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비추는 커다란 달이 진입로를 지나 저 멀리 거리까지 우리가 갈 길을 분필처럼 표시해 준다. 킨셀라 아저씨가 내 손을 잡는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아저씨는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인다. 나는 작은 주택에 사는 아주머니를, 그 여자가 어떻게 걷고 어떻게 말했는지를 생각하다가 사람들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교차로에 도착하자 우리는 오른쪽으로 꺾어서 가파르게 경사진 내리막길을 따라 걸어 내려간다. 나무에 거세고 요란한 바람이 불어 마른 가지들을 갈라놓고, 나뭇잎을 일으켜 세워 흔든다. 이 길이 끝나면 바다가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채로 발밑의 길이 점점 낮아지는 것을 느끼니 기분이 좋다. 길은 계속 이어지고 하늘이, 모든 것이 더 환해지는 느낌이다. 킨셀라 아저씨는 별 뜻 없는 말을 몇 마디 하더니 늘 그렇듯 조용해지고, 시간이 흐르지 않는 듯 흘러서 우리는 차를 세워두는 드넓은 모래밭에 도착한다.
-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다산책방 p.6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