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로 문학하는 소리하고 있네.

by 고첼

왜 때문인지, 맥주를 한 모금 음미하고 그 맥주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어떤 특정한 그림이 그려진다. 물론 그 맥주에 대한 배경 지식이 조금은 있기 때문일 테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서만 그려지는 맥주의 이미지를 글로 표현해 보기로 했다. 이름하야!


맥주로 문학하는 소리하고 있네



#1. Rogue 헤이즐넛 브라운 넥타

dec_go-hazelnuts-for-beer-with-rogue_img_002-800x549.jpg Origin: Newport, Oregon, U.S TYPE: Brown Ale ABV: 5.5%


한 낮 그리고 카페.

그녀는 은은한 헤이즐넛 향으로 가득한 잔을

가벼이 쥐었다.

짙은 브라운 빛이 감도는 맥주를 부드럽게

한 모금 넘긴다.

미간을 살짝 찡긋, 불편해서가 아니다.

헤이즐넛 향과 기분 좋은 알코올의 향이 더해진 풍미가 차오른 게다.

가벼이 잔을 내려놓고 한껏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자신의 맥주를 응시한다.

한 낮 그리고 카페. 커피로 채울 수 없는 여유를 발견했다.



#2. Kona Brewing 파이어 락 페일 에일

0bf6b762100a22010272badf_rw_1200.jpg Origin: Kailua Kona, Hawaii, U.S TYPE: Pale Ale ABV: 5.8%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 일렁이는 석양 아래로

하와이안 서퍼들이 뭍으로 빠져나올,

사무실 안 직장러들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올

그런 시간. 오후 6시 45분

쳇!

그들과 우리가 다를게 뭐람.

오늘 하루 남은 시간을 위로해 줄 시트러스함과 달달구리한 맥주가 필요한 시간이다.










#3. Monteith's Crushed Apple CIDER

334015.jpg Origin: West Coast, New Zealand TYPE: Apple Cider ABV: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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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영화 리틀포레스트의 김태리.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앉아 청록색 나뭇잎을 우러러본다.

청명한 하늘 중턱 어딘가에 걸려 있을 태양의 낯빛이

나뭇잎 틈바구니를 비집고

그녀의 하얀 얼굴 위로 흩뜨려진다.

잘 읽은 아오리 사과를 집어 들어

허벅지로 슥슥 닦아내고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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