팀씩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게 아닌가. 자세히 살펴보니, 왠지 같기도 하고, 모를 같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인 같기도 하고, 아닌 같기도 했다. 생각날 듯 말 듯한 아리송함이 가려움을 더 자극시켰다.


 줄을 서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 같이 간 친구가 용기 있게 줄 서는 사람에게 묻는 게 아닌가. 대답을 들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알고 보니, 환승연애에 출연했던 '선호민' 님이었던 것. 워낙 환승연애 시리즈의 팬이라, 내게는 배우를 보는 것과 다름없었다. 친구를 끌고 얼른 줄 뒤로 섰다. '과연 어떤 이유로 대만까지 오신 걸까' 생각하며, 땡볕에서 30분간 기다리니,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셀카 모드로 손을 쭉 뻗으며 호민님께 여쭈어봤다. "여기에, 촬영 때문에 오신 건가요?" 웃음을 활짝 지으며, 대답했다. "아뇨 아뇨. 정카드하러 왔어요." 같이 간 친구와 나는 순간 눈이 마주치며 이해하지 못해"무엇 때문에요?"라고 질문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정카트요~"라는 답뿐이었다. 3초간의 침묵이 흘렀지만, 어떤 유명한 무언가를 하러 왔다는 생각이 들어 재빨리 "아, 네! 감사합니다, 파이팅!"을 외치고 말았다. 그리고 얼른 그 자리를 도망치듯 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다른 친구가 호민님이 여기에 어떻게 오게 된 건지 물어보았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정카드 하러 왔대"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 친구도 모르는 게 아닌가. 도대체 '정카트'의 정체가 뭘까 너무 궁금해, 호민님의 인스타 계정을 열심히 찾아 들어가보았다. 호민님은 대만에 여러 쓰레기들을 주워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글 속에서 정카트의 비밀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정크아트" 였던 것! 임용고시 미술 공부 때, 열심히 암기했던 내용인데 왜 안 들렸을까.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일명 '정카트' 사건이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곳 저곳을 열심히 다니니, 금방 해가 지기 시작했다. 술집에서 한 잔 하기로 했다. 그런데, 대만 사람들이 우리에게 이리저리 중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게 아닌가. 우리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씨에씨에"만 외쳤다. 그런데, 또 다른 대만 사람이 나타나 알고 있는 한국말, 그리고 영어로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 또 어떤 분은 우리에게 칵테일을 사주면서까지 만나서 너무 반갑다고 했다.


 그렇게 분위기가 오를 때쯤, 이번에는 이번에는 어떤 외국인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뒤에서 큰 소리로 "Show map"을 외쳤다. 순간 '무슨 말이지?' 하고 생각했지만, 알고 있는 숙어를 동원해 뜻을 유추하기 시작했다. '지도를 보여주라니까, 음.. 우리가 길을 너무 막아서 길을 내어달라는 건지 몰라' 싶었다. 그래서, 중국어로 미안하다는 뜻인 "뚜이부치"를 외치며 길을 터 주었다. 하지만 그 외국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에게 한 번 더 "Show map"을 또 외쳤다. 심지어 이번에는 우리를 다른 자리로 끌고 가려고 했다.


 불길한 마음이 있었지만, 무언가 보여줄 게 있나 싶어 들어가 보니. 거기에 놓여 있는 건 아주 익숙한 한국 술이 놓여 있었다. 바로, "소주"와 "맥주"였다. '이게 뭐지?' 하고 생각할 때쯤 다시 한번 더 외쳤다. "소맥!" 우리는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그제서야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만의 이 특유의 아는 척(?)을 언제부터 시작했나 떠올려보니, 학생 때부터였다. 중학생 쯤이 었던 거 같다. 학원에서 수학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아는 척하며 연신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시험만 치면 모르는 게 들통날 일인데, 왜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을까. "모르는 사람 있나요?" 라고 말씀하실 때, 속으로는 '저요!' 를 백번도 넘게 외쳤지만, 손은 결국 올리지 못했다.


 그때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는데, 성인이 되니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거 같다. 아무래도, 나만의 특유의 I(내향), F(공감) 감성 때문인 거 같은데, 저렇게 열강하시는 선생님 앞에서 도대체 어떻게 모르겠다고 할 수 있겠는가. 또 나 혼자 모른다고 손을 들기에는 너무 부끄럽기도 했고, 모른다고 했을 때의 선생님 반응도 두려웠다.


 그럼 대체 모르는 걸 어떻게 해결했나 생각해보니, 나만의 해결법이 있었던 거 같다. 혼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고, 가까운 사람에게 이리저리 묻기도 했다. 그래도 안되면 아무도 안 보이는 곳에서 1대 1로 선생님께 몰래 질문드리곤 했던 거 같다. 그렇게 나는 질문을 혼자 해결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어딘가에도, 나같은 성향의 학생이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을테다. 누구에게든 각자의 질문 해결법이 있는 법이다. 다만, 해결법이 다를 뿐.


적어도 나는 그 마음을 알고 있으니, 질문을 강요하지 말자며 혼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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