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젠 미술관으로는 성에 안 차는구나!!!
사실 비엔날레를 생각해 보면 2년 전 한글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관람 때문에 방문했다가
얼떨결에 얻어걸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관람했던 것이
어쩌면 유일한 비엔날레 관람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그게 2019년이었으니 2년 사이에 별의별 꿍꿍이로 전국의 미술관을 열심히 다녔는데
그걸로는 이제 성에 차지 않았던 것 같다.
뭔가 스페셜한 게 필요하다고 할까???
그러다 광주비엔날레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광주시립미술관 방문 당시 굳게 잠겨있던 건물의 본색을 제대로 알게 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두 달 전쯤부터 선예매를 걸고
광주비엔날레가 개최되길 기다리며 관람 일정을 조정하고 있었는데
아!! 국립무용단 제의 성남 공연 관람이 있었네!!!
결국 한주 미뤄서 드디어 광주비엔날레 2021을 보러 가게 되었다.
그전에!!!
일단 나주곰통 한 그릇하고 애피타이저로 국립나주박물관 구경부터 합시다!!!
지난 크리스마스 당시 국립나주박물관을 보려 했으나
긴급 휴관에 들어간 탓에 나주곰탕만 먹고 돌아갔어야 했는데
이번엔 따스한 햇살에 여유롭게 관람을 할 수 있었다.
국립제주박물관을 제외하고 전국의 국립박물관들을 봤음에도
이곳만큼 영상 매체를 영민하게 사용하는 곳은 처음이었다.
특히 AR기술을 통해 무역을 하던 배의 면면들과
고고학자들이 유물을 발견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곳만이 내세울 수 있는 매력포인트라 할 수 있다.
또한 보존과학에 대한 내용과 실제 보존 작업을 하는 연구실을
따로 섹션을 마련하여 설명하고 있는 부분도
이곳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었다.
한편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주변 길가로 나와보니 유채꽃 때문에
국립제주박물관을 온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으나
주변에 역사적인 장소가 둘러싸고 있는 부분이 신기했다.
게다가 날씨까지 화창하고 맑은 덕분에 박물관 나들이를 하러 온 것을
하얗게 잊은 채 노란 빛깔에 휘둘리며 한참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유채꽃 찍는다고 옆에 세워놓은 차를 보며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다던 꼬마자동차 붕붕이 떠올랐다.
어디 보자!!! 너도 꽃향기를 맡고 힘이 솟아오르니????
앗차차!!! 유채꽃은 바이오디젤 재료여서 입에 안 맞았구나
(반려차는 가솔린......)
드디어 도착한 광주비엔날레!!!
마음먹고 온 첫 비엔날레 관람이라 기대를 크게 했는데
그 기대보다 전시장이 크더라!!!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이라는 주제로 모인 작품들이
제각각의 이야기와 결을 지닌 채 다섯 가지의 섹션으로
다시 나누어져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번 비엔날레가 아니었으면 생각해보지 못했을 영역에 대해
정말 깊숙이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방대한 양과 크기들을 자랑하는
모든 작품들을 관통하는 한 줄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문득 작년 가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강연을 들었던
임흥순 감독의 영화 제목인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이 떠올랐는데
이번 광주비엔날레 속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이
어쩌면 우리를 갈라놓았던 요소들을 뛰어넘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관람객들에게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하고 느꼈다.
서로 약속된 규정을 기반으로 그리는 일을 하다 보니
흑백으로만 그리다가 이렇게 과도한 비비드함 속에 있으면
다시 도면 그릴 때 허전함이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지만
기나긴 시간 동안 발에 물집 잡히도록 봐서 그런지
그래도 그만큼 더 많은 컬러에 노출되는 것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