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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Oct 16. 2024

7시면 끝나는 회식, 아이와 함께

초등학교의 초특급 회식 문화

남편이 바쁜 주간에는 아이가 오롯이 나에게 맡겨진다. 그러면 교육청 출장을 가더라도 시간 맞춰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 오늘은 회식이다.


요즘 초등학교의 회식은 술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 좋은 식당에 가서 밥 먹는 정도. 예전 신규 시절만 해도 고기 굽고 술 마시는 회식 문화가 있었는데 이제는 추억 속 장면이다.




회식은 출장보다 쉽다. 출장은 교육청까지 가서 이름 적고 적당히 앉아 있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와 아이와 만나야 하는 미션이 있다면, 회식은 그냥 회식 자리에 아이를 데려가면 된다.


학기 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회식자리에 아이를 데려갔다. 메뉴도 다양했다. 불고기, 자장면, 돼지갈비, 파스타... 그 많은 회식자리에서 단 한 번도 아이를 데려왔다고 눈치 주는 사람이 없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만큼 다들 아이를 진심으로 예뻐해 주셨다. 과자라도 하나 챙겨주시고 인사라도 한번 더 건네주신다.




그렇다 보니 동동이도 선생님들과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게 익숙해졌다. 어느 날은 2학년 선생님과 놀고 어느 날은 4학년 선생님과 놀고. 그렇게 밥을 먹는 동안에 장난도 친다.


아직 4살이라서 그런지, 몇 번을 봐도 처음 선생님들과 마주칠 때마다 낯을 가린다. 하지만 시간이 5분만 흐르면 선생님들과 잘 놀고, 밥도 잘 먹고, 집에 갈 때는 '안녕히 가세요.' 손을 흔들며 인사도 한다.


그렇게 오늘의 회식도 무사히 마쳤다.




집으로 돌아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동동이 친구를 만났다.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어, 우리 오늘 회식이었어. 같이 밥 먹고 왔어."

"회식에 아이랑 같이 가도 돼?"


친구 엄마의 놀라운 물음에 그제야 '아하' 생각이 난다. 내가 자연스럽게 느꼈던 '아이를 데려가는 회식'이 어떤 곳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구나.




그러고 나니 남편 회사에서 회식 자리에 배우자를 데려와도 괜찮다면서 아이는 시댁이나 친정에 맡기고 오라고 했던 게 생각이 난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아니, 왜 애는 데려가면 안 돼? 가족 회식이면 애들도 데려와야 하는 거 아니야?"


나에게는 아이와 함께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아니었나 보다. 그래, 회식에선 어른들끼리 술도 마시고 하겠지.




오늘의 초특급 회식은 공개수업을 하신 선생님 한 분의 노고로 모두가 행복했던 자리였다. 아름다운 노을 맛있는 음식 그리고 선생님들과 수다까지.



이렇게 즐거운 회식문화가 더욱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아, 그리고 가족이 와도 되는 회식자리라면, 아이는 어디에 맡기고 오라는 말 대신 아이도 함께 데려오라고 말할 수 있는 회식 문화가 생기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사진: UnsplashChris Liver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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