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나다움!' 소설 낭독회

<범수 가라사대> 소설 낭독회 시나리오

by 조이아

소설 낭독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작년에 이어서 세 번째 이어지는 낭독회입니다. 낭독의 기쁨을 함께 공감하는 시간이자, 이야기 하나를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소리내어 소설을 읽으면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살아납니다.

소설의 첫만남 시리즈로 진행하고 있고요. 작년에는 김초엽 작가의 <원통 안의 소녀>, 곽재식 작가의 <이상한 용손 이야기>를 읽었고요. 올해에는 어떤 책으로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정세랑 작가의 <청기와주유소 씨름기담>은 작년에 나온 소설이지만, 도깨비와의 싸움이 흥미진진하게 벌어지는 이야기이고요. 도깨비는 예로부터 내기하고 나면 큰 상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지요? 주인공은 도깨비와 씨름을 하고 무엇을 얻게 될까요? 궁금한 사람은 꼭 읽어보기 바랍니다. 그다음으로 고민한 후보작은 최영희 작가의 <칡>이라는 작품인데요, 칡으로 유명한 동네가 갑자기 폐쇄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주민 모두가 대피하지만 주인공이 여동생의 애착 담요를 가져오려고 다시 자신이 살던 집으로 가다가, 칡이 괴물이 된 것을 발견합니다. 칡뿌리가 동네 송아지나 강아지 심지어는 사람마저 잡는 이야기예요. 궁금하지요?

오늘 우리가 읽을 작품은 신여랑 작가의 <범수 가라사대>입니다. '가라사대'는 '말씀하시되' 혹은 '말하되'로 해석하면 됩니다. 주인공은 중학생 범수입니다. 이 친구의 이야기를 선생님은 앞에서의 흥미로운 괴물이나 도깨비 이야기보다 더 현실적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읽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는 철학자와 역사적인 이야기, 고전작품이 등장해요. 그래서 중간중간 인문학적인 교양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함께 이야기해보자고 정한 작품입니다. 말이 너무 길었지요?


진행 방식은 지난번과 같습니다. 읽고 싶은 만큼 돌아가면서 읽으면 되고요, 선생님이 두세 번 정도 멈추고 인문학 맛보기와 관련하여 설명을 좀 하겠습니다.

다 읽고 나서는 자리에 놓인 포스트잇에 뭔가를 적을 건데요. 범수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범수에 대해 기억하고 싶은 내용을 '범수에게 말걸기'에 붙일 거고요. '작가에게 말걸기'에는 작품 읽고 난 소감이나, 작가에게 질문하고 싶은 내용을 적어 붙일 거예요. 그리고 저기에는 인문학 맛보기에는 선생님의 설명 중에 기억에 남는 내용이나 느낀점, 본받을 점 등을 써서 붙여주면 됩니다. 그리고 자기가 가져온 독서마라톤에 책의 쪽수와 소감을 적으면 마라톤 일지까지 작성할 수 있지요.

그럼 우리 같이 읽어볼까요? 중2병의 실체를 볼 수 있을 거라고 하는데요!


(낭독)


전족이 어느 나라의 풍습인지 알고 있나요?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여자는, 발이 작아야 한다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세 살부터 여섯 살까지의 여자 아이의 발을 헝겊으로 동여 묶는다고 해요. 그럼 한 일 년은 아파서 집에서만 지내야 한다고 해요. 그냥 묶는 게 아니라, 엄지 빼고 나머지 네 발가락을 꺾거든요. 정말 끔찍한 일은 닭을 푹 삶아서 그 뜨거운 배 안에 네다섯 살 아이의 발을 넣어서 뼈가 부드러워지면, 그렇게 꺾어서 헝겊으로 동여맨다고 합니다. 정말 너무하죠! 이런 일은 중국 미인의 절대조건이어서도 그랬고, 자기 집은 여자가 일하지 않아도 될 만큼 부유하다는 것을 뽐내기 위해서이기도 했대요. 전족을 한 여자들은 종종걸음을 걸어야 했고, 일은 할 수 없었거든요. 등뼈도 튀어나올 정도로 몸 전체를 이상하게 만드는 이런 일이 장장 천 년 동안이나 이어졌다고 하니 정말 놀랍습니다.

이건 토론 거린데, 여성은 이래야 아름답다고 하는 것에 의심을 가져야 합니다. 방금 선생님이 한 말에 놀란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끔찍하다고! 그런데 잘 생각해 봐요. 쌍꺼풀 있는 눈을 위해 얇은 눈꺼풀에 칼을 대는 건, 아무렇지도 않나요? 코를 높이기 위해 생살을 찢고 무엇인가를 삽입하는 건? 요즘에는 가지런한 치아를 위해 생니를 갈아내고 인공치아를 붙이는 시술도 흔해졌다고 하지요. 선생님은 요즘에도 이런 전족과 같은 악습이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범수에게 운동화가 전족 같았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네, 맞아요. 답답하게 느껴졌다는 거죠. 꼭 운동화를 갖추어 신어야 하는 게 나를 억압하는 기분이었을 수도 있겠어요. 여러분에게도 전족처럼 느껴지는 게 있을까요? 교복이 될 수도 있고, 꼭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일 자체일 수도 있지요.


(낭독)


도덕 선생님이 말씀하셨다는 칸트의 산책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칸트는 누구입니까?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자입니다.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등의 저서가 있고요. 칸트의 철학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우리 도덕선생님께 여쭈어보면 됩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런 거 다 모르더라도 이 철학자에 대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는 것만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독일 쾨티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 고장에서 살았다는 이 철학자는 아침 5시에 기상, 홍차에 간단한 아침을 곁들이고, 오전에는 글쓰기, 11시부터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점심 식사 후에는 늘 산책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칸트가 지팡이를 짚고 나오면, 지금 몇 시구나 하고 알아차렸다고 해요. 이 철학자는 선천적으로 허약하기도 해서 건강을 위해서 걷기도 했지만, 걸으면서 영혼의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혹은 깊은 생각- 이 책에서는 사색이라고 나오지요? 사유와 사색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생각하는 칸트, 걷는 칸트'라는 말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가면 '철학자의 길'이 있어요. 철학자들은 걸으면서 사유하기를 좋아했나 봐요. 여러분도 걸으면서 생각하는 경험을 하는 일이 있을 겁니다! 여기 범수 또한 마찬가지이지요?


(낭독)


군중 속의 고독은 미국의 사회학자 리스먼이 한 말이라고 해요. 여러분도 교실에서 이런 기분 느낄 때 있지 않아요? 분명히 친구들로 둘러싸여 있지만, 왠지 모르게 혼자인 기분. 나만 느낀 거 아니죠?


(낭독)


알을 깨고 나온다, 어느 작품에 나온 거라고 합니까? 네, <데미안>이지요. 작가가 누군지 아는 사람? 맞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주인공은 에밀 싱클레어입니다. 데미안이 보낸 편지에 있는 문장은 이렇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은 삶에 대한 은유로 볼 수 있겠지요. 선생님이 중학생 때 읽었을 때에는 그냥 줄거리만 겨우 따라 읽었는데, 올해 다시 읽은 <데미안>에서는 칼 융이 말하는, 진정한 자기 자신- 셀프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읽혔어요. 자세히는 몰라도, 읽으면 읽을수록 이야기할 거리가 많아지는 소설이라는 것은 잘 알겠더라고요. 범수가 자기가 갇혀있던 생각에서 벗어나서 뭔가 새로워졌다고 할 때 '알이 깨졌다'고 비유한 것은 참 탁월하지요?


(낭독)


푸시킨의 유명한 시의 일부 구절입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패러디도 많이 되니까, 원작의 시를 알아두는 것도 좋겠지요?



자, 이렇게 해서 <범수 가라사대>를 다 읽었습니다. 재미있었나요? 여러분의 목소리로 들으니까 선생님도 처음 읽었을 때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즐거웠습니다.

선생님이 처음에 주문한 것들을 써 주세요. 포스트잇은 최소 세 장 이상 작성합니다. 하나는 오늘 알게 된 인문학 지식 중에 하나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 - 전족에 대한 비판도 좋고, 오늘날의 자신에게 전족은 무엇인지 써도 좋고요. 칸트의 규칙적인 생활, <데미안>, 푸시킨의 시에 대해 자기가 기억하는 것이나 느낀점을 혹은 시를 패러디해봐도 좋겠어요. 두 번째 포스트잇에는 범수에 대해 하고 싶은 말, 세 번째 포스트잇에는 소설 읽고 난 소감이나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 이렇게 세 개 이상을 각각의 종이에 붙여주면 됩니다.



자, 이렇게 <범수 가라사대> 낭독회를 함께 했습니다.

선생님이 오늘은 줄거리나, 인물 보다도 다른 이야기에 더 힘을 준 것 같아요. 여러분. 여러분이 혼자 읽어도 <범수 가라사대>는 줄거리를 따라가며 금방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책을 읽던 방식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인문학적 맛보기를 한 거요. 내가 아는 게 많으면, 아는 대로 볼 수 있어요. 오늘 선생님은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나! 비판하며 살 것! 전족이 천 년을 이어져 왔다고 했잖아요. 다들 당연하게 생각해 온 것을, 오늘날 우리가 보면 너무도 잔인한 일일 수가 있어요.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 늘 맞을 수는 없어요. 늘 깨어있기를 바랍니다. 자꾸 의문하고 의심하고 따져보면서 살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 여러분이 고전을 통해 무언가를 붙들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그게 칸트의 생활방식이 되었든, 데미안의 한 문장이 되었든. 여러분이 배운 것들 중에서 나의 좌우명 삼고 싶은 것, 혹은 힘들 때 기대고 싶은 문장을 꼭 하나쯤은 가슴속에 새기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태어나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혹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이런 문장 하나씩만 가지고 살아도, 우리의 삶은 훨씬 용감해질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두 번째 독서를 권합니다. 선생님이 엊그제 어떤 작가님을 만나고 왔는데, 그분이 말씀하셨어요. 첫 번째 독서는 구경이라고. 미용실에서 잡지를 보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가 흥미 있어서 따라가다 보면 다 읽게 되는 거라고. 그러나 두 번째 독서부터는, 문장이 다시 보이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어 있던 자기 경험이나 자기 생각과 만날 수 있다고요. 오늘은 우리가 범수의 이야기를 따라갔지만, 선생님은 여러분이 이 책을 다시 읽고 자기의 이야기를 읽어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말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세상 모든 범수의 사색을 지지합니다."라고요. 여러분에게도 범수 같은 엉뚱한 면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심각한 고민도 있을 테고,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이나 신나는 꿈도 있겠지요? 여러분의 걸음에 범수의 '빨간 쓰레빠'를 사뿐히 얹어주고 싶어요. 여러분만의 새로운 시작을 지지합니다. 함께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올해 처음 함께 한 독서행사_여느 때보다 남학생들이 많이 참여해주어 기뻤다! 제목 덕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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