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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묘한 Jun 26. 2024

기묘한 레시피 ep.057 & 와인 페어링

기묘한 된장 국수

빌드업이 되었는가.

수육과 김치를 한껏 먹고 술을 좀 마시다 보면 다들 말은 못 해도 따끈한 국물이 당긴다. 누군가가 라면을 찾기 전에 조용히 일어나서 육수를 다시 데운다. 이미 된장이 들어갔기 때문에 간과 감칠맛을 위한 액젓을 입맛에 맞게 넣는다. 생칼국수 면은 수육을 삶기 전부터 미리 꺼내어 해동시켜 둔다. 국수를 삶고 미리 손질해 둔 채소들만 넣어 끓이면 어느새 갑자기 국수 한 그릇이 뚝딱 나오는 매직을 경험한다. 칼국수 면이 없다면 소면도 쌀국수면도 좋다.


겨울철 얼갈이배추는 정말이지 달고 시원하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양을 넣어야 먹을 때 채소들이 하나씩 집힌다. 수육을 만들 때 무를 상당히 많이 넣는데, 그 무는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연육 작용도 하지만, 육수에 굉장한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도 간이 잘 배인 그것은 몰캉하고 짭조름하며 달큰하다. 굳이 고기 고명이 아니더라고 큰 무 한 덩어리씩 국수에 곁들이면 기묘하게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너무너무 잘 먹는 참 괜찮은 친구가 왔다면, 면을 끓여 내고 남은 자작하면서도 짭조름한 국물을 조금 덜어내어 밥을 볶아준다. 밥, 달걀, 김, 부추, 거기에 참기름 조금이면 한국인의 디저트, 볶음밥까지 낼 수 있다. 버릴 게 없는 알뜰한 음식, 그럴수록 좋은 재료를 쓰자.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끼니를 갖길 바라며...


<기묘한 된장 국수>


재료: 기묘한 빌드업 수육 (기묘한레시피 ep. 055), 우리밀 생칼국수 600g, 얼갈이배추 700g 혹은 통배추 반 통, 느타리 버섯 한 팩, 청양고추 2개, 대파 한 대(푸른 부분), 까나리 액젓, 새우 액젓

- 칼국수 면 대신 소면, 쌀국수면도 좋다.

+ 김장김치와 곁들였던 생굴이 좀 남아있다면, 칼국수에 더해 함께 끓인다.


1. 한쪽에서는 육수를 데우고 다른 한쪽에서는 면을 삶을 물을 끓인다.

2. 면이 삶아지는 동안 배추, 버섯, 고추, 대파 반을 넣어 끓이다 액젓을 더해 간을 한다.

3. 삶아진 면을 2에 더해 한소끔 끓인다.

4. 간이 잘 밴 무와 함께 남은 대파 반을 고명으로 더해 국수를 서브한다.

기묘한 빌드업 수육 
굴과 함께-
남은 수육과 굴을 육수에 넣어 함께 끓인다.
쌀국수를 좋아한다면-
쌀국수에는 역시 고수죠- :)
된장을 풀고 배추를 넣으면?!
근사한 배춧국이 되고요-
고수와 숙주를 넣고 동남아 스타일로-
고수 한가득-
된장을 풀고 각종 버섯, 채소, 칼국수를 넣고 끓인다.
소면을 넣어도 근사하다. :)
깊은 맛-
잘 익은 김장 김치도 꺼내고-
냠-


기묘한 와인 페어링: 다양한 향신료와 채소, 된장의 조합으로 삶아진 돼지고기 수육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넘친다. 우리에게 익숙한 된장의 향은 중식에서 많이 쓰는 팔각이나 정향 같은 향신료에 묻히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 향들이 이기적으로 돋보이진 않는다. 한 가지 요리에서도 우리는 밸런스를 필요로 한다. 적당한 양의 향신료가 주는 그 깊지만 산뜻함은 경험해 보지 않는다면 알 수 없다. 한식과 중식, 양식 그 어딘가의 이 기묘한 수육에는 독일의 리슬링이 아주 근사한 페어링을 낸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샤르도네나 소비뇽 블랑과 함께 3대 화이트 와인 품종이 드는 리슬링, 그중에서도 독일 모젤 지역의 리슬링은 토양의 산도가 낮아 아주 섬세하면서도 프레쉬한 미네랄리티, 가벼지만 풍부한 바디감, 잘 익은 핵과류와 흰 꽃, 은은하게 풍기는 허브 등의 다채로운 향이 주는 즐거움이 가득한 와인이다. 다른 지역의 무거운 바디감의 리슬링보다 기름기가 많은 부위의 수육이 주는 기름짐 없이 담백한 기묘한 수육, 기묘한 칼국수, 그리고 잘 익은 김장김치와 잘 어울리는 이유다. 참, 스윗한 리슬링이 아닌 드라이한 리슬링으로 고르는 것, 잊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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