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아무말 대잔치
다시 태어나려면 일단 죽은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죽진 않았으니 태어나다, 라는 말은 모순이다. 그렇게 말이라도 해야 내가 퇴사한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기분이다. 어쨌든 직장은 퇴사했고 백수의 신분이 된 건 확실하다. 확실하다고 말하면서도 의심을 거두지 않는 건 어딘가에서 일을 하기 위해 아직도 출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전 직장과 단기 계약을 맺었다. 월수금 3일만 일을 해주기로 했다. 3일간의 자유가 사라졌지만 2일의 자유는 지킨 셈이다. 그래, 먹고살려면 그 정도는 양보해야 한다. 꿈이란 것은 안전장치가 확보되어야 꿀 자격이라도 얻을 수 있으니. 믿는 구석이라도 있어야 도전에 성실할 수 있지 않겠나.
3일은 타인을 위해 일한다. 내 공간이 아닌 곳에서 나는 집중을 해야 한다. 계획한 업무는 3일 내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나머지 2일의 자유는 사라진다. 2일 동안 꽤 많은 걸 해낸다. 가족과 산책을 하고,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글벗의 글을 읽고 코멘트를 전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특강에 참여하며, 원고를 쓰고, 사람과 만난다.
사람이기에 가끔 지치기도 한다. 내가 선택한 일주일이 과연 최선인지 스스로에게 묻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럼에도 계속 묻는다. 묻지 않으면 질문에서 멀리 떨어질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월수금 급여생활자인 나는 묶인 삶을 산다. 묶인 탓에 나는 안전함을 누리는 걸까? 자유를 박탈당한 걸까. 알 수 없다. 질문은 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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