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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Aug 18. 2016

6. 직장인에게 휴가란

찜통 같은 더위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예년에 비해 훨씬 더웠고, 전기료 폭탄 걱정에 에어컨도 마음대로 사용 못하는 힘든 여름이다. 도대체 이 여름이 끝날까 싶은데,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런 여름은 직장인들에겐 휴가가 있는 계절이다. 요즘에는 휴가에 대한 개념도 많이 자유스러워져서 1년 중 일정기간을 아무 때고 쓰거나, 굳이 특정 계절을 고집하지 않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들 다 쉴 때 같이 쉬는 경우가 많고, 결정적으로 자녀들의 방학기간에 맞춰서 쉬는 게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7월 말에서 8월 초에 이르는 기간이 휴가의 절정을 이루게 된다. 뉴스에서도 고속도로의 정체 상황을 보도하는 것을 보면 우리네 삶이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학창 시절에서 취업 이후의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휴가가 아닐까 싶다. 1달 이상의 방학은 이제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1주일 쉬는 것조차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들어서야 장기근속 휴가나 육아 휴가도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 직장생활의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기 휴가는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감히 꿈조차 못 꾸는 게 다반사다. 그렇다 보니 연휴가 아닌 바에야 평일 며칠을 연달아 쉰다는 것은 1년이나 반년을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특히 미혼인 경우에는 해외여행이 1순위 목표이고, 지금의 직장생활은 그 휴가를 위해 버텨내야 할 삶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브라질 사람들이 카니발 며칠을 위해 1년을 일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렇게 귀중한 휴가이다 보니, 결코 허투루 보낼 수가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출퇴근 직장보다 더 빡빡하게 일정을 잡기도 하고, 생애 다시 못 올 기회처럼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도 한다. 휴가라는 말뜻과 반대로 전투와 같은 일상을 보내기도 한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만 뒹굴다 오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경제적 여건만 된다면 어떻게든 고급스러운 휴가를 보내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하다못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힐링캠프나 템플스테이 조차도 프로그램 참여에 투자를 해야 한다. 치열한 휴가를 보내고 올수록 온몸의 피로와 심리적 후유증이 깊이 남는다. 출근 전날이 지옥과 다름없고, 다음 휴가 때까지 어떻게 버틸지 마음속으로 중무장을 다시 해야 한다. 그럼에도 며칠은 적응이 쉽지 않다.


출근길 못지않게 힘든 휴가를 보내지 않는가? (사진출처 : 뉴시스)


힘들게 다녀온 휴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미혼이라면 멋진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결혼을 하고 자녀와 함께한 휴가는 의무일 수도 있다. 남들이 다 가니까, 우리 아이만 주눅들 수 없어서, 이때 아니면 또 언제 가겠냐는 모두의 보이지 않는 동의에서 출발한다. 물론 행복한 가족의 추억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하루 이틀의 캠핑에서도 가족관계가 더 돈독해질 수도 있다. 휴가를 다녀와서 "나는 행복했는가"를 물어보면 알 것이다. 가족을 위한 희생이었는지, 나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지. 혼자 다녀온 여행일지라도 일상에 찌든 삶에 대한 시원한 복수였는지, 나를 위로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는지를 물어보았는가. 혼자 가건, 가족과 함께 하건 나 자신을 위한 휴가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음 휴가에 또 반복하면 안 되니까.


휴가는 삶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일주일에서 하루 이틀의 주말 휴일이 있지만, 대개 정해진 패턴에 따라 움직인다. 무엇을 하느냐가 다를 뿐, 직장생활과 마찬가지고 규칙적인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 규칙에서 벗어나는 일탈이 휴가다. 평소에 못 해보거나 꿈꿔왔던 것들을 시도한다. 단조로운 나의 삶에 무언가 변화를 주는 것이다. 그 변화가 휴가 끝남과 동시에 사라진다면, 나의 삶은 이전과 달라질 게 없다. 나는 다시 변화가 찾아올 반년 이상의 시간을 의미 없이 견뎌야 한다. 4계절이 있는 곳에서 자라는 나무는 나이테를 가지면서 성장을 한다. 성장의 틈에 잠시 머물러 숨을 고른 시간이 나이테다. 나이테 없는 열대우림의 나무보다 더 값어치를 갖게 된 것이다. 우리의 삶에도 이제 휴가라는 나이테가 필요하다.


휴가는 흔하지 않은 여유의 시간이다. 규칙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시간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본다면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그냥 온몸으로 즐기면 될 휴가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내 꿈을 찾겠다는 이 글의 목적 때문이다. 내 인생을 바꿀 책이라도 좋고, 나의 다짐을 써보는 글이라도 좋다. 휴가 이후의 삶이 이전과 달라질 수 있다면 그 어떤 시도라도 좋다. 회사를 그만두고 스스로 휴가를 만들어서 고민을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삶도 의미를 주어 내 역사의 한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 삶의 역사에 나이테가 하나 늘어나는 것이다. 자, 이제 다음 휴가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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