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무사히 잘 넘기고 첫 봄이 왔다. 우리는 나들이에 나섰다. 똘복이는 개나리 향을 맡고 나는 진달래를 귀에 꽂고 함께 셀카를 찍었다. 꽃놀이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해가 저물었다.
그래 봐야 동네 뒷산이고 길도 익숙했지만 어두워지자 조금 무서웠다. 서둘러 돌아가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뒤따라왔다. 똘복이와 같이 있으면 겁나는 게 별로 없었지만 그날은 느낌이 이상했다. 확실히 우리를 뒤쫓고 있었다. 점점 속도를 높였다. 아저씨도 같이 속도를 높였다. 도망가다시피 달렸다.
아직 앙상한 나무 사이로 거리가 좁혀졌다. 똘복이도 무서웠는지 아니면 상황도 모르고 혼자 신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지쳐서 더는 못 달렸다. 조금씩 뒤따라오는 발소리가 커지더니 급기야 따라 잡혔다. 어둠 속에서 내가 긴장한 게 티 날까 봐 두려웠다. 담담한 척 천천히 가려는데 아저씨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저기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는데 아저씨 뒤엔 누렇고 커다란 녀석이 서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덕수'를 만났다. 아저씨는 똘복이가 몇 살인지, 암컷인지 수컷인지 물었다. 덕수는 족보가 있는 진돗개고 장가갈 때가 되었다고 했다. 족보 보러 오라며 주소도 알려주셨다. 매일 산책 다니는 길목에 있는 동네 이웃집이었다.
그즈음 똘복이 집 한켠이 붉었다. 문지르고 핥아가며 용케 깔끔하게 치르더니 똘복이가 한결 얌전해졌다. 첫달거리였다.
"쳐다보지 말고 걸어!"
그 날 이후로 산책 중에 덕수네 집 앞을 지날 때면 나는 이렇게 말하며 목끈을 당겼다. 덕수는 우리가 다가가면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컹컹 짖어댔다. 족보 있는 개치고 너무 경망스러웠다. 다소 우직하게 생긴 육각형 얼굴도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똘복이는 달랐나 보다. 내가 아무리 목끈을 당겨도 기어이 대문가에 체취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