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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살 일기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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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Sep 14. 2024

4시 30분

아기의 잠, 부모의 잠

아기를 키우면서 다른 무엇보다도 힘든 건 바로 잠인 것 같다. 나도 비교적 애를 보고, 집안일을 처리하는 것을 즐기는 편인 거 같지만,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아기를 보는 건 정말 고통이다.




갓난아기 시절, 아기는 스스로 잠드는 법을 모른다고 한다. 그냥 어찌할 바를 모르다 졸려서 스스로 잠이 드는 것이다. 언제 잘지 몰라서 힘들지만, 이게 또 엄청 귀엽다. 분유나 모유를 먹다 스르르 잠드는 모습은 정말 많은 고통을 잊게 해 준다. 잠이 든 것 같은데도 간헐적으로 한두 번 빨기도 하고, 가끔 자신이 잠들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 다시 열심히 먹기도 한다. 이 귀여움은 정말 안 보면 모른다.


자는 아기가 가장 귀엽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잠을 재우는 건 힘들다. 어떤 때에는 먹다가 바로 잠들지만, 어떤 때는 한 시간, 두 시간 계속 실랑이를 하곤 한다. 잠이 들 거 같다가도 뭐에 자극을 받았는지 다시 일어난다. 잠자는 시간도 제멋대로라서 내 생활리듬이 망가진다. 아기 때문에 들여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지만, 총시간으로 따지면 그렇게 많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5분 대기조마냥 항상 대기해야 하며, 하기 싫다고 안 할 수도 없으며, 하루도 쉴 수 없는 상황이 만드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그래서 출근을 하는 게 훨씬 낫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듯싶다. 나는 출근을 하고 있으니 상황이 훨씬 낫고, 그러니 집에 있는 동안이라도 많이 아기를 보는 것이 좋겠다 싶다. 물론 괴로운 순간이 있지만 아기를 보는 것이 즐겁기도 하다.


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낮밤을 가리고 길게 자기 시작한다. 그로 인해 잠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물론 아기는 정말 빠르게 성장하며 바뀌기 때문에 또 다른 시련이 도사리고 있지만, 잠이라는 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유독 우리 아기는 다른 점이 있었다. 너무나도 착한 "새나라의 어린이"이기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는 점이다. 그게 너무 심해서 밤 5시~6시에 잠을 자서 꼭 새벽 4시 반에 잠을 깨는 것이다. 덕분에 출근 전에 눈도 거의 못 뜨고 한 시간을 놀아주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건 정말 힘든 일이다. 나중에 잠잔다고 어린이집 안 갈 일은 없겠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잠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미루긴 했으나, 아직도 가끔 일찍 잠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다가 크게 우는 일이 있다. 밤에 꼭 두세 번은 그러는 것 같다. 대부분 좀 달래면 다시 잠이 들곤 한다. 물어보고 싶다. 무서운 꿈을 꾼 걸까? 아무래도 이가 나는 시기라 성장통이 아닌가 싶지만, 알 길이 없다. 우는 아기를 보면 안쓰럽다가도 그 얼굴이 너무 귀여워서 미안하게도 더 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정말 온 얼굴을 쓰면서 우는 모습은 흉내도 낼 수가 없다. 어떤 명배우도 저렇게 얼굴 근육을 모두 쓰면서 울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성장하면서 점점 울음은 줄어들 것이고 잠도 규칙적으로 알아서 잘 것이다. 본능에 충실한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의 나처럼 감정 표현을 하는 것조차 어색해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 원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또 그렇게 친근하지 않고 서먹한 관계가 많으니, 이런 리얼한 표정을 보고, 안아서 달래면서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건 지금 뿐일지도 모르겠다.




아기를 낳고 키우는 일이 이렇게 힘든데도 둘째, 셋째를 낳는 것은 아마도 많은 순간이 휙휙 지나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떤 힘든 순간도 일이 주 지나면 해결되고 다음 힘든 순간이 다가온다. 이제 기어 다니나 싶으면 일어나고, 걸으려고 한다. 만지면 부서질 것 같던 아기가 어느새 던져도 될 거 같이 튼튼해져서 여기저기 사고를 치며 다닌다. 뒤돌아 보면 사라져 있는 그 짧은 순간에 대한 기억과 아쉬움은 우리로 하여금 망각을 만들어내고, 또다시 행복하고도 힘든 시간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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