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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문화포럼 Sep 24. 2020

컴퓨터게임을 활용한
인지재활치료

2020 게임문화포럼 칼럼시리즈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순기능4. 김연희 위원 편 ㅣ


1. 인지장애와 인지재활


인지장애는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대사성 뇌질환,치매나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뇌질환 등에서 발생될 수 있으며 질병에 따라 서로 다른 유형의 인지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인지 장애는 크게 몇 가지의 범주로 나누어 구별할 수 있는데, 주의력, 기억력, 시공간지각력, 언어기능 및 집행기능 등이다. 뇌병변이 발생되는 위치에 따라 이러한 인지기능의 다른 범주에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그림 1). 


[그림1] 뇌의 구조와 기능(출처:정신의학신문 모바일사이트)

(사이트주소: https://www.google.com/url?sa=i&url=http%3A%2F%2Fm.psychiatricnews.net%2Fnews%2FarticleView.html%3Fidxno%3D2002&psig=AOvVaw0owOszqi2SyhslCUxJy919&ust=1600515568946000&source=images&cd=vfe&ved=2ahUKEwj63emgz_LrAhUGad4KHXmSDakQr4kDegUIARCuAQ)


즉, 주의력과 집행기능은 주로 전두엽에서, 기억력은 측두엽 안쪽에서, 시공간지각력은 후두정엽에서, 언어능력은 좌측 뇌의 언어영역에서 주로 관장을 하며, 이 부위에 병소가 있을 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인지기능의 상호작용이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증상이 발현되는 것은 아니므로 각 환자마다 장애가 발생된 인지 영역과 정도에 대한 상세한 검진이 필요하다. 


인지장애의 평가를 위해서는신경심리검사가 사용되고 있는데, 검사자와 환자간에 일대일로 행해지며 다양한 인지영역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고 정서 및 일상생활 동작 수행정도 등 기능적 측면도포함하여 측정한다. 이러한 검사 결과에 따라 정확한 문제 파악이 이루어진 후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뇌질환으로 인해인지장애가 발생되면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저하되고 사회 복귀가 어려워지는 등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지게 되며, 뇌질환 환자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의욕과 동기 및 운동습득에도 영향을 미친다.따라서 인지기능에 손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서 인지장애 여부와 정도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약물치료, 재활치료와 함께 적절한 인지재활치료를 실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지재활은 인지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인지기능을 회복시키거나 장애를 보상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를 말한다.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증가와 소아 및 청장년층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외상성 뇌손상 등에인지장애가 수반되므로 인지재활치료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인지재활은 뇌의 인지처리 과정을 체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여러가지프로그램이개발되고있다. 이러한 재활 프로그램을 적용할 때에는 먼저 환자의 인지장애 영역을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하는데, 예를 들어 기억장애를 호소하는 환자 중 주의력장애와 작업기억력의 저하가 주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으므로 이때에는 주의력과 집중력의 호전을 위한 치료를 먼저 시행하면 기억력의 호전을 얻을 수 있다. 기억력 중에서도 명시적기억, 암묵적기억, 언어적 기억, 시지각적 기억등 주 문제가 있는 세부 기억 영역을 파악하여 이에 따라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한 인지 장애의 정도, 동반된 신체적 문제, 환자가 속해있는 환경 등에 따라서도 치료 계획은 달라지게 된다. 특히 치매와 같이 진행성 질환인 경우에는 기억력 자체의 회복 보다 현실에서 일상생활 기능 수준을 유지 및 증진할 수 있도록 개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2. 인지재활치료의 역사와 근거


인지재활치료가 뇌질환으로 인한 인지기능 장애 환자들에게 점차 더 많이 적용되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10여년 동안 인지재활치료에 대한 연구논문들이 활발히 발표되면서 치료의 효과가 차례로 입증되고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거는 아직까지는 불완전한 것으로써 인지재활치료의 효과에 대한 명백한 증거는 아직도 더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활치료가발전되면서 인지재활치료도 동시에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전쟁 이후 뇌손상을 입은 군인들을 사회와 직장으로 되돌리고자 인지재활 프로그램을 적용한 기록이 있다. 예를 들어 독일 정부는 전쟁 이후 군인을 위한 학교를 개설하여 장애 군인을 대상으로 인지기능을 평가하고 주의력과 기억력 강화훈련 등을시도하였다. 이 후 1960년대에 이르러 체계적인 인지재활 프로그램이 발전되었고, 루리아라는 심리학자가 인지재활치료에 대한 중요한 개념을 정립하여 이후빠르게 발전하였다. 루리아는 러시아의 신경외과병원에서 군인들의 재활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인지기능에 대한 평가, 적응 기전, 인지기능의 강화에 대한 재활모델을 구축하여 오늘날에도 인지지각기능을 강화하고 새로운 적응기술을 훈련하는 전략으로 사용된다.


영국에서도 1945년 옥스퍼드의 뇌손상 재활센터에서 인지재활이실시되었고, ‘보상’과 ‘재교육’치료 방법이 도입되었으며, 동 시대에 미국에서도 인지재활치료가 시작되었다. 


1970~80년대에는 인지심리학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치료 방법 개발과 관련 연구가 촉진되고 치료를 받는 환자 수도 증가되었다. 재활치료 시 환자를 자신의 삶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인지 및 지각 관련 재활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적용되기 시작하였다.이후로는 정신질환에서도인지재활치료가 활발히 적용되었다. 


인지재활치료 후 기능이 증진되는 것은 뇌신경계의 활동에 변화를 일으킨 때문이며, 인지신경망의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인지훈련이 특정 뇌영역 내 신경의 기능을 극대화 함으로서 수행력이 향상되고 신경영역의 활성범위도 변화가 온다. 인지훈련이 새로운 전략을 사용하는 쪽으로 일어났을 경우에는 새로운 뇌영역의 활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인지재활치료가 이러한 뇌 가소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최근 기능적 뇌영상이 발달되면서 점차 밝혀지고 있다. 그림 2는 외상성 뇌손상 환자에서 4주 동안 인지재활치료를 시행하였을 때 주의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뇌영역(대상회와 쐐기앞소엽)에 뇌활성이 회복되는 것을 기능적 뇌자기공명영상을 사용하여 보고한 연구이다.


[그림 2] 외상성 뇌손상 환자의 시공간 주의 집중력 과제를 시행한 기능적 뇌자기공명 영상 결과. A. (좌) 인지재활 치료 전, (우) 인지재활 치료 후. B. 인지재활 치료 후 뇌 활성도가 유의하게 증가한 영역들(출처: Kim YH et al. Plasticity of attentional network after brain injury and cognitive training. Neurorehabil Neural Repair, 2009).





3. 컴퓨터게임을 활용한 인지재활치료의 발달


개인용 컴퓨터의 발달 및 보급에 따라 컴퓨터게임을 활용한 인지재활치료가 시도되기 시작하였는데, 1987년 글리스키등에 의하여 그 효과가 보고되기 시작된 후, 오늘 날에는 많은 치료기관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컴퓨터게임을 활용한 인지재활치료는 환자가 스스로 실시하고 배워나가며, 수행결과에 대하여 환자에게 곧바로 직접적인 피드백을 주는 장점이 있다. 또한 환자의 수행 결과에 대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비교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경과에 대한 관찰과 임상적 연구에도 유용하다. 


뿐만아니라 치료프로그램의 게임화(gamification)를 통하여 흥미와 집중력을 유도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치료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또한 환자가 자율적으로 게임을 실행하고 자동적으로 인지수행 단계를 높여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 함으로써 치료자의 개입 시간을 단축시키는 경제적 효과도 있다.


하지만,컴퓨터를 사용하는 치료 시 주의하여야 할 점도 있는데, 치료자가 환자의 인지장애의 상태를 올바로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치료 프로그램을 적용하여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환자에 대한 개별적인 치료가 실시되지 못하고 주어진 프로그램만 반복하게 함으로써 흥미를 상실하고치료적 효과도 없어지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또한 컴퓨터가 인간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재현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 대면하는 기회를 줄이고 오히려 현실을 회피하는 단점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컴퓨터를 기반으로하는 게임화된 인지재활치료 프로그램은 점차 더욱 발전되고 있으며,관련 논문의 출판 수도 최근 10년간 가파르게 상승하였다(그림 3). 특히 뇌손상,알쯔하이머 치매,경도인지장애,뇌졸중 등 환자 군에서 많은 훈련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한국 문화와 정서의 특수성을 고려한 인지재활 프로그램인 ComCog® 가 처음 개발되어 상품화되었고, 이 후 새로운 개발제품 들과 해외에서 개발된 인지재활 프로그램 번역본 등이 도입되어 많은 병원에서 치료에 적용 중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보급이 더욱 보편화되면서 노인층에서도 인지장애 환자에게 컴퓨터 기반 인지 재활치료가 더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3] 컴퓨터 기반 인지재활 관련 문헌 출판 추이





4. 컴퓨터게임을 활용한 인지재활치료 프로그램의 종류


 1980년대에 미국의 신경정신과 전문의인브레이시는 최초의 전산화 인지재활 프로그램인PSS CogRehab®을 출시하였다. 2012년에 개정판인 PSS CogRehab® 2012을 출시하였으며,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 및 한국어 버전도 제공하고 있다. 주의력, 기억력, 집행능력, 시야 훈련, 시각 운동 협응력, 직업 훈련의 6가지의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고, 세부적으로 20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세부적인 훈련 프로그램은 환자의 수준에 적합하게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자동으로 컴퓨터에 저장되어 연속성을 가지고 효과를 높힐수 있고,치료실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인터넷을 통한 훈령에 대한 원격지원이 가능하여 환자가 퇴원 후 집에서도 사용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 언어와 문화에 적합하도록 그림과 디자인을 적용한 한국판 컴퓨터 기반 인지재활 프로그램은 2004년 ComCog®가 처음 개발되었다. ComCog®는 주의력, 기억력을 중점적으로 치료하는 20가지 훈련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뇌손상 환자뿐만 아니라 학습장애 등 발달성 인지장애 아동의 학습능력 증진을 위해서도 사용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다.환자의 인지기능 장애 정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훈련할 수 있으며 치료자의 도움 없이 환자 스스로 훈련할 수 있도록 설계 되어있다. 또한 훈련과정을 기록하여 환자의 인지기능 능력 향상 정도를 쉽게 파악 할 수 있고, 환자에게 최적의 난이도를 제공하여 치료과정에 있어 보다 효과적인 동기를 부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그림 4).이러한 프로그램을 전산화된 신경인지검사와 연계하여 사용하면 훈련 전 후의 인지기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재활치료의 계획 수립 및 평가를 효과적으로 진행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편,CoTras®는 2009년도 산학공동기술개발 지원 사업을 통해 개발된 컴퓨터 기반 인지재활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문화와 환경에 적합한 내용과 구조로 개발되어 있다. 시지각 훈련, 주의력 훈련, 기억력 훈련, 지남력 훈련및기타(수와 양, 범주화, 순서화)프로그램으로 총 5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4] ComCog® Software

(출처: https://www.google.com/url?sa=i&url=https%3A%2F%2Fne-dev-www.neofect.com%2Fus%2Fblog%2Fan_attention_and_memory_training_tool&psig=AOvVaw1x8oPnM8L0ASSv9r64IxLm&ust=1600516158139000&source=images&cd=vfe&ved=0CAkQjhxqFwoTCIDUwMLR8usCFQAAAAAdAAAAABAD)


해외에서 도입된 프로그램으로 브레인 닥터®는 2013년 미국 윌리스인지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인지단계별 맞춤형 컴퓨터 프로그램인데,주의집중력, 시공간능력, 기억력, 집행능력, 언어기능, 계산능력, 소리인지력 등 7가지 영역을 자극하여 뇌 기능을 향상을 유도하도록 제작되었으며. 스마트폰, 태블릿 PC, IPTV, 키오스크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 가능하여필요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Rehacom®은 독일에서 개발되었는데 한국어로 번역된 프로그램이 존재하며 뇌졸중 환자를 주대상으로고안되었고 많은 국내 병원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이스라엘에서 개발된 Mind-Fit®, 미국의 Brain HQ®라는 온라인 인지훈련 프로그램 등도난이도가 다른 훈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컴퓨터 외에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어플로도 사용 가능하는 등 접근성은 우수하나, 평가 항목이나 인지 훈련 방식에 있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뇌졸중이나 치매 등 뇌질환으로 인하여 인지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인지기능은 각 민족과 국가의 문화와 언어에 영향을 받으며, 이에 대한 치료 역시 고유의 언어를 바탕으로 고안되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의 프로그램들을 국내에서는 그대로 도입하여 사용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5. 컴퓨터게임을 활용한 인지재활치료의 향후 발전 방향


컴퓨터게임을 활용한 인지재활치료 프로그램의 향후 발전 방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환자의 현재 인지기능을 자동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인지재활치료 프로그램의 난이도를 자동으로 설정하여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이러한 기능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분석 등을 기반으로 달성될 수 있다.

둘째, 환자의 흥미를 최대한 높힐 수 있는 고도의 ‘게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가상현실,증강현실 등 다양한 기술 도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환자의 개인적 역사와 경험을 반영하는 프로그램의 개인화(personalization)가 필요하다.

넷째, 환자의 정서를 고려하여 긍정적 정서를 유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능이 갖추어진다면 치료 효과를 더욱 높힐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발전 방향을 통하여 컴퓨터게임을 활용하는 인지재활치료의 사용 영역과 효과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개발된 프로그램은 반드시 철저한 임상시험을 거쳐 그 효과가 증명되었을 때 비로소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김연희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2020년 게임문화포럼 투고분과 위원

2003년~현재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2012년~현재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겸임교수

2012년~현재 대한뇌신경재활학회 이사장/회장/자문위원

2017년~현재 대한재활승마협회 회장

2018년~현재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교수

2018년~현재 대한임상노인의학회 부회장

2018년~현재 한국마사회 비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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