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 보고 베껴둔 것인지 내 기억에는 없다. 이대로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마음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와서 보니 앞부분이 빠져있었다. 조각천을 이어 붙이듯 빠진 부분을 서두에 기워 땜질을 했다.
서산대사(법명: 휴정)가 입적하기 전에 지었다는 16세기의 글이 21세기에도 유효하다는 게 놀랍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어서 그럴 것이다.生-老-病-死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 속에서 모든 게다 한 순간이고 별거 아니라고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성과를 쫓아 노력하고 애쓰며 살지만 인생에 의미란 없다, 삶은 덧없다, 란 고백이 더 진실에 가깝지 않던가.
구약 성경에도 비슷한 대목이 있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라는 구절이 코헬렛을 펼치면 나온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빈 상태라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삶은 허무하다고.
이런 글귀들이 삶에 온전히 스며든다면 가볍고 자유로울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해 맨날 이러고 있다. 읽고 쓰며 스며들게 하는 일, 내가 나에게 하는 세뇌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