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대에게 시인이 되었다.

사랑을 하는 마음

by 광규김

[함께할 시간의 밀도]

함께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시간의 밀도를 다르게 보내고 싶었다.


서로의 이름으로 엮인 이야기에 한 문장 추억을 더했다. 대체로 내가 아끼는 이들이 그랬다. 많다면 많은 시간이 있었겠지만, 나는 차마 그 대부분을 사람을 만나는데 할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만남을 특별하게 여기기로 결심했다. 사회적 존재로 살기 위한 최소한의 인간관계 유지나 사역의 연장선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쉼표가 되고 싶었다.


[기억에 남을 것이기에]

나를 잘 아는 이들은 나의 많은 모습을 알지만
나와 자주 만나지 못했던 이들은 나의 잠깐으로
나를 기억할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더 좋은 기억으로 남겨주고 싶었고 그렇게 그들의 마음속에 남고 싶었다. 그대에게 남을 나의 모습은 나의 찰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그대의 찰나에 스쳐갈 내가 그대의 삶에 어떤 길고 긴 영향을 남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나는 기도했다. 이 소원을 들어주시는 그분을 닮아 나 역시 주변의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남기고 싶다고. 우리의 만남과 시간, 그날의 몸짓과 시선 수많은 요소가 잊히고 짧은 문장으로 회자되는 것이 추억이고 기억이다. 사람은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추억하고 기억한다.


극도로 정제된 언어를 한 편의 시라고 부르듯 퇴고를 거치며 지나 보낸 시간을 말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많은 요소를 함축한 낱말과 낱말 사이의 운율처럼 보고 듣고 숨 쉬며 느낀 모든 것을 한 줄 문장에 담는다. 그 기억이 아름다운 건 그렇게 온 힘을 짜내며 겨우 만들어진 추억이기 때문이다.


[만날 기회가 없던 이들이]

만날 기회가 없던 이들이
유독 나를 좋게 봐줬던 것은
나의 부족함을 내비칠 일이 적었기도 하겠거니와
그 잠깐에 내가 더 신경을 썼기 때문이 아닐까


몹시 아끼며 사랑하여도 내 삶의 전부를 함께할 수는 없었다. 나는 여전히 떠돌았고, 겉돌았으며,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 부르심을 쫓아, 부름과 요청을 찾아 나는 수 없이 많은 이들 사이를 방황했다. 뚜렷한 목적지는 있으나 종착역을 향하는 모든 여정이 나의 방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대들의 몸짓 하나, 눈썹과 눈동자의 세심한 진동 하나하나를 신경 쓰고 살펴보았다. 소심하고 작게만 느껴질 수 있어도 나는 그대의 시간 앞에 작은 사람일 뿐이니 언제나 그 만남의 기회 앞에서 겸손해질 준비가 되어있었다. 나의 다짐이고, 바람이 그랬다.


그래서 그랬나. 나를 잘 모르는, 나와의 만남이 적고 짧았던 이들일수록 나를 더욱 좋아하고 따라줬던 경험이 있다. 그들 중 일부가 오래도록 나를 찾아오며 나는 그들을 찾아가 길고도 아름다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일하며, 섬기고, 사랑했다. 나의 못난 모습을 그들이 겪을 기회가 적어서 나를 미워할 기회도 그만큼 적었을지도 모른다. 내게 실망할 일이 없다면, 내가 신경 써서 남겨준 좋은 측면들로 나를 기억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소한 인연 하나를 소홀히 여기지 못했다. 나의 소명이 그 안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대는 그저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그 순간순간이 나에겐 사명의 자리였다.


[파도가 되고 싶었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그대를 향하는 파도가 되고 싶었지만, 나는 바람보다 짧게 그대에게 머물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했고, 나누는 생각 하나하나 내겐 귀했다. 내가 그대를 알고, 그대를 추억하며 살고 죽어야 하기 때문에 순교의 꿈을 품은 볼품없는 전도사는 순금 같이 그대를 대하며, 정금 같이 나아가야 했다.


만남엔 끝이 있겠지만, 사랑이 남기는 선한 영향력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만큼 길고도 넓게 퍼진다. 아픔이 많지만 역사를 아주 미워할 수 없음은 그 안엔 여전히 사랑이 사랑으로 이어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이야기가 있는 곳을 그리고 그 자체를 나는 사랑한다.


짧은 만남에 반비례하듯 내 마음은 그대를 몹시 아낀다. 지금까지 적어온 이 문장은 나의 사랑에 대한 고찰 중 일부를 남긴 것이다. 이는 단순히 연애하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세상 속에 살아갈 때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랑은 타자를 인정하며 자신과 타자의 관계를 정의한다. 사랑으로 자신을 정의하고 타자를 정의한다. 언제나 말해왔듯. 그대 사랑의 지평이 넓어졌다면 그대는 그리스도를 잘 섬기며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랑은 일상적인 것" 이번에 준비 중인 설교에 들어갈 문장이다. 갑자기 떠오른 영감이지만 꽤 좋아하고 즐겨 쓰게 될 말이 되었다. 그대의 일상이 될 수 없지만 그대의 일상에 스며들 사랑이 되고 싶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며 사역하는 방식이자 바람이다. 참 바라는 것이 많다. 그만큼 내가 하지 못하고 있으며, 내가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제 글을 줄여야 한다. 스쳐갈 사랑으로 스며들 순간을 찾는다. 이 글이 지나쳐갈 문장이지만 그대의 마음에 또 다른 영감과 용기를 남기길. 그리고 그 용기로 또 어디선가 그대의 선한 영향력이 아픈 세상에 사랑을 더해주길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사랑의 역사. 사랑으로 적히며 이어지는 역사에 동참하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긴다.


많이 보았다면 잔잔한 사랑으로 밀려갔겠지만

입술에 오갈 문장이 적기 때문에 나는 그대에게 시인이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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