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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Nov 06. 2024

억지로 웃으면 달라지는 것들

운전대 앞에서 웃어보기

출근 시간에 동동이가 듣는 타요 중장비 노래 중에서 이런 가사가 있다.


"아, 피곤해. 심심해."

"얘들아 우리, 그럴 땐 웃어보자!"




지난주에는 죽을 상으로 학교엘 갔다. 그렇게 학교에 가니 재미도 없고 아침부터 열받는 일들만 많았다. 이렇게 다니다가는 학교에 못 다니겠다 싶어서 억지로 웃기 시작했다.


출근할 때 운전대를 잡고 억지로 한번 씨익 웃는 것이다. 앞에 달린 거울을 슬쩍 쳐다보고 입꼬리가 제대로 올라갔는지 확인하고 차를 출발시키는 것.




예전에 웃는 연습을 했던 적이 있다. 바로, 뮤지컬 동아리에서 배우로 연기를 했을 때이다. 일반인과 배우 그 사이 어딘가에 엉거주춤 있긴 했지만 마음만은 간절히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거울 속에 나를 마주 보았다. 눈을 맞추어 보고 고개를 끄덕여보고 웃어보았다. 그때였던가. 내가 잘 웃는 사람은 아니란 걸 알게 된 건.




뮤지컬 연습을 하러 가기 전 집에서 마음을 단단히 했다. 가서 어떻게든 소리를 내 대사를 하고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자신감 충전은 필수였다.


거울을 보고 웃으면서 세 번씩 마음속으로 외쳤다. "나는 예쁘고, 행복하고, 아름답다!"


마법의 주문을 걸고 연습을 하러 가면 한결 부드러운 모습으로 자신감 있게 연습에 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평소보다 훨씬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아침마다 웃기 시작했다. 뇌는 사람이 신호를 주면 그 신호를 진짜라고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침마다 뇌에게 '아, 기분이 좋아'하는 거짓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래서인지 학교 가는 게 좀 더 수월해졌다. 지난주보다 지각도 덜하고 아침에 화낼 일도 없어졌다. 하루가 흘러가는 흐름을 봐도 훨씬 행복해진 게 느껴진다. 가장 놀라운 것은 쌓여있던 업무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업무가 없어지는 시기였던가? 아니면 내가 웃어서 업무가 없어진 건가? 그건 잘 모르겠으나 조금 더 살만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우리 신랑은 웃는 모습에 빠져서 나를 만나겠다고 결심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예전처럼 까무러치듯이 활짝 웃는 일은 많이 없다.


그래, 웃는 게 좋은 거니까. 억지로라도 좀 자주 웃어야겠다.


솔직히 그 사람이 진짜 기쁘고 행복해서 웃는지 보는 사람은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다. 웃으면 피부도 좋아지고 좋은 점도 많지 않은가?


내일도 예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를 만나러 가야겠다. 너그럽고 아름다운 선생님이 되고 싶다.




*사진: UnsplashJovis Al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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