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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문화포럼 Oct 08. 2020

게임처럼 나의 배움 경험
디자인하기

(feat. ‘셀프 무한 성장 게임’ 공략집)

2020 게임문화포럼 칼럼시리즈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순기능6. 최정혜 위원 편 ㅣ

# 1인칭 주인공 시점:  얼음!!! 땡! 


# 나는 오늘 학교 영어 시간에 ‘to부정사’를 배웠다. ‘부정’이라는 단어부터 기분 나쁘다. ‘to’랑 똑같이 생겼지만 다른 게 있다던데 잘 생각나지 않는다. 예문이 있었지만 내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인다. 숙제 대충 해치우고 친구들이랑 게임 해야겠다. 게임은 나를 숙제도 하게 만든다. ㅋㅋ

 # 숙제를 후딱 해치웠다. 문제를 풀 때는 ‘to부정사’가 이해되는 것 같다. 그런데 책을 덮으니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바보가 된 기분이다. 개념을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헷갈린다. 외워야 하나? 외우면 다 풀리나? 잘 모르겠다. 수업 더 들으면 알게 되겠지…라고 믿고 싶다.


우리가 지금 이 학생이 되어 보자. 이제 막 ‘to부정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들었다. 무언가를 새로 배울 때 우리는 줄곧 이런 느낌이다. 수업을 들을 때는 마치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수업시간에 하는 다양한 활동으로 완전히 이해가 된 것 같다. 실제로 수업 시간에 듣는 것만으로도 이해가 잘 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숙제를 하려고 책을 펼치면 매우 놀랍게도 나의 뇌는 배운 잔상만 남긴 채 초기화되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기억의 조각을 이어 붙여 겨우 숙제를 마친다. 그 숙제가 오늘 수업에서 왜 우리에게 부여됐고, 우리가 그 숙제를 수행했을 때 우리에게 어떠한 능력을 획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우리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우리는 언제나 공부를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한다. 그래서 새롭고 어려운 개념을 만나면 얼어버린다. 뇌가 “얼음!” 상태가 되는 것이다. 뇌가 말랑말랑 탄력 있는 젤리 상태가 되어야 예전에 배웠던 것과 이번에 새로 알게 된 것을 연결하는 유연성이 생길 텐데 말이다. 이 생각을 하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과 수많은 난관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잘 배우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 하나 챙기고 가자. 바로 ‘메타인지 능력.’ 생각에 대한 생각, 인지에 대한 인지, 아는 것을 아는 능력(손리사, 2019)을 말한다. 이 능력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구분하는 것으로 시작해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과 기존에 알고 있는 것을 연결하는 능력이다. 말랑말랑하고 탄력 있는 뇌의 상태가 되어야 활성화되기 쉬운 능력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만 공부하면 우리의 뇌가 메타인지 활성화 모드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 그 시점으로는 배울 때의 나의 느낌, 지금 배운 것이 무엇과 연결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할 때 이 지식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내가 모르는 것을 정확히 판단하고 점차 알아가는 영역으로 자신을 이끄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알고 모르는 것의 경계에서 어른들도 혼란스러울 때가 많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메타인지 능력을 활성화시켜 배움의 고수가 될 수 있을까?  아래 To 부정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를 살펴 보자. 





# 3인칭 관찰자 시점: Watch – Discover


To부정사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연습문제를 보면서 ‘예제’와 같은 답을 찾고 있다. 답은 찾았지만 명사적, 형용사적, 부사적 용법을 구분할 때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글의 시선은 학생이 무엇을 배우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관찰하고 있다. 사실 혼자서 공부하는 상황이면 이 관찰 작업까지도 쉽지 않다. 모르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괴로운 마음 상태를 인정하고 그 과정을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들어본 적이 있는 정도와 완전히 이해해서 응용까지도 가능한 정도는 하늘과 땅 차이인데, 그 경계를 스스로 모호하게 만들기 쉽다. 


이 시점으로 자신의 배움 경험을 바라보는 것은 꼭 필요하다. 주의깊게 보고(Watch) 자신이 도전해야 하는 부분을 발견하는 것(Discover)까지가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선이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 실질적인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영감만 받고 행동의 변화, 실행까지 만들어내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이제 게임 한 판 해보자. 먼저 게임을 플레이할 컴퓨터, 핸드폰 뭐든 좋다. 스크린을 바라보자. 나 자신이 이 게임의 캐릭터다. 목표는 배움 고수 레벨로 등극하는 것. 나의 능력치와 경험치를 점검해보자. 나의 지력(Intelligence Points: IP)에는 논리력, 기억력, 메타인지력이 포함되어 있다. 경험치(eXperience Points: XP)를 살펴보자. 얼마나 다양한 분야를 배웠는지, 얼마나 전문가 수준으로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현재 나의 레벨은 초심자(Novice) 레벨이다. 다음 레벨인 전문가(Expert) 레벨로성장시키는 것이 이번 게임의 목표다. 게임 영역을 선택한다: ‘영어’, 그 중에서도 ‘to부정사’ Stage다. 



#Mission: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캐릭터의 배움 능력 성장시키기 
To부정사의 ‘부정’이 ‘품사가 정해지지 않은 단어’라는 뜻으로 풀어서 생각하니 조금 쉬워진 것 같다. 문장 안에서 ‘to+동사원형’의 형태로 만나면, 명사 역할을 하는지, 형용사 역할을 하는지, 부사 역할을 하는지를 파악하고 나아가 영어를 사용할 때 이러한 역할을 구분해서 활용하자. 

아! 여기에 복병 등장! ‘to’에 faker가 있다. ‘to+명사’는 to가 전치사라고 한다. 이 ‘examine’이라는 영어 단어가 명사인지 동사인지 모른다. 아! 내 캐릭터는 품사가 뭔지 잘 모른다. ‘품사 공부해야겠다!’ 
[스스로에게 ‘품사 점검하기’라는 퀘스트 부여]

질문하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능력치와 경험치가 확 올라간다. 
 ‘그럼 모든 단어를 외울 때 품사도 같이 외워야 하나? 대박 고생 예감…. 그래도 문법 어렵다고 하는데 더 고생하지 않으려면 앞으로 단어 외울 때 품사도 유심히 보자.’ 
[스스로에게 ‘단어 외울 때 품사도 함께 점검하기’라는 퀘스트 부여]


이 캐릭터는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고 모르고 있는지를 확인했고, 그 부분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과제, 퀘스트를 스스로에게 부여한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하면서 이전에 배운 것과 새롭게 배우는 것을 연결시키는 생각 기술을 촘촘히 만들고 있다. 배움 내공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도전 과정은 배움 능력치와 경험치를 최대로 빠르게 올릴 수 있는 기폭제다. 


이제 나의 캐릭터는 더이상 초심자 레벨이 아니다. 전문가 레벨로 진입했다. 여기에 고수 레벨인 ‘Master’ 레벨로 진입할 수 있는 열쇠는 이 새로운 개념을 다양한 곳에서 더 자주 마주하는 것, 그 때마다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면서 자신의 배움 경험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더 자주 만나다 보면 그것은 어느덧 새로운 지식이 아닌 우리가 이미 접한 개념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친해지다 보면 분석은 물론, 자유자재로 그 개념을 가지고 놀면서 응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미션과 퀘스트를 부여하면서 점점 더 높은 레벨로 도전하고 그 도전의 과정을 즐기는 진정한 고수 레벨로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Game Start! 


우리가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는 수동적으로 배운 개념을 받아들인다. 이 상황에서 나 자신과  게임을 시작하자. 게임이 나오는 스크린을 보면서 ‘나’라는 게임 캐릭터를 생성하고 능력치와 경험치를 점검하고 미션과 퀘스트를 부여하자. 1인칭 주인공 시점부터 시작하지 말고, 바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모드를 설정하자. 그리고 나의 배움을 디자인하는 선생님 입장에서 오늘 수업시간에 한 내용 설명과 과제의 의미를 생각하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질문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가 보자. 그 여정은 그리 유쾌하고 통쾌하고 상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구마를 입에 가득 문 것 같은 속 터짐의 연속, 답답함이 존재하는 과정이다. 지금, 이 속 터지는 상황에 있다면 그 답답함을 피하지 말자. 직면하자. 그리고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자. 스스로 답하기 어렵다면 도움되는 자료를 찾아 보면서 질문하고 대답하자.   


이 과정은 바로 나 자신과 진행하는 ‘배움 경험 쌓기 게임’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셀프 무한 성장 게임’이다. 이 과정은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나의 뇌를 말랑말랑 탄력 있는 젤리처럼 만들어서 다른 것과 연결하는 힘을 증폭시킬 수 있다. 


여기 관점 이동을 위한 ‘action plan’ 하나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 action plan을 독자 여러분들의 배움 환경과 내용에 맞게 다시 다지인하면서 활용하길 바란다. 이미 ‘Plan-Do-See’ 라는 실행 절차를 많이 들어 보셨을 것이다. 이를 변형한 모델로 생각하면 좋겠다. 


자신의 배움 상황을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주의 깊게 ‘Watch’, 관찰한다. 계획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도전 포인트 ‘Discover’, 발견하고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관점을 이동하여 ‘Plan’, 계획을 세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Do’, 실행하고 다시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주의 깊게 바라보는 ‘Watch’의 과정에서 다음 도전 영역을 발견(Discover)한다. 이 과정의 무한 반복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수많은 질문이 우리 자신을 의미 있는 성장으로 이끌고 배움 경험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 ‘셀프 무한 성장 게임’의 액션 플랜

: Watch – Discover – Plan – Do (WDPD)

[그림] 셀프 무한 성장 게임의 액션 플랜 (출처: 최정혜)


WDPD! 우리 모두의 즐겁고 의미 있는 배움 경험(Learning eXperience)을 마음 가득 담아 응원한다. 





참고문헌

손리사. (2019). 메타인지 학습법: 생각하는 부모가 생각하는 아이를 만든다. 21세기북스.










최정혜

고려사이버대학교 아동영어학과 교수

2020년 게임문화포럼 투고분과 위원(게임×순기능 분과 총괄)

[2020년~현재]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

[2006년~현재] Choi’s English Literacy School & Library 대표

[2018년~현재] ㈜뉴로네티즘 이사

[2017년~현재] Udemy, MOOC 강사(Gamification in Teaching & Learning; Gamification in Teaching & Learning: Practical Course)

[2016년~현재] 한국게임학회 기능성게임연구회 연구위원장 및 상임이사, 월례 ‘기능성게임, 게이미피케이션, AR/VR/MR’ 관련 오픈세미나 기획 및 진행

[2018년~현재] 영상영어교육학회 서울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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