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1.
어린이들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질문이 있다면 부모에겐 이 질문이 있다.
"첫째가 예뻐요 둘째가 예뻐요?"
부모된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이 질문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 가늠되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답변하는 "아픈 손가락이 있죠." 하는 말은 꽤나 그럴듯하게 들린다.
우리 부모님께는 아마 내 동생이 아픈 손가락일테다.
나는 동생을 질투한 적이 없다. 아니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기 시절에는 있었던 것 같다. 엄마가 동생을 낳고 몸조리하는 시기에 나를 큰 이모네에 맡겼는데 순하디 순한 사촌언니를 내가 따라다니면서 꼬집었다고 한다. 순딩이 사촌언니는 엉엉 울기만하고. (미안해 언니, 보고싶다.)
친할머니는 남아선호 사상이 굉장히 강한 옛날 분이라 나의 출생은 크게 환영을 받지 못했다고 들었다. (옛날에는 성별을 알려줬는데, 당시 의사가 나를 남자애라고 한 모양이었다. 하하) 할머니는 내 남동생을 많이 예뻐했고 나는 찬밥 신세였다.(고 한다. 사실 체감이 잘 안됐어서.) 그런데 나는 어린 시절에도 그게 좀 웃기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그래서 열살도 채 안되는 어린 시절의 내가 할머니한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할머니도 여자면서 왜 저를 안 좋아하세요?"
당돌했다. 어린날의 나.
이 말이 할머니에겐 꽤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그 이후로는 내게 피아노도 사주시고 꽤 신경을 쓰셨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상황이 그냥 웃기고 재미있다. 성별로 누구를 차별하고 그런다는 게. 기분이 나쁘다기보다 '그냥 그러세요~ 제게 관심을 안 주는게 오히려 더 좋아요.' 하는 마음이다. 이상하게 우리 가족과 친척들이 나보다는 동생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기를 바란다. 그들의 관심이 나는 부담스러웠다. 연인과 친구들의 사랑을 받는 건 좋지만 혈연의 사랑은 어떻게 받아야하는지 잘 모르겠는 나였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내 동생이 나보다 가족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2.
이제 우리집 고양이 얘기를 해볼까 한다.
첫째 그림이가 우리집에 온지는 이제 7개월, 둘째 가을이가 온지는 한달 반 가량이 되었다.
가을이가 처음 우리집에 왔을때 나의 머릿속은 합사에 대한 걱정으로 꽉 차 있었다. 가을이의 사랑스러움을 느낄 새도 없었고 걱정만 태산이었다. 그러다 최근에야 조금 마음이 놓였고, 가을이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처음 가을이의 인상은 작고 귀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눈이 매서워보였다. 눈도 뾰족, 꼬리도 뾰족 날카로워보였다. 조금은 걱정이기도 했는데 그런 내게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은유가 가을이한테 사랑을 많이주면 눈매도 부드러워질거야."
그래, 가을이에게 사랑을 많이 주자. 많이 만져주고 안아주고 예뻐해주었다. 여느때처럼 아이들의 귀여움에 빠져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가을이가 너무 예뻐보인 날이었다.
너무 예쁜데?
"가을아 너 언제 이렇게 예뻐졌어?"
가을이가 비로소 내게 걸어들어온 날이다.
그런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아기가 갓 태어나면 그때부터 예뻐보일 것 같죠?' 그런데 아니라고. 태어나면 그냥 빨간 핏덩이 같다고, 이 아이와 친해지고 이 아이가 예뻐지고 사랑스러워 보이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그 말을 조금 알 것 같다.
가을이가 내게 온 날, 그때 가을이는 내게서 태어났고, 그동안 정이 들었고, 이제는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인다.
그림이와 가을이가 지내는 모습을 보면 서로 장난치는 애기들 같기도 하고, 둘이 꼬옥 붙어있는 모습을 보면 참 흐뭇한 마음이 든다.
이제는 어쩔 도리 없이 둘다 소중한 내 새끼다.
내 대답은, "둘 다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