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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문화포럼 Sep 24. 2020

코로나 시대 게임 이용행태의 변화

2020 게임문화포럼 칼럼시리즈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생태계4. 강신규 위원 편 ㅣ


코로나와 게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이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과 몇 달 만에 다른 일상이 펼쳐지게 됐고, 이제 우리는 바이러스의 위험을 마주하며 산다. 게임 이용 전반에도 큰 변화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각자의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신체적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몰두할 거리를 찾다보니 자연스레 게임 이용도 늘게 됐다. 이용량만이 아니다. 게임하는 시간과 장소, 함께 게임하는 사람, 그리고 코로나가 우리 몸과 정서에 미친 영향 등이 게임이용의 질적 변화에도 복잡하게 작용했다. 물론 코로나 이후 생긴 게임이용 변화가 모두 코로나로 인한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의 변화가 코로나와 인과관계까지는 아니라 해도 상관관계는 가질 확률이 높다. 그 관계에 주목해 코로나가 게임 이용행태에 가져온 변화를 살펴보도록 한다.     





플랫폼별 이용행태 변화


  코로나 확산 이후 게임이용이 많아진 것은 전 세계적 추세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Unity Technologies, 2020. 6)가 유니티 기반 게임(PC/MacOS, Android/iOS용)으로부터 수집한 데이터 분석결과에 따르면, 야외활동 증가로 인해 이용자 수가 감소했던 예년 봄과 달리 2020년 봄에는 이용자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2019년 3~5월에 비해 PC게임의 일간 이용자수(daily active users: DAU)는 41%(2019년에는 전년대비 약 5% 감소), 모바일게임은 17%(2019년에는 전년대비 6% 성장)가 늘었다. 이런 상승치는 지역별로 외출자제 또는 이동제한이 강화된 시점에 보다 크게 나타났다. 모바일게임의 설치건수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84% 많아졌다. 그동안 확연히 구분됐던 주말과 평일의 이용량(하루 평균) 차이가 63% 가량 줄어든 것도 특기할 부분이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가 코로나를 세계적 대유행으로 선포한 3월 11일 이후부터 차이가 줄어들다가, 5월 초에는 일시적으로 평일 게임 이용량이 주말 이용량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어떤 플랫폼보다도 약진이 두드러졌던 것은 비디오콘솔게임이다. 시장조사업체 NPD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5월 기준 미국 비디오콘솔게임 관련(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액세서리, 게임카드 등) 플레이어들의 총 지출액은 무려 9억 7,7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08년 5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끌어낸 닌텐도 위(Nintendo Wii)가 출시된 이래 최고치다(Richter, 2020.8.6). 비디오콘솔게임의 강세는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3월을 기점으로 이어지고 있다(Smith, 2020.5.13). 2020년 4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엑스박스(Xbox) 게임패스 서비스의 전 세계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3월에서 4월 사이에 멀티 플레이 참여는 13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Park, 2020.4.30). 닌텐도 스위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고, 스위치 전용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Animal Crossing: New Horizons, 이하 ‘동물의 숲’)>은 3월 말 출시 이후 5월 초까지 전 세계에서 1,350만 장이 판매됐다(Irwin, 2020.5.9). 게임이 코로나 확산 이후 적어도 실내에서 ‘안전한 피난처(Safe haven)’ 역할을 했음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국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0년 7월 발간한 <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본 국민은 70.5%에 달했다. 2018년 67.2%(한국콘텐츠진흥원, 2018)에서 2019년 65.7%(한국콘텐츠진흥원, 2019)로 이용률이 소폭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2020년의 이용률 상승은 특기할 만하다. 물론 그 수치가 코로나로 인한 것이라고 해석할 순 없다. 하지만 코로나 전후 게임 이용시간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그 내용을 플랫폼별로 들여다보면, 모바일게임 이용자가 ‘이용시간이 (매우)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47.1%). 다음으로는 PC게임(45.6%), 비디오콘솔게임(41.4%), 아케이드게임(18.0%) 이용자 순이었다. 아케이드게임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플랫폼은 모두 40%대를 기록해, 플랫폼 사이에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보기는 어렵다. 다만 오프라인 시설 위주의 아케이드게임과 달리, 나머지 플랫폼의 이용시간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덧붙여, 코로나 전후 게임 이용시간에 큰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비중이 아케이드게임에서 가장 높았음은 당연하지만, 비디오콘솔게임에서까지 비교적 높게 나타났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림 1] 코로나 전후 게임 플랫폼별 이용시간 변화(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용시간만큼은 아니지만 비용도 늘었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하지만 플랫폼별 응답비율은 달랐다. 이용시간은 모바일게임 > PC게임 > 비디오콘솔게임 > 아케이드게임 순이었지만, 이용비용은 비디오콘솔게임(평균 41.1%) > 모바일게임(40.8%) > PC게임(38.7%) > 아케이드게임(14.8%) 순이었다. 아케이드게임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난다고 보기 어렵지만, 순위가 다르게 나타난 데엔 플랫폼별 비용체계 차이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파악된다. 비디오콘솔게임의 경우, 애초에 기기(게임기)를 사지 않으면 게임을 이용할 수 없기에, 이용진입에 필연적으로 비용이 요구된다. 타이틀의 경우 반드시 구매할 필요는 없지만, 대부분의 인기 타이틀이 유료인데다, 플레이어가 여러 타이틀을 동시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대체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부분유료화 요금제, 정액제, 광고모델 등 다양한 비용체계를 갖지만, 대체로 결제하는 방식이 쉽고 절차 또한 간단하여 그 규모가 점증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이 코로나 확산 하에서 복잡하게 작용해 이용비용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 2] 코로나 전후 게임 플랫폼별 이용비용 변화(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PC게임이 가장 많이 플레이되는 장소인 PC방의 이용은 위축됐다. 코로나로 인해 정부가 학생들의 다중이용시설(학교 밖 교육시설, PC방 등) 이용을 자제하도록 지도할 것을 학교와 가정에 당부한 데 따른 것이다. 3월 서울시가 PC방 등에 대해 영업중단을 권고한 이후, 경기도에서 PC방 등을 대상으로 밀집이용 제한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지자체 차원의 세부조치가 뒤따르기도 했다. 게임사들이 신규 PC게임의 출시를 연기한 것 또한 이용률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상반기 전국 PC방 평균 이용률은 전년대비 3.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본격화된 3월 이후 이용률은 10%대 후반을 유지했다. 전년대비 감소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6월이었다. 생각보다 이용률이 현저하게 떨어지지 않은 것은, 상반기 재택근무 확대, 학교수업의 비대면 전환 등에 따라 실내에 오래 머무르게 된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PC방 방문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의 지역확산 가속화와 함께 8월 19일부터 PC방이 고위험시설로 지정됐는데, 이는 이후 PC방 이용량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칠 듯하다. PC방 게임전문 리서치 서비스 게임트릭스(Gametrix)의 8월 3주차 이용량 분석에 따르면, 250만 시간에 달했던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의 2주차 이용시간은 172만 시간, 33만 시간이었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layer Unknown’s BattleGrounds, 이하 ‘배틀그라운드’)>는 21만 시간으로 대폭 감소했으며, 이러한 감소세는 더 심화될 전망이다(곽주현, 2020.8.28).     


[표 1] 국내 전국 PC방 평균 이용률(게임트릭스; 삼정KPMG 경제연구원, 2020. 7, 11쪽 재인용)


  안 그래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던 모바일게임 이용은 코로나 이후 확대 폭이 더 커졌다. 모바일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IGAWorks)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국내 모바일 게임이용자는 1,984만 명으로 전년 동기(1,917만 명) 대비 4%, 1인 당 월평균 지출액(Average revenue per monthly active user: ARPMAU)은 13,566원에서 16,828원으로 24%나 증가했다. 이용자의 월 평균 모바일게임 이용시간은 33시간이었다. 장르별로는 롤 플레잉 게임(Role Playing Game: 이하 ‘RPG’) 이용시간이 49.9시간으로 가장 높았고, 전략(16.3시간), 퍼즐/퀴즈(15.7시간), 카지노(15.3시간), 캐주얼(11.9시간) 게임 등이 뒤를 이었다. 1인 평균 사용 게임 앱 개수(Android OS, 6월 기준)는 3.7개였다(아이지에이웍스, 2020.8.3). 모바일게임의 강세는 멀티플랫폼 게임의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상반기 모바일버전 매출이 7,108억원으로 전체 매출(8,872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엔씨소프트(NCSOFT)의 <리니지> 역시 상반기 PC버전 매출은 800억원 수준인 반면, 모바일버전(<리니지M>, <리니지2M>)은 9,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곽주현, 2020.8.28)




    

나가며


  블룸버그(Bloomberg)가 분석한 것처럼 게임은 “코로나 유행에도 번성한 몇 안 되는 사례”(Edwards, 2020. 5. 15)가 될 수 있었다. 다만 이용이 전반적으로 증가했음에도, 플랫폼별 양상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음을 앞에서 확인했다. 코로나 상황도 일변도로 가고 있지 않다. 확진자가 줄어드는 듯하더니 2차 확산이 거세게 지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게임 이용행태는 어떻게 변화할까? 계속 성장세를 유지할까? 물리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면 사람들의 야외활동 욕구가 분출될테니, 그에 맞춰 사람들의 전체 문화생활 지출금액에서 게임이용이 차지하는 비율도 자연스레 줄어들었다가,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다시 복구하기를 반복하게 될까? 일단 지금 상황에서 코로나 이후를 더듬는 일은 성급한 시도가 될 듯하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불경기가 심화되는 속에서 사람들의 전반적인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조금씩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게임이용에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 이 글에서 코로나 시대 게임 이용행태 변화를 살핀다고 했지만, 2020년 9월을 기준으로 한 논의일 뿐이다. 코로나 시대 게임이용은 고정적이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이 논의를 한 걸음 삼아 앞으로도 꾸준히 코로나와 게임이용 간 관계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참고문헌

[1] Unity Technologies (2020. 6). <코로나19가 게임 업계에 미친 영향과 19가지 주안점>. URL: https://unitysquare-cdn.s3.ap-northeast-2.amazonaws.com/edm/resource/Unity-Monetization-Covid-19-Insights_KR_200630.pdf?utm_campaign=___&utm_content=UTK_Game-COVID19-Report_202007&utm_medium=email&utm_source=Eloqua&elqTrackId=8159bd77ea1449c69f8388beb0e22948&elq=6713881da0bf4b88a81560b84460470d&elqaid=24988&elqat=1&elqCampaignId=

[2] Richter, F. (2020.8.6). U.S. video game sales shine Amid Pandemic. Statista. URL:  https://www.statista.com/chart/21492/video-game-industry-sales-in-the-united-states/

[3] Smith, N. (2020.5.13). The giants of the video game industry have thrived in the pandemic. Can the success continue? The Washington Post. URL: https://www.washingtonpost.com/video-games/2020/05/12/video-game-industry-coronavirus/

[4] Park, G. (2020.4.30). With 10 million Game Pass subscribers, the Xbox ecosystem begins to coalesce. The Washington Post. URL: https://www.washingtonpost.com/video-games/2020/04/30/with-10-million-game-pass-subscribers-xbox-ecosystem-begins-coalesce/

[5] Irwin, J. (2020.5.9). As the world weathers a pandemic, Nintendo may just be recession-proof. The Washington Post. URL: https://www.washingtonpost.com/video-games/2020/05/08/world-weathers-pandemic-nintendo-may-just-be-recession-proof/

[6] 한국콘텐츠진흥원 (2018). <2018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7] 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8] 삼정KPMG 경제연구원 (2020.7). <코로나19로 인한 게임·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변화>.

[9] 곽주현 (2020.8.28). 코로나19에 모바일 게임 웃고 PC게임은 울고. <한국일보>. URL: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082809420002661?did=NA

[10] 아이지에이웍스 (2020.8.3). 2020 상반기 모바일 게임 시장 현황. <igaworks blog>. URL: https://www.igaworksblog.com/post/2020-%EC%83%81%EB%B0%98%EA%B8%B0-%EB%AA%A8%EB%B0%94%EC%9D%BC-%EA%B2%8C%EC%9E%84-%EC%8B%9C%EC%9E%A5-%ED%98%84%ED%99%A9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미디어광고연구소 연구위원

2020년 게임문화포럼 투고분과 위원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글로컬문화콘텐츠전공 겸임교수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게임광고자율규제위원회 위원

문화이론전문지 <문화/과학>편집위원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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