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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l illang Feb 06. 2024

탐구정신, 사랑, 그리고 유적지

(16) 태국 방콕 사원에서 사랑의 탐구를 사랑하여 - 일랑


다양한 사원을 보러 반일 투어를 신청했다. 잘 알아보고 역사도 이해하고 싶어서 한국어가 가능한 가이드를 만났다. 태국의 옛 왕조부터, 전쟁 발발, 이 유적지의 의미까지 빠삭하게 듣고 나서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을 만큼 걸어다녔다. 여기를 오래 잊지 말자고.
머리가 댕강 잘린 사원에서 쓸쓸하다- 이게 인간의 본성인건가, 허무함 가득했다가 그런 모습마저 나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떤 사원 앞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저 꼭대기 위까지 동그란 모양으로 돌을 쌓아올린 거냐며 그 시기의 정약용 어디있냐고 농담도 했다. 현명하다고. 울퉁불퉁하게 굴곡진, 경사로에 놓인 탑 앞에서 함께 기우뚱 고개를 까딱하고 바라봤다. 처음에는 이렇게 곧게 올렸을거야- 만든 사람의 눈으로 봐 보자 하고. 하지만 고개를 들고 보이는 불규칙적인 세월의 흐름이 귀엽기도 하더라.

그러다 보니, 알게 됐다.

이 유적지 하나도 이해하려고 노력을 마다 않는데, 나를 알아보려고 노력 않는 사람에게 귀한 내 사랑은 줄 수 없겠구나.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이라는 건 내게 서로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여행을 간다고 하니 여러 인연들이 연락을 해 왔다.


몇몇은 조심히 잘 다녀오라는 안부 인사를 건넸고, 누군가는 참 부럽다고 마음을 표했으며, 어떤 이들은 지금 어떤지 알려달라고 했다. 이 중 내 마음이 닿는 곳은- 마지막 문장. 나의 정착지는 나의 지금을 궁금해하며, 같이 좀 보자 부탁하는 요청이었다.



주저 없이 네 경험을 공유해달라는 그들의 시선이란- 얼마나 내게 따스함으로 맞닿고 있는지. 사진을 몇 장 찍어 보내주었다. 어떤 곳이라는 설명도 함께. 그랬더니 지금 부모님과 함께하는 순간, 넌 어떠냐고 물어왔다. 마음을 놓고 기분을 표했다. 그런 공유의 순간이, 내겐 참 따스했다.


누군가는 배려라고 이런 말을 했다. 자신에게 관심 쏟는 대신- 지금 삶의 우선순위에 집중하라고. 네 앞에 놓인 여행을 잘 보고, 몹시 집중하면 자신은 그갈로 족하다고. 진짜, 진짜 그걸로 만족하니? 내가 되물었고 그렇다고 답하기에 되려 속이 상했다. 그건 내게 배려가 아니라, 무관심으로 읽히는 표현인 결.


서로의 순간에 끊임없이 시간을 빼앗고, 탐구하고 싶다. 그걸 나는 사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유적지도 이렇게 관심을 쏟고 다리 퉁퉁 부어가며, 무슨 왕조의 몇 번째 전쟁이 끝나고 만들었는가 기억하려고 노력하는데. 이 30도 넘는 무더위에 땀을 흘려가며 힘주어 걷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생각하지 못하는데. 그저 잠시 스쳐지나갈 그들의 과거에 압도당하는데.

뾰로통한 내 마음이 사랑을 어느만큼 옅게 했다. 곧 넘어가는 노을마냥 흐리멍텅 해졌을 때, 어차피 나 안 궁금할텐데 뭐- 하는 마음으로 풍경 사진을 아무개 보냈다. 될 대로 되라지- 쳇. 하며. 그 사람은 뿌듯하게 여행을 잘 다닌다고 답해왔다.


내가, 네게, 관심을 안 쏟는 게, 넌 뿌듯하구나? 네가, 내게, 관심을 안 쏟는 것도, 네겐 기분 좋은 일이었구나.



꽁해졌다. 내 마음에서 한 발짝 멀어지는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해하려 들지 않는 사랑은- 내가 원하는 종류가 아님을 그 사람은 알고 있을까. 모를까. 알고 싶기는 할까. 그저 덮어놓고 싶은 걸까. 그렇게 나도 약간의 호감을 뚜껑 닫는 중. 여전히 나는 닻을 내리지 못하는 마음을 들고 다녀야하는 보따리장수구나, 다시금 깨닫는다.



누군가를 힘주어 사랑한다면, 내 시간을 끊임없이 뺏어줘. 내가 보는 세계의 창 앞에 데려다달라 투정부려줘.

기꺼이 그 문 열어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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