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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월의 앤 Jun 27. 2023

부서진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

애정이 가미된 매우 복잡한 동병상련이랄까.

그는 내게 말했다.

"우리 둘 다 너무 비슷해서 널 좋아하는 거 같아. 둘 다 무너지고 심하게 부서진 거 같아."

 

이 말을 들었을 당시엔 처참하게 느껴졌는데, 지금 다시 되새겨보니 나는 그냥 태생부터가 파괴적인 행동을 변태적으로 사랑하고, 그래서 애꿎은 정신을 끊임없는 학대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뒤늦었지만.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마음대로 (함부로) 말하고,

남을 대하는 게 두려워서 일부러 먼저 거리를 두고,

남에게 기억되는 게 무서워서 그 어떤 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러다가 누군가를 알게 모르게 사랑하게 되면 그 정도가 심하게, 거의 아마겟돈 수준으로 사랑하는 거 같은데, 그래서 내 인생에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마치 태어날때부터 사랑할 수 있는 쿼터가 있는것 처럼.


그래서, 회사에서는 자꾸만 창가를 보게 된다.

고통 없이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다.

나는 왜 이렇게 일반적인 것들이 힘든 사람으로 성장했을까.


내 핸드폰 배경화면에는 니체의 명언이 잠금화면으로 설정되어 있다.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반드시 스스로의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


나는 춤추는 별을 잉태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내면의 혼돈에 중독된 것인지 알 수 없는 경계선을 스스로를 파괴하는데 슬픈 쾌락을 느끼고 있는 것만 같다.

니체가 말하는 것은 이게 아니었을 텐데, 도대체 나는 왜 이런 혼돈 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구제하지 못한 채 비도덕적인 관성에 젖어있는 것인가.


나의 부서진 마음을 그 누구도 아물게 할 수 없고, 차라리 덪나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다. 흉터가 생기면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몇 명 있긴 한데, 그렇다고 그들과 평생을 지내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도 내 잔상 속에 지워지지 않는 몇 명의 얼굴들이 미친 듯이 손으로 휘휘 저어도 사라지지 않는 연기 같아서 머리가 어지럽다.


그런데 자꾸만 그 얼굴들을 상상하게 된다.

나도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평범'하게 걸으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태생적으로 매우 어렵고 힘겹다.

그래서 내가 지닌 내면의 혼돈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나의 몸과 정신이 너무 피폐하다.

거울 속에 나는 앙상한 가지처럼 변해가는데, 그 안에 숨은 나는 배시시 웃고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나는 나를 파괴할 자격/권리/자유가 있다고 했거늘, 나 또한 그녀의 변태적인 철학에 사로잡힌 정신 나간 여자인 것인가.


이 또한 지나갈 것을 알지만, 지금은 그냥 어지럽고 힘들다.

이렇게 태어난 내가, 그리고 그것도 내 생일 직전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서 피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 또한 모든 것이 다 지나가겠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하지만, 기억 속에 남아있을 거라 믿는다. 오늘 이 많은 고뇌와 고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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