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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온 Aug 27. 2024

에필로그. 저는 프리랜서입니다.

나 답게 살아보겠습니다.


나는 작은 회의실에 앉아있었다. 나의 퇴사 발표 소식을 들은 옆팀 팀장이 1:1 면담을 요청했다. 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통유리로 이루어진 회사의 창 밖으로는 뜨거운 여름 볕이 내리쬐고 있었고, 에어컨이 적당히 틀려 있는 회의실은 시원했다.



   '하, 집에서는 에어컨 많이 틀기 어려운데... 회사에서 누리는 최고의 복지가 에어컨이었는데 이제 이 마저도 사라졌네.' 

생각하며 팀장님을 기다렸다.



그의 독무대가 이어졌다. 그는 나에 대한 미안함과 서운함, 섭섭함과 안타까움 등 다양한 감정을 내비쳤다. 그리고 앞으로 당장 회사가 닥친 미래에 대한 걱정과 함께 업무 분장을 어떻게 할 계획이냐는, 현실적인 의견도 여쭈었다. 당장 내 걱정이 전부인 나에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한쪽 귀가 입구이자, 한쪽 귀는 출구인 마냥 머릿속을 스치기만 할 뿐 깊이 박이지 않았다. 나는 그가 내 태도로 인해 기분이 나쁘지 않기를 바라며 최대한 열심히 리액션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 

눈치를 보다가 휴대폰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 발행에 앞서 프로필에 '작가 소개'를 추가해 주세요]



며칠 전 퇴사에 대한 의지를 활활 다지며 작성했던 프롤로그 글, '눈물 젖은 빵? 웃기고 있네'가 브런치의 작가 되기 관문을 통과한 모양이었다. 기뻤다. 소속감이 사라질 것 같아 불안하던 나에게 '아마추어 작가'라는 작은 소속이 생긴 느낌이었고, 흐릿하지만 앞으로의 내 삶에 방향이 생긴 듯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면 된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됐다. 됐어. 역시 됐다. 나는 앞으로 나답게 살아갈 거야.'




.

.

.

.

저는 지금 집 근처 공영 도서관에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추적추적 여름비가 내리더니 어느새 저 쪽 하늘 끝으로는 밝은 햇살이 차오르고 있네요. 먹구름이 걷혀가며 하얀 하늘이 보이고, 작은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정말 대단한 작가라도 된 마냥, 한 글자 한 글자에 욕심이 생깁니다.



퇴사를 통보했더니 지인들이 열이면 열, '그래서 앞으로는 뭘 할 계획이야?'라고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질문에 별 생각이 없다가, 나중에 곱씹으니 '남의 일이 왜들 그렇게 궁금할까?'라는 생각에 괜스레 예민해졌다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 '나 같아도 퇴사를 앞둔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질문했습니다. "그래, 너 앞으로 뭘 할 계획인데?"

스스로에게 답변합니다. "잘 모르겠는데?"






사실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이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도 써보고 싶고, 누군가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보람을 찾고 싶어요. 외국어를 배워서 다른 나라 어딜 가서든지 자신 있게 음식도 주문해보고 싶고, 악기를 배워서 가족 밴드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직장'이라는 작은 울타리에 저를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서 수익도 극대화해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저는, 주어진 시간을 오롯이 사용하여 더욱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맺고 싶습니다.



'뭘 할 계획이야?'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 한 이유는, 제 계획을 하나의 단어로 압축한 표현을 찾지 못했기 때문임을 저는 알아요.

고민하다가 그럴 듯 한 단어 하나를 생각했습니다.



'프리랜서'



네. 저는 프리랜서입니다.

앞으로 나답게 한 번 살아볼 예정입니다.

그 끝에 실패는 없다고 확신합니다.

왜냐면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까지 '나답게' 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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