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사랑을 이해하고자 하는 누군가의 노력을 애정하여 - 일랑
나더러 참 좋은 사람이고, 좋은 여자라 했죠.
‘좋은 여자는 나 왜 못 되는 걸까, 난 매번 왜 좋은 사람이기만 하는 걸까. 그건 내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인가 보다.’
내 모습 있는 그대로 상대방에게 확실하지 않은 호감을 표현하고, 그러다 거절도 당하고, 그래서 아픈 마음을 맞닥뜨리고. 하지만 후회 없는 것. 그래서 한 켠으로 후련한 것. 내가 잘못되었다고 머리를 쥐어 뜯지 않는 것, 괜히 표현했다며 한 번도 자책하지 않은 것. 그 때의 나는 사랑 앞에 최선을 다했다 당연히 생각이 드는 것. 그래서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사람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그냥 내게 나쁜 사람이다 있는 대로 실망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걸 끌어안은 내 모습이 거울 앞에서 참 예뻐 보이는 것.
나는 말이죠. 주관적으로,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사랑이라고 결론내렸어요.
다른 사람 이해하는 태도 없이, 그냥.
그냥 주저하지 않고 확실하지 않은 감정일지라도, 가벼워 내보이기 부끄러운 작은 마음일지라도 일단 표현하는 것.
그래서 그 작은 마음을 눈사람 만들듯 조금씩 함께 붙여나가달라 내 앞 사람에게 부탁해보는 것.
사랑은 처음부터 거대하고 멋진 눈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점차 커지고 대단해지는 눈뭉치를 아름답다 느끼는 것이었어요.
그 모든 시간이, 작던 크던 사랑이더라고요.
그랬더니, 나는 작은 마음이나마 사랑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조각들을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만약 상대방이 다른 눈사람에게 흥미가 있어, 내 눈뭉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그 눈덩이를 상대방에게 휙 던져버리는 고약한 취미를 갖게 됐고요. 마음 파괴! 하는 것 마냥 말예요.
그렇게 작은 마음이 깨부셔지고 나면 나는 좀 슬퍼져요. 아프고요. 하지만, 상쾌해요. 산뜻하고요. 손을 탈탈 털면서 나를 보죠. 이런 작은 덩어리를 소중히 여겼던 내가 참 예쁘고 애틋해요. 그래서 나는 심지어 뿌듯하기까지도 해요, 약간이지만. 나를 위해 내가 부끄럽고 창피한 순간을 견뎌낸 거잖아요. 나 참 잘했어, 하고 칭찬도 해 줘요.
나는 여전히 예쁘고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거든요. 사랑할 줄 아는 성숙한 여성이기도 하고요. 매력적인 여자, 그거 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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