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게임문화포럼 칼럼시리즈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순기능5. 김민영 위원 편 ㅣ
재활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면 특정활동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운동선수가 재활을 한다고 상상해 본다면 우리 누구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그 선수가 어떤 동작을 힘들여 반복하는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그것도 ‘편안하게, 즐겁게’가 아닌 ‘땀 흘리며, 힘겹게’ 하는 모습으로.
재활의 가장 의미 있는 분야의 하나는 ‘뇌재활’ 일 것이다. 뇌신경의 손상에 의해 운동, 언어, 인지 등의 장애가 발생한 경우 그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뇌재활이다. 인지재활은 뇌재활의 한 영역으로 뇌의 부위마다 다양한 인지기능과 연관이 되어 있으므로 뇌손상의 경우마다 다양한 인지재활 기술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아주 오래 전부터 뇌조직이 손상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대략 20년 전부터 뇌과학자들과 뇌재활 의사들의 연구와 관찰로 뇌에 가소성이 있음이 드러나게 되었다. 이는 뇌기능이 변할 수 있다는 뜻이고, 재활에 의하여 손상된 뇌기능이 회복되는 경우들이 보고되고 있다. 물론 100% 복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지재활, 혹은 인지훈련이 필요한 대상은 뇌졸중과 같이 어느 날 갑자기 뇌에 손상이 온 경우 외에도 노년에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혹은 치매 전 경도인지장애 단계까지 넓어지고 있다. 고령사회화에 따라 그 수요는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부분적이지만 효과를 보이고 있는 뇌재활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숙제는 ‘어떻게 효과를 극대화시킬 것이냐’이다. 뇌재활 역시 기본원리는 환자에게 가장 적정한 내용과 난이도를 가진 특정활동의 반복적 훈련이다. 충분한 훈련만이 분명한 효력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복 훈련은 누구나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당연히 ‘지겨우니까’가 될 것이다. 그래서 힘든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 동기력이 강한(strong motivation) 환자들의 높은 재활 성공 가능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른 재활과 마찬가지로 인지재활치료에서도 치료사의 역할은 환자의 동기력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이것이 치료사의 중요한 능력이 된다. 재활에서 동기력을 높이는 데에는 여러 요소가 관계되지만 ‘재미’만큼 강력한 요소는 없을 것이다.
여러 기술들이 재미를 높이고자 시도되어 왔으며, ‘게임’ 형식은 재미를 느끼게 하고 동기력을 높이는 도구로 흔히 사용되어 왔다. 게임 중에서도 ‘가상현실 게임’은 몰입을 유도하면서 동기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매우 많은 연구들이 보고된 상태는 아니나 뇌재활에서 가상현실을 적용한 경우 환자들은 흥미를 느끼고 긍정적 반응을 표현하였다.
아직은 뇌재활의 표준기술에 가상현실이 들어가 있지는 않다. 그러나 약 20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가상현실이 뇌재활에 사용될 수 있음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표현된 이후 실제 여러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역시 절대 뒤늦지 않게, 20년 전에 이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가상현실을 사용하여 노인의 인지기능 훈련 효과를 확인한 일이 있었고 필자도 함께 역할을 감당한 바 있다. 당시에도 대조군에 비하여 한 달 간의 훈련에 의해 주의력과 기억력이 향상된 것으로 그 치료적 가능성이 관찰이 되었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되었다.
인지영역 위주로 정리해 본다면 뇌졸중에서 편측 시각 무시와 기억력, 주의력 등에서 치료적 효과가 주로 발표되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경도인지장애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 서 전전두엽(pre-frontal lobe)의 신경 효율 개선, 집행기능의 향상 쪽으로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어, 치매로의 진행에 예방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기대도 발생시킨다.
그러나 아직은 완전한 결론이 내려진 상황은 아니다. 기존의 연구들에서 사용된 가상현실은 매우 다양하였고, 제작된 내용뿐 아니라 대상자, 적용 기간, 기술적 포인트가 각기 다 달랐다. 우선 Head Mounted Display (HMD)를 사용하는 완전 몰입형과 2차원 영상만 제공하는 비몰입형이 가상현실이라는 같은 제목으로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는 앞서 언급한 동기력에 영향을 미치므로, 치료적 효과에 직결된다고 보인다.
상기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가상현실은 오래전부터 기대된 바와 같이 인지재활에 활용 가능성이 분명히 있으나 아직 충분히 입증될 만큼의 일관적인 데이터가 쌓여 있지는 않는 상태이다.
최근 가상현실이 재활 적용에서 많은 기대를 받기 시작한 것은 2017년 HMD인 Oculus Rift가 세계적으로 널리 판매되면서부터 인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즉, 몰입형 가상현실이 기술적 완성도가 한 단계 높아졌기 때문인데, 이러한 기술성 없이는 의료 적용은 불가능하다. 인지재활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 있어서 첫 번째는 사용에서 불편감이 없는 높은 기술력이 될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다른 의료기기 개발의 원칙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목표점을 가지고 처음부터 개발이 이루어져야 함을 말할 수 있다. 몰입형 가상현실이 인지기능과 연관되어 발휘할 수 있는 장점 중 가장 기대되는 것은 ‘주의력’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이를 필두로 한 인지의 목표 영역들과 훈련내용, 다시 말해 의학적 콘텐츠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연구들 중 드러난 사용자들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항으로, 전자기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더 유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관련 대상자 특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며, 고령자가 사용할 경우 더욱 인격적인 배려가 녹아 있어야 할 필요도 있다.
참고문헌
김민영 등(2005) 가상현실을 이용한 노인의 인지기능 훈련 효과.대한재활의학회지, 29(4), 424-433
Laver K.E et al. (2017) Virtual reality for stroke rehabilitation.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1(11)CD008349
Liao Y.Y et al. (2020) Using virtual reality-based training to improve cognition function, instrumental activities of daily living and neural efficiency in older adults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Eur J Phys Rehabil Med, 56(1), 47-57
Triegaardt J et al. (2020) The role of virtual reality on outcomes in rehabilitation of Parkinson’s disease: meta-analysis and systematic review in 1031 participants. Neurol Sci, 41(3), 529-536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2020년 게임문화포럼 투고분과 위원
2003. 5 ~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2008. 7 ~ 2020. 6 대한소아재활발달의학회 이사장
2019. 1 ~ 분당차병원 연구중심병원 제1세부장
2007. 1 ~ 2008.2 UC San Diego 신경과학 post-doc
1999.12 ~ 2002.12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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