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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밭 Aug 28. 2022

해마다의 호(好) 시절

찬바람이라는 게 분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옷깃을 스치면 따스하던 삼O호빵 몹시도 그리웁구나..


그리움이 있는 사람의 옷깃은 싸늘하다.


문득 침대 맡 창문을 여니 옷깃에 싸늘함이 스친다.  

CM송만큼이나 그리움이 차오른다.


이제 그 CM송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 그리움이 호호 불어 먹던 호빵만은 아님을 말이다.


조상님들의 혜안으로,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 이후로 기가 막히게 서늘해진 공기를 느끼며, 그 서늘함에서 그리움의 향내가 난다.


호호 불어먹던 호빵을 함께하던 내 시절의 친구와  기가 막히게 찬란했던 아무것도 아닌 일상들, 좀 모자랐던 나와 그 친구들이 그. 립. 다.


일상은 그리움을 옅게 하지만 오늘은 창문 너머 싸늘한 만큼의 그리움이 내 생을 오롯이 느끼게 하므로 그 문, 그대로 열어둔다.


창 너머 세상은 시원하다 못해 싸늘하고, 나의 그리움은 나를 저 넘어 그때로 안내한다.


오늘 밤 꿈은 그 시절이기를.. 두려움보다 내일의 나에 대한 기대가 더 크게 느껴졌던 그때의 나를 다시 느낄 수 있기를.. 두 눈 질끈 감고 귓가에, 옷깃에 스치우는 바람에 나를 맡긴다.


가을 이라는, 해마다 겪는 살랑이는 새로움에 또 설레인다.


그리워도, 싸늘해도 그때만큼  또 좋구나... 다 담아내지 못하는 머리를 가져 그래서 좋다.


살랑이는 바람..

한껏 기대하며 눈을 감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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