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남성성과 여성성은 후천적인 요소에 따라 나누어진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남자아이들이 자동차 장난감을 좋아하고 여자아이들이 인형을 좋아하는 것은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시켜왔기 때문이라는 거다. 아무래도 남자아이는 남자답게, 여자아이는 여자답게 키우려는 대다수 부모의 일반적인 의도를 생각할 때 후천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아기를 키워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냥 다르다.
이 녀석은 나를 닮아서 확실히 조심성이 많다. 앉을 때도 조심히 않고, 새로운 것을 볼 때도 덥석 잡지 않는다. 하지만 그뿐이다. 어마어마한 활동량,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모습은 "나는 아들이오."라고 확실히 말하는 듯하다. 조심성도 처음 접하는 것에만 있지 익숙해지면 막 나간다. 반면 대부분의 딸들은 놀라울 정도로 가만히 있는다.
물론 나는 매우 한정적인 사례만 접하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변 대다수의 증언이 그렇다. 구분이라는 건 언제나 명확할 수가 없어서 성 소수자나 클라인펠터 증후군, 터너 증후군 같이 경계에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지만 이런 사례는 당연히 제외한 생각이다. 딸 중에도 엄청 활동적인 아이가 있을 수 있고, 아들 중에도 비교적 조용한 아이가 있을 수야 있겠지만, 확률적으로 확실히 아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발달 과정에서의 이 차이는 아마도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꽤 기여할 것 같다. 여기에 교육이 추가되어 더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전적으로 알다시피 남녀의 나머지 염색체는 같고, 한쌍의 염색체만 XY, XX로 다를 뿐이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Y 염색체는 다른 염색체에 비해 유전 정보의 수가 현저히 적다고 한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이 차이로 근본적인 남녀의 차이가 생긴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이 차이는 우리가 흔히 아는 남녀의 차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격, 행동에 영향을 줄 것이고, 우리가 이를 잘 모르는 것이 남녀 혐오에 요인이 아닐까 싶다. 혐오는 대화를 막을 것이고, 이는 문제 해결에 좋은 방향은 아닐 텐데 좀 안타깝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아기가 다칠까 봐 걱정되기도 하지만, 좁은 집안에서도 전에는 못 가던 곳을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왠지 흐뭇하다. 점점 자신의 영역을 넓힐 뿐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도 익힌다. 매일매일 기고, 잡고 일어서고, 손으로 잡고 누르는 사이에 조금씩 발달하고 있는 걸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누구나 겪은 발달 과정임에도 직접 보면 신비롭고 장하다.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기를 보는 게 가끔은 힘들지만, 이런 시기가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또 조금 아깝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