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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Feb 28. 2024

웨이팅에는 이유가 있다니까!

Feat. 라뜰리에 누가크래커

  해외여행 중 원치 않았던 게 있었으니. 바로 '웨이팅'이었다. 해외여행 시간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소모해야 한다는 게 썩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사실 한국에서는 맛집이라고 들어가서 먹어도 거기서 거기였다. 붐비는 테이블에 부대껴 앉으면 맛있는 음식도 이상하게 맛없게 느껴지기도 했으니까. 무엇보다 평소에 맛집에 큰 관심 없는 내 성격도 한 몫했던 거 같다.


  "카톡!"


 같이 가는 친구가 표 하나를 여행 단톡방에 올렸다. 여러 유튜브와 블로그를 검색해서 본인이 직접 정리한 '맛집표'라고 했다. 이 표에서 벗어나는 맛집은 없다며, 대만 여행이 기대되고 빨리 가고 싶다고 했다. 마치 전교 1등의 요약 노트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지만, 그 친구 덕에 나머지 일정을 쉽게 짤 수 있어 고마움이 컸다.


타이베이 맛집 농축 액기스.zip (친구 윤*현 제작)

 사실 대만에 도착해서부터는 불안감이 조금씩 엄습하기 시작했다. 모든 음식점마다 밖에 서서 웨이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부터 나왔다. 만약 비라도 내리면, 우산 쓰고 신발도 젖고 축축 해질 텐데.. 기대감보다는 또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첫 번째 웨이팅 맛집은 '유산동 우육면' 집. 평일인데도, 아니나 다를까 줄이 꽤 길었다. 순간, 한국말이 너무 잘 들려 여기가 대만이 맞나 아리송하기도 했다. 한국 유튜브와 한국 블로그를 보고 표를 정리했으니, 사실 한국인이 많은 게 당연한 법이었다. 그렇게 약 30분간의 웨이팅 끝에 식당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유산동 우육면

 걱정과는 달리 벽면에 붙여져 있는 미슐랭 그림과 몇 개 없는 단출한 메뉴가 신뢰를 꽤 주었다. 잠시 후, 미리 주문한 메뉴들이 나왔고, 비주얼을 보며 긴장을 조금씩 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뒤 곧 눈이 번쩍 뜨이고 말았다. 국물을 맛보니 매콤했지만, 담백했고 칼칼함이 목 끝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또 짭짤하고 살짝 달기도 한 맛에 계속 손이 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부드러운 고기와 가락국수면의 색다른 조합이 정말 잘 어우러졌다.


 웨이팅이 걱정된다며 징징거렸던 내가, 웨이팅하길 잘한 거 같다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맛집을 가는 이유를 조금 알 거 같았다. 기다린 만큼, 맛도 배가 되어 돌아오는 거 같았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 후기가 많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그럴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친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친구가 가자고 하는 맛집이면 쪼르르 발맞추어 걸어갔다. 웨이팅 시간도 꽤 지루하지 않다. 다른 가게도 둘러보며 제 각각인 사람들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꽤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디저트를 하나씩 헤치어 나갔다. 행복당 밀크티, 호호미 소보로빵, 지파이까지.

(타이페이) 행복당 밀크티 / 핫스타 지파이 / 호호미 소보루빵
(타이중) 하이즈빙 빙수 / 궁원안과 아이스크림

 또 우리는 계획하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자연스레 줄 서는 습관이 생겼다. 특히 야시장에서 빛을 바랐는데 버섯 구이, 고구마볼, 후추빵, 탕후루 등 닥치는 대로 사람이 많이 있다 싶으면 줄을 서서 먹었다. 놀랍게도 실패가 없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검증된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니 사실 실패할 수 없었다.


 정말이지, 실패가 없었다. 어디를 가든 식당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것도 장점인 셈이었다. 사실 그들의 취향이 곧 한국인의 취향인 것이고, 그것이 내 취향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인 셈이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많으니 식당과 대만에서의 팁을 주고받을 수 있어 오히려 쉽고 안전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진천미 / 푸딘왕 / 지훠궈
이연복추천만두 / 딩샨 / 일갑자찬음

그리고, 대망의 웨이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라뜰리에 루터스 크래커'. 누가 크래커를 파는 가게였는데, 운영 시간이 오전 9시부터 9시 30분까지였고 인당 살 수 있는 박스가 정해져 있다고 했다. 그런데 후기를 살펴보다 더 충격적인 점을 발견했으니, 2시간 전인 새벽 7시부터 사람들이 대기한다는 게 아닌가.


 아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렇게 짧게 영업을 하고, 개수도 제한이 있는 걸까. 또 새벽에 2시간을 웨이팅을 해야 하는 건가 싶었다. 솔직히 말해 '누가크래커'는 까르푸는 물론 어떤 관광지를 가도 판매했기에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누가크래커를 먹을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너무 이른 시간이라, 난 늦잠을 자고 말았다. 하지만, 역시 맛집 전문가 친구는 달랐다. 새벽같이 일어나 웨이팅을 한 것.


처음 먹어 보는 라뜰리에 크래커를 표현하자면, 여태 시중에 있는 누가크래커와 차원이 다른 간식 같았다. 크래커 안에 있는 '누가' 부분이 정말 부드럽고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았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들 라뜰리에 크래커에 열광하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대만 여행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웨이팅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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