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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Nov 27. 2024

너무 추워서 신경질이 나요

첫눈 오는 날,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아침부터 신이 났습니다. 첫눈이 오는데 '공가'를 썼기 때문입니다. 동동이는 학교에 데려다주고 저만 쏙 빠져나와 건강검진을 할 생각에 마음이 떨렸습니다. 혼자서 점심 외식도 하고 쌓이는 눈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 할 생각에 마음이 설렜죠!


눈길을 헤치고 학교에 갈 때도, 주차장에 올라갈 수 없어서 운동장에 주차를 할 때도 신나기만 했습니다. 교실에 가서 "얘들아, 선생님들 말씀 잘 듣고 눈 놀이는 조금만~" 하고 나오는데 얼마나 신나던지요.


하지만. 그것은 잠깐이었습니다.




마음이 손바닥 뒤집듯 바뀐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주삿바늘 때문입니다.


원래 혈관이 잘 안 잡혀서 겨우 피를 뽑곤 했습니다. 채혈실에서 오른팔은 피를 못 뽑아서 왼쪽으로 겨우 피를 뽑았습니다. 안도하며 이제 끝났구나 했죠. 그런데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바로 수면 내시경입니다.



공짜로 해주는 국가 검진 말고 돈 내고 하는 종합검진을 이번에 처음 받습니다. 그래서 내시경도 이번이 처음인데요. 링거 주사를 연결해서 사람을 재우는 줄 몰랐습니다. 아, 왜 몰랐을 까요.


왼쪽 팔에 한번 더 주삿바늘을 꽂습니다. 이리저리 돌려도 아니어서 뺍니다. 이번에는 왼쪽 손등을 사정없이 때려서 주삿바늘을 꽂습니다.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저는 아예 시선을 돌리고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어요.


결국 다른 분이 오른쪽 손등에 겨우 주삿바늘을 연결했습니다. 테이프를 붙여 고정해 주시는데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내시경 준비가 끝나고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간호사가 주사액을 손등에 연결해 주입하는 바로 그때였습니다. 손등에 엄청난 압력이 느껴지면서 손등을 시작으로 손목까지 엄청난 압박과 통증이 함께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저, 정말 엄살이 없는 사람입니다. 피를 몇 통을 뽑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연분만할 때도 거의 끝까지 버티다가 무통주사를 맞았습니다. 뭔가 잘 못된 것 같아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파요! 아프다고요!"

"원래 아파요!"


손등에 있는 혈관이 터져 나갈 것 같았습니다. 간호사는 아프다는 얘기에도 계속 더 세게 주사액을 집어넣었고 저는 그렇게 소리소리를 지르다가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수면에서 깨어난 뒤에는 제대로 간호사를 찾아가서 따질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냥 빨리 끝내고 밥이나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죠.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과정이 너무 아프고 어이없고 폭력적이어서 병원을 나온 뒤에도 계속 생각이 났습니다.


수면 내시경이 깨고 간호사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원래 이렇게 아파요?"

"네, 좀 아파요."


하지만 신랑한테 물어보니 안 아프답니다. 그냥 따끔하고 만다고. 저희 신랑 예방접종 맞는 것도 무서워하는 엄살쟁이인데요.


깨어나서 가장 먼저 확인한 손등에는 밴드에 피가 묻어있었습니다. 몇 통 피를 뽑은 곳에서도 이렇게 피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피부 속으로 퍼렇게 멍이 올라옵니다.


너무 속상한데 어디서 하소연할 데가 없습니다.




간호사는 제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면서 엄살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저거 금방 잠들건대 시끄럽게 구네.' 이런 생각을 했을 까요?


혈관을 어렵게 찾았고 바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을 수도 있는 건데. 조금만 천천히 약을 흘려보내주면 안 되는 거였을까요. 지금 키보드를 치는데도 손등이 저릿저릿합니다. 아마 마음이 아파서 더 그런 거겠지요.


집에 들어왔는데 방은 너무나 춥고 신경질이 났습니다. 실제로 춥기도 하고 네 군데나 주삿바늘에 찔리다 보니 온몸이 너덜너덜 해진 것 같았습니다.




8살 폐렴으로 처음 병원에 입원할 때도 주삿바늘이 자리를 못 찾아서 여러 번 찔렀던 생각이 납니다. 엄마나 할머니라도 옆에 있었으면 엉엉 울어버리고 말 것 같은데. 동동이만 옆에서 자꾸 뭘 해달라고 하니 더 더 엄마가 보고 싶습니다.


결국에 그냥 지나간 일. 내 마음이나 다스려 보려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아무거나 먹고 싶고 엄마가 보고 싶습니다.





* 사진: UnsplashGabriel Alen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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