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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think May 14. 2019

작가의, 작가를 위한, 작가에 의한 플랫폼 '브런치'

<360˚ Seoul > '브런치, 쓰기의 재발견' 강연을 듣고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지난 5월 2일 코엑스에서 열린 360˚Seoul에서 카카오 브런치팀의 강연을 듣고 브런치라는 브랜드에 더욱 반해버렸기 때문이다. 브런치를 만들어가시는 기획자님과 작가님들의 강연을 듣고 나니, 왜 지금까지 이 매거진에 브런치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았나 싶었을 정도로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의 브랜드'라는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리는 플랫폼이 바로 브런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멋짐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브랜드들의 공통점, 그 세 가지 관점에서 브런치라는 브랜드를 살펴보았다.



1.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브랜드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브랜드 바라보기 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내가 사랑하는 브랜드들은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서비스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그 고민과 노력을 느낄 수 있다면, 사용자들은 그 브랜드 '덕분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계속되면 그 브랜드의 진정성이자 자기다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글에만 집중해야 한다.
 

브런치가 주목했던 문제는, 작가들이 글에만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블로그 플랫폼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진 편집, 서체 및 배치까지 다양한 옵션의 에디터 등 글쓰기 이외에 신경써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브런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작가가 그저 글만 써도, 어떠한 환경에서도 아름답고 잘 읽히게 하는, '브런치'라는 네이밍처럼 글을 쉽고 예쁘게 담는 그릇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쓰니 너무 간단해 보이지만, 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존경스러운 고민의 과정이 숨어있다. 브런치, 탄생과 성장 스토리 by 황선아 PM 님의 강연 과 브런치 기획 회고 1,2 by 오성진 기획자님의 글 을 참고.)


쉽고 예쁘게 글을 담을 수 있는 브런치 그릇처럼. ⓒ Cayla1 on Unsplash


저희는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름다운 그릇'을 만들었습니다.

글에 이미지가 없어도 아름다워 보이도록,
이미지를 넣더라도 원 버튼 클릭만으로 잡지에 실린 것 같은 룩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꼭 필요한 기능만 남겨 나머지를 우측으로 보냈어요. 작가님들이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방해받지 않길 바랐습니다. 저희가 드리는 흰 종이에 검은 펜만 들고 글을 쓰실 수 있도록.

_오성진(카카오 브런치팀 파트장), 360˚ Seoul 강연 중에서


브런치 서비스가 나오기 전까지 미디엄, N포털 블로그 등 다수의 글쓰기 플랫폼을 전전했던 나로서는 브런치의 문제의식과 그 솔루션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욕심 때문이라는데, 약간의 완벽주의가 있는 나는 내 글과 사진이 예쁘게 보였으면 하는 욕심 때문에 포스팅 하나를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결국 꾸준히 포스팅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브런치는 사진의 배치와 글씨체 등을 신경쓰지 않아도 하나의 작품처럼 만들어주었고, 나는 이 공간에서 더 쉽게 글을 쓰고 글쓰기를 습관화할 수 있었다.(브런치에 한 번이라도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이제 다른 인터페이스로 글을 쓰는 것은 너무 불편할 정도이다.) 슬로건 그대로 쓰기만 해도 '글이 작품이 되는' 브런치는 나에게 '계속 글 쓸 맛이 나는' 공간이다.


ⓒ Aaina Sharma on Unsplash

2. '자기다움'을 찾고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브랜드


좋은 브랜드는 사람의 진정한 자기다움을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사람들이 각자의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나아가게 돕는 브랜드들을 사랑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에서 썼듯이, 글쓰기는 나와 타인의 자기다움을 여행하게 하는 솔루션이고, 브런치는 이러한 글을 더욱 쉽게, 지속해서 쓸 수 있도록 도와주며 글쓰기의 가치를 더욱 확장시켜주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이 담긴 보물단지,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용기와 동기. (출처: 스테르담 브런치)
브런치 페이지를 열 때마다, 지금도 나는 설렌다. 나의 생각이 담긴 보물단지 같아서다. 이 안엔 지금의 나도 있고, 몇 년 전의 나도 있으며 이런 생각을 한 내가 있고 저런 생각을 한 나도 있다. 나의 이러한 무형의 자산을 모아놓은 곳이 바로 이곳 브런치다.

나는 더 바빠졌다. 브런치를 하고 난 뒤다. 정확히는 글을 쓰고 난 후다. 브런치는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용기와 동기를 주었다. 나 말고도 브런치를 통해 비상한 사람들이 많다. 브런치가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의 꿈을 이루어주는 건 참으로 가치있는 일이기에.

<브런치를 열면 지금도 설렌다> by 스테르담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보여주신, 스테르담 작가님의 '브런치를 열면 지금도 설렌다'라는 글이다. '나의 생각이 담긴 보물단지', '글을 쓸 수 있는 용기와 동기'라는 표현은 브런치가 작가들에게 주는 가치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브런치 덕분에 내 생각을 더 쉽게 쌓아올리고, 글쓰기의 가치를 경험하고, 또 다시 글을 쓰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는 3번 브런치의 미션과도 이어진다.)


나는 작년 8월 부터, 좋아하는 브랜드인 배달의 민족 마케터님들을 따라 목요일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얼마 전 꿈꾸던 배달의 민족 브랜드 마케터 면접에 다녀왔다. 합격 여부에 상관 없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통해 시작하게 된 글쓰기 덕분에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되어 가능했던 성장의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바라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글을 쓰면 기회가 온다'라는 마케터 이승희님의 말처럼, 이 곳에 하루 하루 쌓아올린 내 생각들이 모여, 적어도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또 느끼고 있다.



3. 사람들을 연결하고, 성장의 기회를 만드는 브랜드


'사람 + 연결 = 성장' 이라는 공식. 내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이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영감을 받고, 또 누군가에게 영감이 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의 미션은 나를 가슴뛰게 했다.


작가가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세상에 감동과 영감을 줄 수 있도록
기여한다.

브런치의 존재 이유이자, 브런치가 세상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잘 말해주는 미션(Mission Statement)이다. 브런치팀은 '작가는 글에만 집중해야한다'는 문제해결 이외에도, 작가들이 브런치를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창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 수익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 위클리 매거진 (사진 출처: 브런치팀)


작가들을 인터뷰하여 글을 쓰는 목적에 대해 물었고, 누군가 서점에 꽂힌 자신의 책을 통해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알게 되었다. 이를 실현시켜주는 '브런치북' 출간 공모전, 매 주 하나의 주제로 글을 올려 출간에 가까워질 수 있게 하는 위클리 매거진 등 모든 캠페인의 바탕에는 '작가'에 대한 미션이 있었다. 그 외에도 트레바리와 같은 브랜드와의 협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가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사실, 브런치북을 통해 작가가 되신 분들 중에는 이미 본업이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오성진 기획자님의 말처럼, 단순히 글 쓰는 도구나 수익의 과정이 아닌, 자아실현이라는 더 큰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인 플랫폼이 브런치 아닐까. 브런치의 실험을 통해, 글로써 영감을 주고 받기 위해 이 곳에 모인 사람들이 더 많이 연결되고 가치를 만들어내며 성장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그래서 요즘, 누가 글을 읽기나 합니까?


이어지는 대담에서는 에스콰이어 편집장 신기주님, 아나운서이자 브런치 작가이신 임희정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저자 김민섭님이 함께했다. (모든 말씀들이 주옥같았던 대담의 자세한 내용은 '개인의 시대에 필요한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글 참고) 첫 화두는 '그런데, 요즘 누가 글을 읽기는 합니까?' 라는 질문이었다.


ⓒ Kaitlyn Baker on Unsplash

나는 그 답변을 기획자님의 회고록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내면의 깊은 생각’을 담고자 하는 브런치의 도전은 어찌 보면 역행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을 담은 글이 독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어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였다. 이런 글이야말로 시대와 트렌드와 상관없이 롱런할 수 있는 자산이고, 컨텐츠가 필요한 모든 채널로부터 환영받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채널보다 크리에이터와 컨텐츠가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오지 않겠냐는 희망이 깔려있기도 하다.

두 손가락 보다는 열 손가락으로, 열과 성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우리의 메인 타겟이다.

_ 오성진(카카오 브런치팀 파트장), 브런치 기획 회고 중에서



브런치는 '글을 잘 읽어봐야지' 그리고 '잘 써봐야지'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글 앞에서 애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요.

_ 임희정(아나운서, 브런치 작가)


공감했던 임희정 작가님의 말씀. 예전에 인스타그램에 초기 사용자들만 있었을 때, 사용하는 플랫폼에 따라 이 사람과 취향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예측을 할 수 있었는데(페이스북보다 인스타를 쓰는 분들과 취향이 비슷했다.) 지금은 브런치가 내게 그런 플랫폼이 된 것 같다. 글 앞에서 애쓰며 자기다움을 찾아나가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연결되며 성장할 수 있는 글의 힘을 믿는 사람들.


나는 이 글의 제목을 '작가의, 작가를 위한, 작가에 의한 플랫폼, 브런치' 라고 적었다. 브런치를 사용하면서도 어렴풋이 느꼈었지만, 실제로 브런치라는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분들과 작가분들을 만나보니, 브런치라는 브랜드의 작가를 향한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편,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특징을 정리해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들과 달라지기 위해,
혹은 자기다워지고 싶다고 해서
자기다워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선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기다움이 저절로 드러나는 것.


'작가는 글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문제를 해결하고, '작가가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통해 감동과 영감을 줄 수 있게 한다'는 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던 그 자체가 브런치라는 브랜드의 진정성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길고 긴 브런치 '덕통사고' 후기를 마친다.




+) 2019년에는 강연 등 오프라인을 통해 브런치라는 브랜드를 더욱 알리기 위한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라는 글을 읽었는데, 브런치의 멋짐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벤트는 공부하고 싶은 손님을 위해 기획한다' 라는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라는 책의 말처럼, 이번 행사와 같이 인사이트를 얻고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을 타겟으로 이벤트를 기획한다면, 영감을 받고 나누기 좋아하는 브런치 유저들의 특성상 다시 좋은 콘텐츠로 재생산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정식으로 제안드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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