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를 위한 질문
이직을 포기하고 고향인 시골로 돌아왔을 때 가장 슬펐던 것은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모두 부정적이라는 거였습니다. 취포자. 실패자. 백수. 어른들은 젊은애가 시골에서 뭐 하면서 살겠냐며, 곧 도시로 돌아갈 사람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저를 설명해야 하는 곳에서 도망쳐 갈 곳이 없어졌을 때 문득 도서관이 생각났습니다. "아, 도서관에 가야겠다."
도서관은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돈도 필요 없습니다. 제가 찾던 완벽한 방공호입니다. 도망의 핵심은 후일을 도모하는 것. 항복하지 않고 도망쳐 다음 계책을 연결하려는 것이 병법 삼십육계의 마지막 방법입니다. 도망치는 게 부끄럽기는 해도, 살아남는 것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살아남기만 하면 됩니다. 저는 살아남기 위해 도서관으로 갔습니다.
방공호에서 '이 일을 해야만 하는 나만의 서사가 있는 사람'을 찾아다녔습니다.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들의 인터뷰를 읽기도 하고, SNS계정에 그들이 소개한 책을 찾아 읽기도 했습니다. 책이 그들을 대신해서, 저와 대화를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어떤 문장에 밑줄을 왜 그었을까,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렸을까 상상하면서 읽었습니다. 책을 덮을 때 그들에게 '월요일을 사랑하냐고' 직접 묻고 싶어 졌습니다. 저는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일을 하다가 월요일이 끔찍하게 싫어서 이직을 포기했으니깐요.
시골로 돌아온 지 7년. 방공호에서 책을 읽던 저는 월요일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일도 시작했습니다. 월요일을 사랑하면서, 삶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읽은 책을 모아놓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 졌습니다.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책으로 대화를 하고 싶어 졌습니다. 그렇게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서재>라는 인터뷰를 기획하게 되었고 인터뷰집을 제작해보려고 합니다. 그들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요? 좋은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도 사수가 되어준 장은교의 『인터뷰하는 법』(터틀넥프레스트, 2024)을 따라가며 질문을 생각해 봅니다.
1. 오늘 인터뷰에서 단 하나의 질문만 할 수 있다면. 127쪽
'이 일을 해야만 하는 나만의 서사가 있는'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고른 단 한 권의 책과 단 하나의 문장을 묻고 싶습니다. 인터뷰의 중심이 되어줄 질문입니다. 서사가 있는 일은 똑같이 따라 할 수 없습니다.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인터뷰를 읽고 똑같은 일을 할 수 없고, 똑같은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취업요강이나 매뉴얼이 아니니깐요. 다만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밑줄 그은 문장에서 자신과 삶에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답을 찾아갔는지 따라가 보면서, 인터뷰를 읽는 사람도 각자만의 답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답을 찾을 때까지, 책은 내 옆에서 조용히 기다려줄 겁니다.
2. 당신은 (어쩌다) 오늘의 당신이 되었고, (어떻게) 미래의 당신으로 흘러갈까. 145쪽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만의 서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마침 서사에 대한 좋은 설명이 있습니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마음산책, 2013)을 쓴 신형철선생님의 문장을 빌리자면 서사는 '상황 속에서 인물은 그의 성격이 요구하는 선택들을 하며 그것이 서사의 행로를 결정한다. 요컨대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특정한 '성격'이 특정한 '상황'에 던져졌을 때 어떤 특정한 '선택'을 하는지를 지켜보는 작업이다.'입니다. 지금의 일을 하기까지, 당신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상황에 던져졌으며, 결국 어떤 선택을 했는지 물어보려고 합니다. 그 속에서 책은 어떤 역할이었는지 까지요.
3. 인터뷰하는 그 사람의 하루를 상상할 수 있나요? 161쪽
월요일 때문에 삶이 괴로워진 저는 '월요일을 사랑할 수 없을까?'라고 주변에 물어보았지만 모두 개소리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월요일을 당연하게 싫어합니다. 그래서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월요일이 궁금해집니다. 월요일을 어떻게 보내고 있으며, 월요일이 다가오는 주말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는지요. 우리는 정말 월요일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그들의 월요일을 따라가다 보면, 분명 우리도 월요일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월요일이 끔찍하게 싫어서 이직을 포기하고 도망쳤던 저는 다시 일어나서 이 글을 쓰며 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요. 그리고 지금 이 일을 위해 다른 일도 하고 있습니다. 외주를 받고 있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가족의 일도 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처럼 명함 한 장 내밀 수 있는 번듯한 직장도 없고, 매 달 받는 돈도 다릅니다. 일은 훨씬 많아졌습니다. 힘든 하루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요일이 두렵지 않아 졌습니다. 월요일이 오는 게 싫어서 일요일밤을 뜬 눈으로 붙잡으려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월요일을 사랑하게 되자, 삶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월요일을 사랑하는 법을 언어화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월요일을 사랑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제 정말로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월요일을 사랑하는 내가, 소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이 있다면 당신의 서재로 초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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