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교실은 너무 춥다. 월동 준비를 하며 제일 먼저 털 실내화를 준비했다. 따뜻한 물을 부어서 쓰는 핫팩도 가져다 놓았다. 히터를 틀어놓아도 건조하고 춥다. 너무 건조해서 목이 아파 가습기도 틀어놓았다.
12월이 왔다. 1년의 마무리 나이스 생활통지표 작업이 시작되었다. 우리 반은 과목도 적고 아이들도 적어서 예전만큼 부담이 크지는 않지만 여전히 방학을 앞두고 나이스는 꼭 넘어야 할 관문으로 느껴진다.
사람마다 잘 맞는 계절이 있나 보다. 옆반 선생님은 더위를 많이 타서 여름에 힘들어했는데, 이번엔 반대로 내가 꽁꽁 싸고 다니느라 힘들어한다.
2학기 통합교과의 마지막은 '이야기' 교과서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야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수업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대본을 만들어서 영상으로 남기는 것은 초임시절부터 해 온 것이다. 그때는 동아리 활동으로 진행을 했었는데 지금은 12명의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수업시간에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이야기는 유치하고 황당하기도 하지만 너무 재미있다.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고 아이들이 이야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행복하다.
위기와, 절정이 있는 짧은 이야기가 대본으로 탄생하면 아이들의 목소리로 대본을 읽고 연기를 한다. 연습 끝에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하나의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다.
처음 영상을 찍었던 10살짜리 아이들은 이제 20살이 되었다. 그때 만들었던 동영상들은 모두 비공개로 전환해서 나 혼자서만 가끔 틀어보곤 한다.
그때를 남긴 동영상이 있어서 참 좋다. 그때의 아이들을 기억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12월도 중반을 넘어섰고 겨울 방학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번주부터는 4교시 단축수업이 시작되었다. 점심만 먹고 하교를 하니 겨울방학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겨울 방학은 1월 8일부터라서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도 보내고 새해도 보낼 예정이다.
언제 크나, 언제 자라나 생각했던 1학년 아이들이 컸다는 것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무슨 말을 해도 자기 고집이 먼저였는데 어느새 아이들이 척하면 척하고 우리 반의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집에 가고 싶다고 울던 아이가 더는 울지 않고 학교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 놀랍다.지기 싫어안 하겠다고 떼쓰던 아이도 누구보다 열심히 게임에 참여한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감정이 어디까지 갔는지 살피며 '얘들아 조용히 해!'하는 아이들이 되었다. 이렇게 2학년이 되나 보다.
8살로 만났던 아이들은 9살이 되고. 4살이었던 동동이는 이제 5살이 된다. 만 33세였던 나는 34세가 되었다. 아이들 나이는 한국나이로 세다가도 내 나이는 만 나이로 세고 싶다.
복직 1년 차, 아이를 데리고 학교를 다니는 일은 쉽지 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연말을 맞이하며 그동안 잘 해냈다 싶다. 큰 사고 없이 1년을 마무리하는 것, 그 보다 좋은 일은 없다.
소원 항아리 만들기를 하는데 한 아이가 소원을 적어주었다. 평소 개구쟁이였던 아이의 소원은 의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